Los Arcos(NAVARA)에서 Logrona(La Rioja)로 가다

2024. 9. 8. 16:59꿈속의까미노순례길

추억속의 산행후기

2018-07-09 20:31:49


Los Arcos에서 출발하여 Logrona(로그로뇨) 까지는 27.9 km이며 약 7 시간이 소요된다

나바라(NAVARA)에서 산솔(Sansol)에 이르는 지역은 포도밭산지로 이어지고

사람들의 정성이 가득히 깃들어 있는 밭고랑 사이로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키가 작은 포토나무을 관찰하며 걷는 길이 지루하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곳을 벗어나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 에서 비아나(Viana)로 가는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11km의 긴나긴 인내의 땡볕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속에서 빠저나오면 갑자기 나타나는 자동차 도로를 횡단 보도없이 자유롭게

장난치듯이 걷기도 하면서 까미노친구들과 손을 흔들고 서로의 존재를 교신을 하기도 하였다

날마다 눈뜨면 만나게 되는 짙푸른 하늘에는 손에 잡힐듯 햐얀 구름이 떠있고

그 파란 하늘을 한없이 바라보며 걷는 순례자들에게는 더없는 평화로움을 안겨주는것이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피어있는 봄꽃들이

걷기에 지친 까미노 친구들을 생기 발랄하게 하고

기쁨에 들뜨게도 하는것이다

저멀리 지평선 넘어 작은 마을이 보이면

결코 끝나지 않을것 같았던 오르막 내리막의 까미노길도 끝이나고

천년의 숨결이 묻어나는 마을 전경이 고요롭게 모습을 들어낸다

마을 마다 전형적인 그들만의 독특한 건축양식의 견고한 집들이 아름답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걷는것 조차 힘들게 된 상황에서

택배서비스를 어제부터 맡기게 되었는데 계속되는 발의 상처가 심해져서

한번만으로 끝낼것 같았던 택배서비스는 내일도 계속되어야 할것같다

 

오늘 같은날은 절반의 짧은 거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던 하루 였었다

발의 상처가 심해져서 표정관리가 어려울 만큼 고통스럽기도 했었다

절뚝거리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걱저이 묻어나기도 했었고

어떤이들은 가던길을 멈추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요구하는

천사같은 고운 마음의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은 까미노길 일곱번째 되는 날이고

생각이 많이지는 날이기도하였다

온통 내마음을 지배하고 떠나지 않는 화두가 있다면

그것은 용서에 대한 것이 될것이다

 

그용서라는 것이

나에게는 죽음보다 강열한 불가항력이 된다는것

나의 힘으로는 밀어낼수 없는

불가항력이기 때문에 내가 곳에 온 이유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 때문에 내가 곳에 온것이다

 

내년이면 어찌 될지 모른다는 나의 불안감 때문에

극열하게 까미노길를 반대하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뒤로 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이험난한 길위에 서게된 오늘

발의 상처 때문에 나의 모든 아픔들이 잊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온통 지배하는 분노의 생각들이 지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문득 사람들이 지나가고 나혼자가 될때마다

 

푸른 하늘만 처다 보아도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넘친다

길위에 핀 들꽃 한송이만 보아도 폭포수 같은 눈물이 쏱아져 내리는것이다

 

날마다 충돌하는 삶

거짓과 진실...

불의와 정의가

사랑과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전혀 다른 뜻을 품은 두바퀴가

같은 괘도를 달리는 기차가 되어

악몽과같은 통한의 세월 45년을 살았다

 

내 나이 27세에 비롯된 나의 불행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달리는 기차에서 왜 뛰어내리지 못했느냐고 하지 마라

부모가 된자는 죽을 자유가 없는것이다

치욕과 굴욕 죽음까지도 받아 들이는것이 부모의 자리가 아닌가

 

나는 이길위에서 나의 모든 짐을 내려 놓고 나의 길을 가고 싶었다

그러나 용서할수 없다는 것은

나의 길을 갈수없다는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이세상에서도 저세상에서도 갈곳이 없는

나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형벌이 아닌가

신앙인에게 이보다 더큰 슬픔과 아픔이 있겠는가

 

아무도 없는 들판을 걸어가면서 얼마나 혼절하여 울었는가

소리치며 울었는가

 

나는 몰랐었다

어느 순간엔가

어떤 중년 남성이 나타나서

놀라워하면서

나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 왔을때

나는 나도 모르게 그사람의 품으로 뛰어들어서

절대로 멈춰지지 않는 울음을 토해내면서

마음을 진정 시키려고 애썼던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폭포수처럼 쏱아져 내리는것이다

 

그순간에 나를 위로 해주고 걱정해 주었던

그사람은 누구일까

얼굴도 국적도 나이도 전혀 알수가없는 사람이었지만

좋아질것이다

반드시 좋아질것이다

간절한 기도처럼 말했던

그사람의 말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그렇다

제발 단 몇분동안의 그와의 만남이었지만

그사람의 말이 기도가 되어 하늘에 전해지기를 ....

 

Los Arcos와 Logrona로 가는

그 평원의 들판은

내가 죽은 그날까지

내기억속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