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4. 12:43ㆍ꿈속의까미노순례길
철의 십자가를 지나서..
25.5Km / 7H 30M
< 하인리히 크라우스 기념비 >
폰세바돈의 철 십자가를 지나 몰리나세까에 이르는 스물일곱 번째 여정은 고단한 편입니다. 대부분의 외국 여행서적에서는 이 여정에서 템플 기사단의 도시인 폰페라다까지 소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32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여정의 가파른 내리막길은 오르막길보다 더 힘들 수 있습니다. 덧붙여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인 몰리나세까를 그냥 지나치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번 스물일곱 번째 여정은 중세의 분위기가 살아 숨 쉬는 메루엘로 강변의 마을인 몰리나세까까지 26킬로미터로 잡았습니다.
이 여정은 순례자 모두에게 육체적 시련을 선사합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고 가파른 내리막길은 무릎과 허벅지, 어깨 근육을 뒤틀리게 할 것입니다. 특히 눈이나 비가 오는 날 자전거 순례자들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엘 아세보를 지나는 까미노에서 생을 마감한 독일인 순례자 하인리히 클라우스의 기념비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통들은 폰세바돈을 지나 만나게 되는 커다란 철 십자가상에서 봄날의 눈처럼 사라져버립니다.
한 달이 가까운 시간 동안 까미노를 걸으면서 수많은 십자가상을 보아온 순례자에게 단순한 모양의 철 십자가상은 커다란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곳에는 천 년의 세월을 이어오면서 쌓여진 순례자들의 사연이 적힌 돌멩이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순례자의 소망들은 앞으로 세월이 지날수록 크게 쌓일 것입니다.
인구가 50명밖에 되지 않는 작고 쾌적한 마을인 라바날 델 까미노는
무려 4개의 알베르게가 운영되고 있으며 마을의 출구는 흙으로 만들어진 까미노가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폰세바돈까지는 5.5킬로미터의 언덕을 올라야 합니다. 마을 출구에서 1킬로미터를 전진하면 자동차 전용도로가 나오며 까미노는 도로와 나란히 폰세바돈까지 이어집니다. 언덕을 오를수록 주변의 커다란 나무들은 점차 사라지고, 항상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언덕의 정상을 향해 가야 합니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황량한 마을에 도착한 순례자는 폐허의 벽돌집이 늘어선 길을 지나 너덜지대를 걸어야 합니다.
< 철의 십자가에 소원을 비는 순례자들 >
또다시 산매자 나무와 금작화 사이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면 어느덧 철 십자가상이 있는 평평한 지역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 부근이 평평한 이유는 천 년간 수많은 순례자들이 돌멩이를 주워 십자가 주위에 쌓아 두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철 십자가 주위에는 돌멩이가 거의 없으므로 원하는 순례자는 자신의 소망을 담은 돌멩이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독특한 모양의 깃발과 표지판으로 순례자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만하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곧 철 십자가상에서 부드러운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약 30분을 내려가면 폐허가 된 오래된 마을이 순례자를 맞아줄 것입니다.
만하린은 중세의 순례자를 지켜주던 템플 기사단의 깃발로 장식된 사설 알베르게와 환상적인 풍경이 있는 마을입니다.
좁고 불편한 알베르게지만 이곳의 소박한 종은 안개에서 헤메는 순례자에게 등대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이곳의 알베르게를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만하린에서 순례자는 다시 커다란 안테나가 서 있는 언덕의 정상까지 오르막길을 올라야 합니다. 정상에 오르면 마침내 엘 비에르소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순례자의 앞에는 길고 위험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은 끊임없이 순례자를 괴롭힙니다. 7킬로미터 정도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히 내려오면 소박한 꽃들로 장식된 테라스가 인상적인 아름다운 마을이 나타납니다. 마침내 엘 아세보에 다다른 것입니다. 이 길에서 사고로 생을 마감한 독일인 순례자인 하인리히 클라우스의 기념비가 경고하듯 순례자는 속도를 조절하여 운행하여야 합니다.
엘 아세보에서 리에고 데 암브로스까지는 도로를 따라서 약 2킬로미터 정도를 지나야 하며
여기에서 까미노 싸인을 따라 도로를 벗어나 내리막길을 내려와야 합니다. 엘 아세보에서 한 시간 가량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아름다운 밤나무 사이로 전형적인 산촌 마을이 보입니다. 리에고 데 암브로스의 오래된 주택들은 엘 아세보와 흡사합니다. 이 마을을 나서는 순례자는 메루엘로 시내를 지나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중세의 돌로 만든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이제 스물일곱 번째 여정의 목적지인 몰리나세까까지는 멀지 않으니 희망을 가집시다. 고작 4킬로미터정도 입니다. 밤나무가 아름다운 내리막길과 부드러운 흙길은 고된 일정에 지친 순례자를 위로해줄 것입니다. 또한 이라고 계곡에서 내려오는 까미노와 메우엘로 강의 비옥한 평원과 만나는 몰리나세까는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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