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31. 12:36ㆍ꿈속의까미노순례길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Mansilla de las Mulas)에서 레온(LEON)으로 가다 Albergue Benedictinas 6.00 uro 5/22 2018 (21번째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에서 레온에 이르는 거리는
19.5km정도의 거리이고 오늘이 벌써 21번째되는 날이다
메세다 고원의 끝자락으로 알려진 레온으로 가는 길
순례자들은 노란 화살표 방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
가는길 마다 어김없이 땅바닥에 그려진
청동으로 만들어진 조가비가
설레임으로 가득찬 순례자들에게 반가운 아침 인사를 전한다
오늘도 뜨거운 햇살을 예고하는 붉은 태양이 구름속에서 강열하다
나도 모르게 절반의 여정이 사라져 버린 아쉬움 일까
지나간 시간들이 파노라마 되어 눈앞에 아른거린다
까마득한 절벽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들 바람에도 몸이 흔들거리는
한발자국도 옮겨 놓을수없는 산정상의 절벽위
까미노출발 전날밤의 앗찔한 꿈은
까미노 내내 가끔씩 내마음을 어둡게 했지만
그것이 나의 마지막 죽음의 길 일지라도
나는 가야한다고
결코 도망칠수없는 침묵속의
나의 순명이되고 있었던것이다 !
그렇게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길 처럼
두려움속의 까미노는
어느덧 절반의 시간을 넘기고
거친파도에 밀려온 조각배처럼
마지막 남은 몇일후에는 빛나는
승리의 항구에 닻을 내릴수 있게 되는것일까. . .
그토록 열망했던 까미노 순례길이지만
너는 누구의 부름을 받고 이곳에 왔는가
그 물음에
나의 뜻대로 이곳에 왔노라는 대답은
할수가 없는 알수가 없는
어떤 거대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내가 이곳에 와있다는 무한한 기쁨에 잠기게 되는것이다
까미노길위에서의 절망과 고통
그리고 눈물까지도 달콤해지는것이다
생쟝에서 출발하는 그날부터 스마트폰이 먹통이되어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일은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내마음속의 먹구름인것이다
wifi가 잡히지 않아서 인터넷이 불통인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사진도
마음대로 찍지 못하는 저장공간 부족상태 때문에
여행지에서 필요한 정보까지 몽땅 지워야하는 수고에 잠못드는 밤을 보냈었다
서울에서 출발하기전 유럽에서 사용되는 유심칩을 구입해서 쓰고 있있지만
프랑스에서 부터 고생한것이다
내가 6일동안 머물렀던 몽주르의 홈스테이 숙소는 아들의 이름으로 등록된 여성 호스트가 운영하는 집이었다
운영자는 그 남성의 어머니였는데
나보다 연세가 높으신 그녀는 wifi 비번을 잘못 불러주어서 인터넷 연결이 첫날부터 불통이었다
내가 인터넷을 쓸수없어서 안절부절하는데도 저녁마다 TV 프로그램의 흘러간 노래 방송을 틀어놓고
나도 너무나 익숙하게 잘 알고 좋아하는 샹송을 멋드러지게 따라 부르면서
나의 안타까운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 혼자서 마냥 즐거운 행복의 무아지경을 헤메이고 있는것이었다
아쿠아쿠 어쩌까 ㅋㅋㅋ 허지만 그녀의 노래실력은 대단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러한 그녀에게 wifi 안된다고 잘못된 비번을 찾아달라고
얼굴을 붉히면서 계속 물어볼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신의 아들과 통화하고 싶다고 하니까 미국에 갔다는것이다
그레서 나는 할수없이 날마다 거리에서 전화기 서비스 센터를 찾았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나는 몽주르 숙소에서 아주 먼거리의 최고의 신도시 "라데빵스"까지 가게 되었던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곳의 가장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삼성빌딩을 찾아낼수 있었고
그곳 서비스센터에서 wifi가 잡히고 사진이 업로드되는 삼성전자의 친절한 서비스를 받기도했던것이다
그러나 그곳을 빠져나오면 다시 먹통이 되고 집에 돌아와서
wifi 때문에 영어가 나만큼이나 서툴고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파리지엥 그녀랑 잘 통하지않는 영어로 씨름하는것이 지칠때쯤
그녀의 예쁜 초등학교 4학년 외손녀가 집에 놀러와서
탁자밑에 있는 수첩을 보고 wifi 비번을 단숨에 찾아내어 통화가 된것이다
그러나 그집을 벗어나면 전혀 불통인 나의 스마트폰이었던것이다 ~ !
오오 ! 나의 스마트폰이
나의 스타일을 단숨에 구겨버리는 불행의 씨앗이었고
나를 따라 댕기면서 나의 행복을 갈가 먹는 고약한 "마귀할멈" 이 되었던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페인에 입국하고 난다음부터는
산길 시골길로 이어지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인터넷 불통의 고통이 날마다 깊어갔던것이다
날마다 숙소에 도착하는 즉시 wifi가 잡히면 가족들에게 사진을 전송하고
지인에게 메시지와 사진도 보냈지만 어떤날은 되고 어떤날은 전송불통으로 멈춰있는것이다
그래서 나는 뺨쁠로냐에서 스페인 국내 유심칩으로 갈아 끼웠었다
허지만 그것 역시 알베르게의 리셉션룸에서 벗어나면 꽝이 되어버는것이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다 잘 되는데 나는 전혀 사용할수 없는가 ?
이러한 절망의 시간이 나를 힘이 빠지게 하고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게 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머물때 본 거리의 모습은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여행자들의 천국이었다
거리에서 여행가방을 끌고 가는 여성과 남성 할것없이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자신감 넘치게 자신의 숙소를 찾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 !
스마트폰으로 길을찾고 집을 찾고 맛집을 찾고 관공서를 찾고
숙소를 예약하고 능수능란하게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독립된 인격체의 여행객들이 너무나 부럽고 멋져 보였던것이다
그상대적인 박탈감에 울고있는 나 루시의 마음을 아는가 모르는가 ?
어느 알베르게에서인가 한국인 친구를 만났었다
아주 젊은 커플이었는데 나의 고충을 듣고 안타까워 하면서
나의 스마트폰을 너무나 열심히 점검해주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wifi가 불통이니까 사진이 업로드가 되지를 않아서
강열한 결정타가 되고있는 절망깊은 시간이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소중한 시간을 메모리하는것을 멈출수는 없는것이다
까미노는 운명의 길인것이다
배낭의 무게는 내인생의 무게이고
누가 나대신에 가줄수 있는길이 아니며
내가 두발로 걸어서 가야하는 길인것이다
이러한 적색경보가 울리는 까미노에서
날마다 새로운 얼굴을 만나기도 하고 아는 얼굴들을 다시 만나서 기쁨에 잠기기도하였지만
발의 통증이 심해서 자다가 깨어나기도 하고 울고 웃는 날들의 연속이 바람의 속도로 지나가 버린것이다
그러나 나의 돌맹이 수집은 맹열하게 엄숙하게 날마다 진행되고 있었다 (ㅋㅋㅋ)
우리 아이들이 날마다 나의 가방의 무게를 줄이라고
그토록 열심히 걱정해준것을 뒤로 한채로
나는 왜 맹목적인 고집불통으로 나스스로를 이렇게 바보로 만드는것일까 !
이러한 나의 모습이 나도 싫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도리가 없는것이다
이러한 나자신이 나의 모습이고
내인생의 무게에 돌맹이까지 얹어서 등짐을 지고 끙끙거리면서
힘든 인생의 항해를 실현해가는 나는 미련한 곰탱이인가
메세타고원의 못말리는 사랑스러운 악당인가 ㅋㅋㅋ
아르헨티나 친구 브라질리아 친구 인자한 프랑스 할아부지 그리고 기품있는 미소의 독일 여성 등등은
안아주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우연한곳에서 다시 만날때 마다 커다란 기쁨과 환호성을 선사하는 귀한 하늘의 선물이었던것이다
이제 왕성한 생명감이 넘치는 검붉은땅 메세타의 끝자락을 향해서 달리는 순례자
하늘의 천사들이 걸어가는 이길위에는
오늘도 어제처럼 빛나는 태양이 인간을 향하여 뜨거운 사랑의 열정을 뿜어내고 있었다
언제 부터인가 조금씩 등쪽에서 오른쪽 뺨을 향하여 쏱아지는 뜨거운 햇살이
걸어가면 갈수록 얼굴의 정면에서 빛나기 시작하는것이다
그래서 뒤를 돌아 보고 이길이 잘못된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하면서 걸었다
그래서 지도를 찾아 펼쳐보니까 까미노의 지도가 지중해 바다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랬다 언제나 아침마다 순례자들의 등뒤에서 떠오르고 하루종일 등에서 쫒아오면서 순례자들을 편안하게 걷도록
해주던 태양이 이곳에서는 잠시 순례자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순례자들의 정면에서 길을 안내하고 있었던것이다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에서 레온으로 가는길은 평탄하고 지나간 시간들을 음미해보는 평화로운 사색의 시간이었다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에서 가장 소중했던 기억은
16세기 악인이 등장하는 그당시 유행했던 소설 악녀 후스띠나 (La Picara Justina)는
세르반테스의 동키호테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쓰게된 소설이었을것이란 생각과 함께
내영혼을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했던 동키호테에 해한 추억만으로 행복이 충만해지는 여행이되고 있었다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를 떠나 에슬라 강위의 돌다리를 건너면
로마시대의 유적지가 남아있는 아주 작은 마을 비야로스 데 만시야를 지나가게 되는데
이곳은 여름철이되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바라기가 순례자들에게 즐거운 비명을 자아내게 하는곳이라 한다
다음 마을인 뿌엔떼 비야렌떼까지는 1.5km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까미노 표식을 따라 뽀르마 강위의 다리를 건너면 뿌엔떼 비야렌떼 마을인것이다
마을을 이어주는 이다리는 까미노에서 만나게 되는 가장 독특한 모양의 다리가 될것이다
이제 짧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을 만나게되고 언덕에 올라서면 아르까우에하에 이르게되는것이다
알베르게가 있는 마을을 지나고 공동묘지가 있느곳을 지나서 황토색 짙은 흙길을 걷게 되는것이다
아르까우에하에서 발델라뿌엔떼로를 지나는 까미노에서 몇개의 공장건물과 농작물 창고를 통과해야 하고
그공장 지대를 벗어나면 뽀르띠요 언덕의 정상에 이르게 되며 16세기 스페인의 독특한 건축야식으로 지어진
산 마르꼬스 호텔을 볼수가 있는것이다
이제 레온의 대성당이 뽀르띠요 언덕에서 희미하게 보이게 되는것이다
레온에 도착할려면 아직도 6km의 먼거리를 걸어야 하는것이다
이곳에서는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지점이고 도로를 횡단하는곳도 있어서
신중하게 행동해야하는 힘든 시간의 까미노가 되는것이다
내리막길의 언덕은 발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고통이 되는곳이기도 한것이다
까미노를 떠나오기전에 평생처음으로 병원에서 연골주사를 맞기도 했었지만
무릎은 아픈줄 몰랐는데 오른쪽 발톱이 빠지는 고통이 이어지면서
내리막길을 만날때마다 긴장하지 않을수가 없는것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은 잘못하면 미끄러질수도 있기 때문에 여간 신경쓰이는것이 아닌것이다
까미노의 전보행도로는 스페인의 국가가 목숨을 걸고 관리하는듯 건강한 보도였었다
정말 휼륭한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는것이었고
보행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의 마음을 읽을수가 있어서 감탄하고 부러워한적이 한두번이 아닌것이다
어떠한 내리막길이라도 돌과 자갈이나 모래가 있어서 미끄러질 위험이 있는곳이 없었다
그런곳은 반드시 돌과 자갈 모래를 치우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경쓴 흔적이 보였던것이다
내가 발이 아프기 때문에 까미노의 전구간을 내리막길에서는 언제나 백워킹으로 걸었다
나처럼 백워킹으로 걷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고 모든 사람들이 볼수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어떤때는 다른 사람과 함께 걸을때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어서 걸었다
양쪽의 발이 모두 물집이 잡히고 아픈 상황이고 오른쪽 발의 엄지발톱이 빠져서 제대로
걸을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백워킹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던것이다
그러면 어떤 순례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고 어떤 분들은 왜 그렇게 걷느냐고 묻기도 하는것이다
그래서 나는 발이 아파서 그런다면서 백워킹을 하게되면 발의 통증이 없이 걸을수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었다
나중에는 "너도 그렇게 해봐라 아주 쉽게 내리막길을 안전하게 내려갈수있다" 고 설명해주기도 했었다
그러면 그들도 신기한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하기도 하고 엄지손을 치켜세우면서 격려하기도 하는것이다
그래서 까미노에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것이다
정말 그러하다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언제나 사고가 발생하기가 쉬운것이다
백워킹은 그만큼 조심스러운 동작이 수반되기 때문에 넘어지는 일없이 훨신 쉽게 내리막길을 걸어낼수가 있는것이다
뿌엔떼 까스뜨로에 도착하여 노란 화살표식을 따라 다리를 건너 레온에 도착한것은 오후 한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유서깊은 베네딕또 알베르게를 찾았을때 배낭을 길게 늘어 놓고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방배정을
기다리는 순례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이곳 알베르게는 고풍스럽고 거대하게 높은 건축물에서 부터 오랜세월의 흔적이 위풍당당해 보였고
수녀님들과함께하는 봉사자가 많았다
중세때의 순례자의 안내서에는 레온을 모든 행복이 넘치는 곳이라고 묘사되어 있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여드는
세계각국의 언어들로 말하는 순레자들의 모습들은 다양하고 긴 먼길을 걸어온 피곤함은 어디론가 사라진듯
생기 발랄하고 새로운 기대감으로 넘처나는 그들과 함께 레온에서의 평화로운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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