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4. 12:15ㆍ꿈속의까미노순례길
황량한 갈리시아에서 느끼는 마지막 고통과 환희
13.5Km / 5H
산띠아고 데 꼼뽀스텔라에서 피스떼라와 무시아에 이르는 여정을 제외하면 이제 일주일의 여정만이 남았습니다. 베가 데 발까르세에서 오 세브레이로에 이르는 서른 번째의 여정은 14킬로미터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그러나 이 여정은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향하는 순례자에게 마지막 고통과 환희를 한꺼번에 선사하는 루트가 될 것입니다. 오 세브레이로에 이르기 전까지 주위의 풍경은 건조하고 황량한 갈리시아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참고로 유럽 여행서에서는 이 여정을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에서 오 세브레이로에 이르는 28킬로미터로 잡고 있습니다. 초심자에게는 다소 무리지만 충분한 준비를 한다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레온과 루고의 환상적인 풍경을 까미노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순례자 자신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라스 에레이라스부터 오르막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가파른 산길과 마주할 것이며, 운이 좋다면 안개로 뒤덮이지 않을 때 벤또사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밤나무 숲 물결을 따라서 오르는 이 언덕길은 고생만큼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중세의 마술사가 나타날법한 바람의 마을인 오 세브레이로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갈리시아를 향해서 오르는 까미노는 가파르긴 하지만 일부 여행기에 설명된 것처럼 과장되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힘들지만 여정이 짧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베가 데 발까르세에서 여정의 첫 번째 마을인 루이뗄란까지는
30분밖에는 걸리지 않으며 오르막길의 경사도 심하지 않습니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 라스 에레이아스까지도 3킬로미터 정도임으로 한걸음에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라신 성곽을 왼쪽으로 두고 이어지는 편안한 까미노를 걷다 보면 다시 N-6 도로와 합류하게 됩니다. 순례자는 어렵지 않게 성 프로일란으로 알려진 루이뗄란을 지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라스 에레리아스로 들어가기 위해 왼쪽으로 이어지는 까미노를 따라야 합니다.
< 라스 에레이라스 마을 전경 >
라스 에레리아스는 페레리아스라고도 불리는 아름다운 발까르세 계곡의 마을입니다.
이곳은 까미노의 발달과 함께 마을의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라스 에레리아스에 도착한 순례자는 지난 여정의 출발점인 까까벨로스에서 고도를 200미터밖에 올리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오 세브레이로를 향한 워밍업이라는 소리입니다.
순례자가 마을을 나오는 출구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삐까르디 고개가 시작됩니다. 알뻬스 데 라 파바, 말라파바라고도 부르는 이 오르막을 오르면, 도로의 오른쪽으로 자전거 순례자를 위해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보입니다. 길이 조금 힘들지는 몰라도 보도 순례자는 원래의 까미노를 걷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조그만 개울을 따라가다 다리를 건너면 커다란 밤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급한 오르막길을 약 30분 동안 오르게 됩니다.
이제 라 파바 마을입니다. 라스 에레이아스에서 라 파바는 4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습니다. 라 파바는 전통적인 목축업에 종사하는 작은 마을로 순례자를 위한 조그마한 바가 있습니다. 이 바의 이름은 엘 울띠모 리꼰 데 엘 비에르소(El Último Rincón de El Bierzo; 엘 비에르소의 마지막 모서리)인데, 외로운 산촌 마을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제 목적지인 오 세브레이로까지는
5킬로미터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까미노 주위의 밤나무는 없어지고 아이가 산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은 비탈길을 오르는 순례자의 호흡을 더욱 헐떡이게 만듭니다. 오솔길을 따라 2.5킬로미터를 전진하면 레온 지방의 마지막 마을인 라구나 데 까스띠야에 도착합니다. 라구나 데 까스띠야에서 자전거 순례길과 만난 까미노는 마을의 출구에서 다시 갈라집니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순례길은 차오 다 뽀사 언덕을 휘감으며 커다란 위성 수신탑의 아래까지 올라갑니다. 도보 순례자를 위한 까미노를 따라 마을을 나오면 머리위로 보이는 초록색의 가파른 언덕 너머에 오 세브레이로가 있습니다. 언덕을 오르며 뒤를 돌아보면 순례자를 괴롭히던 스물일곱 번째 여정의 철 십자가상이 있는 이라고 산이 멀리 보입니다. 이제 서른 번째 여정의 괴로운 오르막은 끝난 것입니다.
< 산띠아고까지 152Km 남았다. >
레온과 루고를 구분하는 경계선에는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까지 152.5킬로미터가 남았음을 알려주는 까미노 표지석이 있습니다. 앞으로 까미노 여정의 목적지인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에 도착하기 전까지 잔여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석은 계속 나타납니다. 이제 신비로운 성체와 성배의 기적이 일어났던 오 세브레이로는 코앞 입니다. 성당의 종소리와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로운 포도주 냄새를 따라 1킬로미터를 편안히 걸으면 마을에 도착입니다.
루고 LUGO
루고에서 순례자들은 대조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북쪽의 아름다운 해안과 동쪽의 산악지대, 가운데 지방에 넓게 펼쳐진 떼라 차(Terra Cha; 평원), 남쪽의 미뇨 강과 실 강을 따라 펼쳐진 포도밭이 그것입니다. 북쪽 지방은 ‘아 마리냐’(A Marina)라고 부르며 이곳 해안에서는 부드러운 모래밭과 광활한 바닷가를 즐길 수 있습니다. 홀로 낚시하기에 좋은 바다, 울퉁불퉁한 해안선, 깎아지른 듯한 절벽, 작은 섬들, 무수한 항구 등등 환상적인 바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어느 마을에서든지 낚시나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니면 그저 늦은 시간이 되도록 칸타브리아 해에서 갓 잡아 올린 맛있는 가재, 바닷게, 바지락조개, 성게, 삿갓조개 등등의 생선과 해산물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산을 좋아하는 순례자들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레온 지방과 맞닿아 있는 ‘오스 앙까레스’(Os Ancares)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대뇌조, 사슴, 노루, 멧돼지 서식지가 있습니다.
오 세브레이로와 피오르네도 데 앙까레스에는
전통적인 건축물인 빠요사가 있습니다. 또한 사슴으로 변한 처녀가 살았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엘 까스띠요 데 도이라스도 아름답습니다.
동남쪽에는 ‘오 꼬우렐’(O Courel) 지방이 있는데 이곳에는 아름다운 원시림, 옛 성과 성터의 흔적, 전통 건축이 남아 있는 작은 마을, 로마인들이 실 강을 비켜가기 위해 몬떼푸라도 성벽에 뚫은 특이한 터널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부드럽고 온화하게 흐르는 루고의 강은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연못들을 채워주고 있으며 이 연못에는 매우 다양한 동물들이 삽니다. 또한 루고 지방의 오래된 로마시대 성벽이나 라또 강변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로마 시대의 대중목욕탕, 아름다운 모자이크가 있는 대성당을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포도주와 삔초(Pinchos; 간단히 집어먹을 수 있는 안주)를 먹으러 주점에 들려서 아름다운 루고의 방문을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루고에서는 자연과 문화•예술을 한 번에 탐방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선사시대부터 인구가 많은 지역이었고 신화와 전설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루고는 광물이 풍부한 곳이기 때문에 늘 인구가 많았고 상인과 정복자들로 붐볐습니다. 또한 해안선을 따라 산띠아고로 가는 순례자와 내륙길을 이용한 순례자들이 만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루고의 까미노 곳곳마다 거석 유물과 빌라동가 같은 켈트인의 유적, 산따 에우랄리아 데 보베다 같은 로마 시대의 흔적, 산 미겔 데 데이레 수도원 같은 로마네스크 시대의 보석, 수많은 수도원과 성, 성당, 십자가상, 오레오(Horreos), 빠요사(Pallozas) 같은 전통 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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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구나 데 까스띠야의 빠요사 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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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세브레이로의 빠요사 건물 >
스페인의 오래된 격언에는 “식도락을 위해서는 루고로!” 라는 말이 있습니다.
칸타브리아 해의 생선과 해산물 말고도 이곳에는 빌랄바의 감자 요리, 부드러운 무순으로 만든 요리인 그렐로(Grelos)와 까첼로스(Cachelos; 갈리시아 지방에서 고기나 생선과 감자, 후추 등으로 한 요리), 루고식 갈비, 문어요리 뿔뽀(Pulpo), 산 시몬과 우요아 및 오 세브레이로의 치즈, 후식으로는 호두와 밤으로 채운 파이와 생크림을 얹은 술 등이 있습니다.
이 같은 음식에는 리베이로 와인(Vinos Ribeiro)을 곁들이면 좋고, 식후주로는 뽀르또마린의 아구아르디엔떼(Aguardiente de Portomarin)가 좋습니다. 루고 지방에서는 시골의 카니발 축제와 수많은 가톨릭과 이교의 축제를 즐길 수 있으며 이 축제에는 뿔나팔과 갈리시아 지방의 전통 춤인 무녜이라가 빠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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