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5. 12:47ㆍ꿈속의까미노순례길
다시, 험난하고 외로운 길의 시작
17Km /5H
레디고스에서 사아군에 이르는 스무 번째 여정은 빨렌시아의 마지막 까미노이며 레온의 첫 까미노를 걷게 되는 루트입니다. 약 17킬로미터 정도로 짧은 구간인 이유는 아름다운 사아군의 건축물들을 충분히 감상하는 시간을 갖고, 며칠 동안 걸어야 할 메세타 지역의 피곤함을 대비해 충분한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 입니다.
지난 며칠의 여정과 마찬가지로 넓게 펼쳐져 있는 밀밭의 물결을 걸어야 합니다.
< 양으로 붉게 물든 무데하르 양식 >
사아군에 이르기까지 도로를 따라 이동 할 수도 있으나 여기에서는 모라띠노스와 산 니꼴라스 델 레알 까미노를 거치는 호젓한 루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루트에서 순례자는 마을을 지나며 상당수의 건물들이 폐허처럼 무너져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진흙과 짚을 섞어서 만든 소박한 벽돌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양식의 건축법은 무데하르 양식의 영향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사아군에 남아있는 성당 건축물에서 완성된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데하르 양식의 건축물들은 벽돌의 색깔과 까미노의 색이 비슷하여 저녁 해질 무렵에는 붉은색의 거대한 덩어리가 한데 섞여서 마음속 깊이 새겨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루트는 끊임없이 유혹하는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오른편에 두고 유혹을 참아내며 순례를 시험하게 합니다. 레디고스를 떠난 순례자는 사아군까지 높지 않은 부드러운 언덕을 오르고 내리게 됩니다. 레디고스의 마요르 거리에서 학교와 공원을 지나면 N-120 고속도로를 따라 까미노를 걷는 방법이 있으나 보다 쾌적한 루트를 택하기 위해서는 N-120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도로의 왼쪽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걷는 것이 좋습니다. 꾸에사 강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1시간 정도 따라가면 떼라디요스 데 뗌쁠라리오스에 다다르게 됩니다. 떼라디요스 데 뗌쁠라리요스는 붉은색의 벽돌로 만들어진 무데하르 양식의 건물들이 길게 자리 잡은 템플 기사단의 영지였습니다. 레디고스의 출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떼라디요스 데 뗌쁠라리요스에서 나오는 순례자는 두 가지 루트를 고민해야 합니다.
중세의 오리지널 루트인 모라띠노스로 향하는 까미노를 걷기 위해서는
마을에서 빠져 나와 단조로운 까미노를 지나야 합니다. 이후 순례자는 나무로 만든 작은 다리를 넘어 버드나무 숲이 우거져있는 뗌쁠라리오 시내를 건넙니다. 이후에 이어지는 완만한 비탈길을 오르면 이미 순례자는 모라띠노스에 다다른 것입니다. 모라띠노스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있을 뿐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순례자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마을 출구에서 왼쪽으로 표시되어있는 까미노 싸인을 따라 삼십 분 정도만 걸으면
빨렌시아 지방의 마지막 마을인 산 니꼴라스 델 레알 까미노에 도착합니다. 이 마을은 1183년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며 중세에는 나병에 걸린 순례자를 돌보기 위한 병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마을의 출구에서 이어지는 까미노를 따라 걷다 보면 세낄료 강을 넘게 되고 사거리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선택하여 N-120 도로와 나란히 걷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선택하여 오래된 까미노를 따라가세요. 그러면 빨렌시아와 레온의 경계를 이루는 까라스꼬 언덕의 정상을 오르게 되고, 멀리 스무 번째 여정의 목적지인 사아군의 성당 탑들이 보일 것입니다.
좁은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빨렌시아와 레온을 거치는 발데라두에이 강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이제 사아군에 도착하기 약 3킬로미터 전에 있는 뿌엔떼 성모성당에 도착하기 전까지 까미노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성당을 지나면서 까미노는 다시 부드러운 흙 길로 변하고, 자동차 전용도로의 밑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사아군에 도착하게 됩니다. 사아군 기차역을 돌아가는 길을 따라서 철길을 옆으로 끼고 걷게 되면 사아군의 오래된 구시가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사아군은 11세기 알폰소 6세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지명은 파꾼도 성인인 베르나르디노 데 사아군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의 성 베네딕토회의 산 베니또 수도원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도시는 까미노의 열기와 함께 성장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는 시계탑만 남아있는 수도원 유적과 도시 입구의 커다란 아치만이 남아있습니다. 사아군은 놀랄 만큼 아름다운 무데하르 양식의 유적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사아군으로 들어선 순례자는 노란 까미노 싸인을 따르다 길을 놓치고는 하는데 그 이유는 도시의 중간에서 까미노 싸인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길을 잃었을 경우, 산띠아고 광장을 찾아가면 다시 까미노 싸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레온 주 LEÓN
현명왕 알폰소 10세가 연대기에 “레온의 첫 번째 왕이었던 돈 펠라요 왕과 함께”라고 기록한 것을 볼 때 가스띠야보다 레온이 먼저 형성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풍요로운 역사만큼이나 레온은 예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수많은 켈트의 옛 성터, 라스 메룰라스의 로마 시대 광산, 아스뚜리까 아우구스따 즉 아스또르가에 있는 로마의 흔적, 산 미겔 데 에스깔라다 수도원의 모사라베 양식의 보물, ‘로마네스크의 시스티나’라고 할 수 있는 레온 산 이시도로 성당의 소성당, 독특한 양식의 사아군 성당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르네상스 양식인 산 마르꼬스 병원, 그리고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인 아스또르가의 에삐스꼬빨 궁과 레온의 까사 보띠네스 등등 헤아리기조차 벅찹니다. 그러나 레온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역사, 예술, 전통뿐만이 아닙니다. 유럽의 산봉우리라는 이름을 가진 북쪽의 삐꼬스 데 에우로빠와 남쪽의 라 까브레라 산맥 사이에있는 비옥한 계곡 또한 장관입니다. 드넓은 황무지와 평원, 초원을 흐르는 공기가 모여 다양한 경관의 모자이크를 이룹니다. 떡갈나무와 밤나무로 덮인 그림 같은 계곡에 돌로 만든 집들이 있는 로스 안까레스(Los Ancares)와 라 바비아(La Babia; 스페인어로 ‘들떠 있다’는 뜻)에 가보면 이곳의 이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순례자는 마치 천국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깊은 골짜기, 푸른 대초원, 그늘진 숲 사이의 발뽀르께로 동굴 속에 있는 환상적인 자연 조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레온 주의 남쪽 라 까브레라 산맥에는 원래 빙하였던 뜨루치야스 호수와 라 바냐 호수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육체와 영혼의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아군, 아스또르가, 뽄페라다, 레온, 몰리나세까, 오스삐딸 데 오르비고 같은 아름다운 도시들에서는 깊은 역사, 아름다운 예술, 풍요로운 자연풍광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레온 지방은 생활 방식과 전통, 고유 음식, 풍요로운 대중 건축 등이 잘 보존된 곳입니다. 유명하지 않더라도 비에르소의 돌로 만든 집, 마라가떼리아의 마부의 집, 라 까브레라의 소박한 건축물 같은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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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씨도 마라가또(Cocido Maraga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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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온의 깐따데라 축제 >
덧붙여 꼬씨도 마라가또(Cocido Maragato) 요리를 즐기지 않고 레온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라 바녜사의 강낭콩, 레온의 고추, 훈제 초리소, 양파를 넣은 순대, 비에르소의 햄(Botillo del Bierzo), 오르비고의 송어(Truchas del Orbigo), 후식으로는 신초의 양젖 치즈(Oveja como los de Cincho), 사함브레의 치즈(Vaca como los de Sajambre), 바비아의 염소젖 치즈(Cobra como los de Babia) 등이 대표적인 레온의 음식입니다. 과자류로는 아스또르가의 버터과자, 사아군의 쓴 과자가 있고 비에르소 포도주(Vinos del Bierzo)도 반드시 맛보아야 합니다.
특이한 축제와 전통으로는 라 마라가떼리아의 축제, 사아군의 황소 엔시에로, 레온의 깐따데라 축제가 있습니다. 레온과 메디나 데 리오세꼬의 부활절 성주간의 행렬은 활기 넘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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