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cianos(베르시아노스)에서 Mansilla de la Mulas(만시야 데 라 물라스)로 가다

2024. 8. 31. 12:46꿈속의까미노순례길

(베르시아노스Bercianos)에서 Mansilla de la Mulas로 가다 26.7km Albergue Municipal 5.00uro 식품 5.00uro (5/21 2018 20 번째날)

 

레온지방의 잊혀진 마을에서 새롭게 마을이 형성되고 발전하여 성당이 생겼으며 이곳의 첫거주자가

엘 비에르소(El Bierzo)출신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베르시아노스(Bercianos)라고 한다

 

새로운 성당이 세워지고 예전의 사제관(Casa Rrctoral)에

있었던 낡고 지저분한 알베르게는 친절하고 쾌적한 곳으로 변화되었다

이곳으로부터 마지막 목적지인 만실라(Mansilla)까지의 거리는

26.7km이고 순례자들은 끝없는 직선으로 이어진 길을 걷게된다

 

점토와 짚으로 섞어 만든 흙벽돌로 지어진 집과 흙으로 만든 담장과

그리고 바위를 파서 만든 저장고에는 포도주와 돼지로 만든 전통음식을 보관하고 있는

까스띠야 지방의 전통깊은 전원마을의 건축물과 만나게 되며 작고 아담한 마을을 지나가게된다

 

이곳으로 부터 7.8km에 있는 엘 부르고 라네로 (El Burgo Ranero)는

옛 까미노의 흔적이 남아있고

여러가지 형태의 편의시설이 있어서 순례자들이 머물기에 좋은곳이다

그리고 마을의 작은 연못과 저수지에는 강우량에 따라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솔개 까치 황새 제비 부엉이 참새 수리부엉이 등의 철새들의 좋은 안식처이기도 한것이다

 

그래서인가 마을이름이 라네로(Ranero:언덕이 있는땅)에서 유래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라나(Rana:개구리)에서 나왔다고도 전해진다

엘 부르고 라네로(El BurgoRanero)에서 12.8km의 전방이 있는 렐리에고스(Reliegos)는

인구가 아주 작은 마을로 로마시대의 가도가 지나가던 곳이며

이곳에는 포도주 저장고로 이용하기 위해 파놓은 굴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은 포도주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방치되어 있는것이다

마을 곳곳에는 벽돌과 흙으로 지은 아랍식 지붕이 있는 건축물들이 순례자의 눈길을 끌고

이곳 마을의 성당에는 12세기 초기의 고딕 양식 성모상이 보전되어 있어 마을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렐리에고스(Reliegos)에서 5.9km 전방에 있는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Mansilla de las Mulas)에는

뽀르마 평원과 에슬라 평원을 만나게 되는데 광활한 포도밭과 온갖 종류의 과수원을 지나게 된다

 

또한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에는 중세식의 축제가 매년 7월의 마지막 주에 열린다 그리고

도시전체가 중세식 의상을 입고 중세 기사들의 결투를 재현하면서 전통음식축제를 즐긴다고 전한다

8월의 마지막주에 열리는 산 페르민 축제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토마토 축제(Feria del Tomate)가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토마토 축제(La Tomatina)는 빨렌시아의 작은 마을인 부뇰(Bunol)이 유명하지만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에서도 토마토 축제가 열리고 토마토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문화를 즐길수 있으며

산 마르띤 축일에는 그지역에서 생산된 곡식으로 성대한 음식 축제가 열린다는것이다

 

스페인을 여행할 기회가 온다면

이러한 스페인의 축제를 기억하고 참여하는것은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이 될것이다

 

만시야 데 물라스에는 16세기에 유행하던 소설

악녀 후스띠나 (La Picara Justina)의 주인공이 살았던 마을있다는것과

이곳에 있는 산도발 수도원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운것이다

 

돈 뽀세 데 미네르바의 전설같은 의하면 그는 모로코에서 포로로 잡혀있다가

자유를 찾아 산띠아고로 순례를 떠났다

 

그런데 산띠아고에서 돌아오는길에 병에 걸린 그는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고 이병원은 그가 포로로 지내는 동안

소식이 끊어졌던 아내 "에스떼파니아"가 세운것이었다고 한다

 

그가 발을 씻는 동안에 그의 아내가 남편을 알아보았고

그들은 재회를 기념하기 위해서 산도발 수도원을 세웠다는것이다

 

아내와 재회하는 돈 뽄세 데 미네르바의 전설속에서도

새옹지마의 명언이 떠오르게하는

하느님이 예비하시는 자비로움이 깊은 감동을 주고있는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하늘을 감동시킨다 !

 

망망대해의 섬에 유배된 죄인처럼

모든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것은 고독인것 같다

인간이란 혼자서는 살수 없는 존재라고

작대기 두개가 서로 기대고 있는것이 사람"인"자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소망하는 동행자가 필요하겠지만

인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눈물겨운 홀로서기가 될것이다

외로운자여 눈물짓지 말지어다

메세다 고원의 혹독한 고독이

너를 뜨거운 태양의 용광로속에서

단련시키고 훈련시켜서 자유로운 영혼이되게 할것이다

 

모레알처럼 수많은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다시 태어난 베르시아노스의 이른 아침

내가 기대하지 않았고

약속하지 않았던 어긋난 만남의 기억들을 이별의

저편 망각속에 남겨두고 바람처럼 떠나가는 순례자의 아침을 맞는다

이제 밝아오는 동녁하늘의 붉은 햇살을 뒤로 하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따라 걸어가야하는것이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오늘이 시작되고 있는것이다

 

베르시아노스에서 만시야 데 라 물라스까지의 거리는 26.7km

결코 가볍게 걸어 낼수있는 짦은 거리는 아닐것이라는 중압감이 몰려온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오늘의 목적지 만시야 데 라 물라스가

스페인 문학의 한장르로서 16~17세기에 유행했던

작가 미상의 소설 악녀 후스띠나 (La Picara Justina)의 주인공이

살았던 마을이라는것이 흥미진진해지면서

오늘 하루의 고행에 밝은 햇살이 빛나고 발걸음이 빨라지는것이다

 

오늘 이곳에서 만나게되는 악녀 후스띠나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나게 하는 추억의 시간이게 한것이다

 

내가 어린시절 호기심 가득한 열정으로 어느날인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게 되었는데

인간심리에 대한 작가의 천재적인 인물묘사와 역동적인 스토리의 반전

그리고 기발난 위트와 넘치는 유머가 얼마나 놀랍도록 재미있 었는가

혼자서 혼절할듯이 깔깔 대고 웃었던 기억이 새롭고 잊을수가 없는것이다

 

 

스페인은 돈키호테 하나만으로 위대한 부자 나라인것 같아서 지금도 몹시 부러워진다

악녀 후스띠나도 결국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파생된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돈키호테을 능가하는 작품이 이세상에 없다는 천재성과 희귀성

반전의 묘미는 세상의 어떤 작가도 흉내낼수없는 독창성으로 그빛를 발하고 있는것이다

그래서 나는 돈키호테의 나라 스페인의 영원한 광팬인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끝날것 같지 않았던 메세다고원의 고독과 타는 목마름과

땡볕과의 사투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걸어갈수 있있던것은

폐부를 씻기우는 청정한 바람과 시시때때로 변화되는

신기루같은 마을의 자연풍광이 걷는 행복함을 선사했던것이다

 

인적없는 광활한 벌판에 펼쳐지는 포도밭과 끝없는 밀밭의 푸른 향연이

태고의 고요로움속에 안주하는 기쁨인듯

한없는 자유로움속의 평화가 충만한 시간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혼자되는 고독을 형벌인듯 못견디어 하는가 하면

또다른 누군가는 혼자되는 고독을 신의 선물인듯

자신을 들여다 보는 거울로 삼고 소중한 영혼의 산책에 반기를 들지않는다

 

배정받은 알베르게의 침대는 불편하다

언제나 배려깊은 호스텔리어의 친절함은 이층침대의 아랫층이 나의 차지가 되는것이다

 

잠잘때는 아무 불편함이 없는 편안함을 선사하지만

발이 아파서 치료를 할려고 앉게 되면 목을 자유롭게 세울수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한다

 

그러한 자세는 절대로 오래 앉아 있을수가없는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그래서 치료도구를 챙겨들고 침실 밖으로 나와서 침실과 침실이 연결되는

길다란 통로의 중간에 높은 기둥이 두개가 있고 창밖의 풍경이 보이는 곳

3~4명이 마주 보고 앉아서 놀기 좋은 공간에 철썩 주저 앉아서

파스와 반창고의 치료의 흔적이 엉망진창인 발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순간이었다

멀지 않은곳의 엘리베이터문이 열리면서 두사람의 여자가 가까이 오면서 탄성을 내지르는것이다

" 하이 루시 " 깜짝 놀랐다

나의 이름을 연속적으로 부르며 달려오는 여성들은 일주일전 부르고스에서 나를 버리고

도망쳤던 그문제의 젊은 여성들인것이다

 

아마도 그녀들은 저녁식사를 하고 침실로 돌아오는 중인것이다

너무나 반가워하는 그녀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안전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길게 말하고 싶은 상황이 아니라서 그날을

잘 보냈다고 말했다

멀지 않은곳의 알베르게를 찾아서 그밤을 따뜻하게 보냈노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집요하게 그날의 밤 일정을 수사관이 심문하듯이 질문을 해왔었다

아마도 나를 버리고 도망친 결과가 된것이 몹시도 마음에 걸렸던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밤 난데없이 나타난 자동차를 얻어타고 2km 전방의 알베르게로 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들이 엉뚱한 오해를 하게 할수는 없는 일인것이다

그래서 어디 쯤에 있는 무슨 알베르게에 머물렀다고 시간과 장소를 말한 후에야

안심을 하고 나의 말을 인정하는것이었다

 

내가 묵었던 알베르게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알베르게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들이 그곳에서 밤을 보낸것으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곳의 알베르게을 지나서 무척 오랜 시간을 헤메인것이었고

그날밤의 휴유증이 지금도 남아있다는 말을 했었다

 

내가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던 그날밤의 일들을 꼬치꼬치 캐묻고서야

두여성은 자신들의 방을 찾아서 떠나갔다

 

나는 이제 잠시동안의 멈춤동작에서 풀려나서 다시 양쪽발의 치료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후인가 은발의 덩치가 큰 백인 남성이 맨발로 걸어와서 내앞에 마주 보고 앉는것이다

 

두개의 기둥을 사이에 두고 벽에 기대어 앉아서 발을 뻗으면 그발이 바로 내앞에 와서 닿을수 있는것이다

아이고 아이고 얼마나 당황스러운것인가 ?

그렇게 마주 보고 앉아서 서로의 눈을 마주 치고 웃지 않을 수가 없는것이다

 

금발이 은발로 변질된 눈이 커다란 남자 잘생긴 얼굴은 닥터 지바고의 주인공 오마 샤리프 같았다

아무말없이 내앞에 맨발로 걸어와서 앉아 있는 이남자를 어이해야 하는가 ?

 

그사람의 발은 양발 모두 물집이 잡혀서 어떤것은 터졌고 어떤것은 발가락 사이까지

잡힌 물집이 몹시도 아팠을것이란 상황이 전광판의 광고선전물 처럼 명확하게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것이다

내성격 특유의 깔깔 거리고 잘 웃는 웃움보가 터져서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우리들의 광경을 바라보며선서 함박웃음을 보내면서 지나가고 있었던것이다

 

이남자는 나에게 어떤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두발을 나에게 내밀고 무턱대고 앉아 있는것이다

어쩌란 것인지 어이가 없는것이다 ㅋㅋㅋ

 

내가 말많은 사람을 싫어한다는 정보를 어디서 입수해온 남자같은

얼굴이 유난히 하얀 은발의 잘생긴 오마 샤리프는 그렇게 내앞에 떡 버티고 앉자서 마냥 나를 바라보고 있는것이다

 

내발의 치료가 끝난 다음에 내가 그남자의 커다란 발을 잡고 물집을 터트리고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거즈로 감고 반창고로 마무리한다

물집이 한두개가 잡힌것이 아니어서 바늘에 실을 꿰어서 늘어뜨리고 하는 기다림이 필요한 처치는 할수가 없기 때문에

예리한 바늘로 양쪽끝의 물집을 터주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니까 아프다고 하면서 커다란 몸집의 사나이가 어린아이처럼 응석을 부리는것이다

그래서 내말이 유아 마이 베이비 그가 되받는 말이 아임 유어베이비 가 된것이다 ㅋㅋㅋㅋ

이름도 성도 모르는 두남녀가 만인이 보는 가운데 유아 마이 베이비 하면 아임 유어 베이비 하면서

땅바닥에 앉아서 발을 잡고 아프다고 도망치면 잡아 댕기는 이런 장면들이 얼마나 웃기는 것인가 ㅋㅋㅋ

 

그렇게 한쪽 발의 치료가 끝났을때 그남자가 말했다 "되었다.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는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안된다. 다른쪽 발도 치료해야 된다" 고 했다

그러나 그는 " 너무 많이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그만해야 된다"는것이다

 

그래서 내말이 "이제 이곳에서 너와 내가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수가 없는것이다"

그리고 "너의 발을 오늘 치료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내가 말했다

 

나의 의약품도 거의 바닥이 난 상태였고 그남성은 미안해서 "그만하겠다"는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사람의 발을 잡고 다른 발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바닥의 앞과 뒤까지 모두 물집이 잡힌것들을 터주고 약바르고 거즈로 봉하고 반창고를 붙여서

마무리 작업중일때 벽에 기대어 있던 이남성은 스스로 옆으로 드러 눕고 눈을 감고 잠이 든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고 물집이 제거되었으니까 통증이 사라져서 기분이 좋아지고 잠이 오나보다 했던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눈의 흰자가 보이면서 숨을 헐떡이는것이다

으악 ! 얼마나 놀랐는가

외마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서 그사람의 가슴을 풀어헤치고 사람들을 부르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게된것이다

잠시동안 아무도 없었다

얼마나 놀랍고 다급한 상황인가

그사람을 두고 어디로 사람을 부르러 갈수도 없어서 소리를 치고 있는데

문제의 두여성이 허겁 지겁 옆방에서 뛰쳐나온것이다

 

그리고 그젊은 두여성들은 응급처치에 대한 상식이 나보다는 한수위인것 같았다

괜찮다고 하면서 한사람은 덩치가 곰같은 그남성의 머리쪽에 앉아서 가슴을 마사지 하고

다른 한여성은 그남성의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고 능숙한 솜씨로 마사지를 하는것이다

 

아이고 머니나 나는 너무나 놀라서 병원에 가야하는것 아니냐고 하니까

괜찮다고 하는것이다

정말 괜찮은가를 몇번씩 물어 보다가 나의 침실로 돌아왔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 때문에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를 않았다

알베르게 식당에서 열리는 봉사자들이 베푸는

친교의 다과파티는 흥겨운 음악과 함께

합창소리로 마냥 즐거운 시간이 이어지는듯 왁자지껄하였다

 

저녁때 보아둔 알베르게 앞의 카페가 생각이 나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직은 취침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서인가

카페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히 넘쳐나고 있었다

카운터로 향하는 나의 눈앞에 한무리의 순례자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등을 보이고 앉아 있던 남성이 갑자기 돌아서서 인사를 하는것이다

 

문제의 사나이 오마 샤리프 였다

괜찮다고 하면서 멋쩍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보이는것이다

아마도 창문 넘어로 내가 카페로 들어오는것을 보았던 모양이었다

 

부르고스에서 나를 버리고 도망쳤던 젊은 두여성과의

재회가 보여주는 웃지 못할 헤프닝 ~

그리고 아무런 대책없이 까미노에 나선

남성의 애교어린 무모한 까미노의 도전은

나에게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추억의 향기로 남을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