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미스따 ~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2024. 9. 5. 13:07꿈속의까미노순례길

잠시 쉬어가듯, 편안하게 걷는 여정

19.5Km / 6H

열여덟 번째의 여정인 프로미스따에서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에 가려면 자동차 도로와 나란히 이어져있는 길을 그저 묵묵히 걸어야 합니다. 편안하지만 지루하고 한낮의 햇빛을 피하기 어려운 메세타 지역입니다. 그러나 이 구간은 20킬로미터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짧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는 여정으로 생각합시다. 평소보다 천천히 걸으면서 프로미스따와 비얄까사르 데 시르가에 있는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들을 충분히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이 길에는 어떠한 갈림길도 없이 까마득히 길게 뻗어있는 길이 있을 뿐입니다. 간혹 지나가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에 잠기기에 좋습니다.

이 구간은 특히 순례자를 위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맛있고 편안한 레스토랑과 작은 바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칫 길이 단조로워 지루하다고 느낀다면 뽀블라시온 데 깜뽀스에서 우시에사 강을 건너는 길을 택하지 말고 마을 오른쪽의 출구로 나와서 레벵가 데 깜뽀스를 우회하여 비야르멘떼로 데 깜뽀스로 직접 가는 루트를 택하면 됩니다. 잠시나마 도로를 따라 걷는 지루함에서 벗어나 작고 아름다운 마을인 비요비에꼬를 들릴 수 있습니다. 또한 까리온 데 꼰데스로 향하는 열여덟 번째 여정의 마지막 마을인 비얄까사르 데 시르가에 들러 템플 기사단이 만들었다는 블랑까 성모성당을 방문해 보는 것을 잊지 마세요. 프로미스따를 나오는 것은 매우 간단합니다. N-611 도로를 넘어 약 500미터 정도를 걷다 보면 버스 승차장과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가 있는 넓은 마을 광장이 나옵니다. 이곳이 바로 성마르띤 성당이 있는 광장입니다. 프로미스따의 알베르게에서 머문 순례자라면 알베르게 바로 앞이 성당이므로 까미노 화살표를 찾아 헤멜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성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여정의 첫 번째 마을인
뽀블라시온 데 깜뽀스로 향하는 까미노로 들어서게 됩니다. 특별한 경사가 없는 구간이라 아침에 시작한 순례길은 거침이 없습니다. 그러나 햇빛을 피할 그늘이 별로 없는 메세타 지역이므로 아침 시간에 속도를 좀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 뽀블라시온 데 깜뽀스의 산 미겔 소성당 >

 

뽀블라시온 데 깜뽀스에 들어서기 직전 순례자는 까미노의 왼쪽으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 그늘을 만납니다. 바로 이곳이 순례자 쉼터이자 산 미겔 성당입니다. 뽀블라시온 데 깜뽀스는 중세시대 예루살렘 성 요한 기사단의 영지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마을의 출구에서 왼쪽으로 난 까미노를 선택하면 우시에사 강을 건너 레벵가 데 깜뽀스를 거쳐 비야르멘떼로 데 깜뽀스까지 그늘 한 점 없는 P-980 자동차 도로 옆 까미노를 약 한 시간 반 가량 걸어야 합니다. 마을의 출구에서 오른쪽 까미노를 선택한다면 조금 더 돌아가는 루트가 될 수도 있으나 수로를 따라서 비요비에꼬를 지나 비야멘떼로 데 깜뽀스까지 보다 쾌적한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12세기에 만들어진 레벵가 데 깜뽀스를 거치든지 빨렌시아의 아름다운 수로 옆에 세워진 작은 마을인 비요비에꼬를 거치든지 까미노는 어김없이 비야멘떼로 데 깜뽀스에 도착하게 됩니다.
두 가지 길 모두 특별히 까미노 사인을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비요비에꼬 루트는 뽀블라시온 데 깜뽀스를 나와 오른쪽 까미노를 통하여 수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 시간 후에 비요이에꼬를 만나게 되고, 여기에서 마을을 통과하여 아르꼬나다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하면 우시에사 강을 건너게 됩니다. 강을 건너 오른쪽으로 강변을 따라 자라난 버드나무 길을 따라 직진하면 삼십 분이 채 걸리지 않아서 왼쪽으로 비야멘떼로 데 깜뽀스로 향하는 길을 만나게 됩니다. 레벵가 데 깜뽀스를 거치는 루트는 더욱 간단합니다. 뽀블라시온 데 깜뽀스의 마을 출구에서 우시에사 강을 건너는 왼쪽 까미노를 따라 자동차 전용 도로와 나란히 걷기만하면 됩니다. 레벵가 데 깜뽀스에서는 오른쪽으로 비요비에꼬를 지나 아르꼬나다로 향하는 도로를 가로질러 P-980 자동차 도로를 따라가면 그만입니다.

< 비야멘떼로 데 깜뽀스 >

 

비야멘떼로 데 깜뽀스는 레벵가 데 깜뽀스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까미노 마을로 성 마르띤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곳입니다.
까미노 마을이라고는 해도 마을은 벽돌로 만들어진 작은 집들과 여름한철 개장하는 바를 제외하고는 순례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없는 곳입니다. 때문에 마을 출구의 커다란 소나무 숲 밑에 자리 잡은 순례자를 위한 쉼터가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비야멘떼로 데 깜뽀스에서 잠시 휴식을 가진 순례자는 다시 P-980 도로의 오른쪽으로 이어져있는 까미노를 따라 비얄까사르 데 시르가로 이동해야 합니다. 거리는 약 4킬로미터 정도로 한 시간이면 시에라 데 깜뽀스의 루트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비얄까사르 데 시르가는 인구가 약 25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나 중세 스페인에 있었던 템플 기사단의 본거지였으며 맛있는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에 순례자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입니다. 마을은 까리온 데 꼰데스로 향하는 P-980 도로의 왼쪽에 위치합니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양식이 적절하게 절충된 블랑까 성모 성당의 아름다운 회랑에 감탄했다면 성당 내부에 있는 돈 펠리뻬 왕자와 그의 아내인 도냐 레오노르의 영묘와 템플기사단의 비밀이 숨어있는 우물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성당 앞에 있는 마을의 광장은 새롭게 정비된 듯 굉장히 깨끗합니다. 식탁에 앉아 성당을 느긋이 쳐다보는 순례자의 동상 곁에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어보세요.

이제 열여덟 번째의 마지막 구간인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까지는 한 시간 반 남짓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비얄까사르 데 시르가에서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로 향하는 까미노는 N-980 도로의 오른쪽을 따라 걷다가 약 3킬로미터 지난 지점에서 조그만 언덕이 시작되며 언덕을 오르면 도로를 가로질러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로 향하는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빨렌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이자 까미노의 심장으로 불리는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는 중세에 이미 12개의 크고 작은 성당 건축물과 병원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던 도시였습니다. 특히 중세의 산 소일로 왕립 수도원에서는 까리온 데 꼰데스를 찾아오는 순례자에게 11월부터 4월까지는 한 개의 커다란 빵을 주었고 5월에서 10월까지는 반 개의 빵을 주었으며 성직자에게는 빵과 2개의 계란, 포도주 1/4병과 20레알의 돈을 줄 정도로 번성했다고 전해집니다.

< 산따 마리아 델 까미노 성당 >

 

도시의 입구에 있는 산따 마리아 델 까미노 성당은 12세기에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로 현관에는 동방박사의 경배와 이슬람 교도에게 바쳐진 100명의 처녀의 전설에 관한 조각이 새겨져 있습니다. 순례자는 산따 마리아 광장을 통과하여 아름다운 판토크라토르가 있는 산띠아고 성당을 지나가게 됩니다. 광장의 입구의 아치에는 24개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조각이 숨겨져 있으며 이어서 오래된 중세의 다리를 건너면 현재는 호텔로 사용되고 있는 오래된 산 소일로 왕립 수도원에서 도시가 끝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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