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dengos del Paramo(비야당고스 델 빠라오)에서 Astroga(아스또르가)로 가다

2024. 8. 31. 12:19꿈속의까미노순례길

Villadengos del Paramo(비야당고스 델 빠라오)에서 Astroga(아스또르가)로 가다 28.5km 5/24 2018 (23번째날) Albergue Siervasde Maria

엄마를 지명수배

 

오늘은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라고 한다

오늘도 어제 처럼 밝은 태양은 떠오르고

지평선 넘어 보이지 않는 내일을 향하여 달려간다

지평선 넘어 보이지 않는 행복을 찾아서 달려간다

 

세상의 어떤것도 멈춰진것은 없다

기쁨도 슬픔도

뼈를 깍는 고통 또한 지나는것이다

까미노란 지상에서 영원으로가는

맨발의 산책이다

나를 온갖 욕망의 소용돌이에서 건저올리는

고귀한 영혼의 두레박이다

엄마의 따뜻한 자궁안에서

보이지 않는 바람같은 입김으로

생명의 심장이 뛰었을때

너는 이우주의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되었다

 

눈물겨운 감사함이요

눈물겨운 기쁨이요

눈물겨운 가장 위대한 사랑이 되었다

 

그리하여

네가 이세상에서 얻어야 할것이란 없다

 

오직 주어야 할 사랑만이

너의 존재 의미가 되는것이란다

이것은 나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그분의 지상명령이었다

아가야 너는 그분의 지상명령에 동의하는가 ?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

 

메세따 고원의 붉디 붉은 흙바닥에 주저 앉아서

발버둥 치며 울었다

목을 놓아서 울었다

땅끝까지 울리는 비명의 통곡이

빨간 핏방울이되어

천지사방으로 메아리되어 펴져나갔다

 

오오 하느님 나는 용서할수가 없습니다

용서하라는 당신의 계명을 지킬수가 없습니다

나를

나를 죽음의 골짜기로 떨어지게 하소서

 

까미노 천년의 역사안에서

맨처음으로

주님께 항거하는

천둥벌거숭이 가롯유다가 되어

천지가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토로하였던

죽음으로 내달리던

그절박한 고통의 시간은 어디로 간것일까 ?

 

한없는 눈물이 그응답이 되어 날마다 나를 그울음의 바다에서 내영혼의 평안함에 잠기게 하는것이다

 

 

오늘 비야당고스 델 빠라모를 벗어나서

산 마르띤 델 까미노로 가는 조금은 먼 28.5km를 걸어야하는 긴장감이 크다

비야당고스를 떠나서 산 마르띤 델 까미노로 가는길에는

저수지와 수로가 까미노와 이어지고 있었다

 

생명을 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일분일초를 다투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고행을 아는가 모르는가?

 

황토길 양쪽 물웅덩이에서 길바닥으로

이른 아침부터 나들이 나온 골뱅이들이

여린 살점을 들어내고 땅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이미 몇몇은 어둠속에서 사람들의 발아래 희생된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 길바닥의 죽음을 어찌할까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서 지나가면서

무심결에 골뱅이들을 밟고 지나가고 있었던것이다

 

언제인가

어느곳에선가

오늘과같은 수로가 있는 곳을 지날 때 였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작은점 처럼 보였던

어느 스페인의 인자한 노인한분이 새벽부터 길위에서

골뱅이를 줍고 계셨던것이다

 

커다란 소쿠리 같은 것을 들고 계셨는데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가까이 가서 물어 보니까

영어를 잘 몰라도 알아 들으시고

소쿠리안을 보여주시면서 환하게 웃으시는것이었다

그리고 스페인어로

이것을 잡아다가 맛있는 요리를 만드신다고 말씀하셨던것이다

 

오늘 이곳에는 왜 그런 할아버지도 안계시는것일까 ?

나의 갈길이 아무리 멀고 바빠도 내가 그냥 지나갈수는 없었던것이다

 

나는 열심히 걸으면서 아침 나들이 나온 골뱅들과의 씨름을 멈출수가 없었다

 

내가 걸어가는 길 경계선안에서 기어가고 있는 골뱅이들은 모두 나의 손에 잡혀서

물로 돌아가는 생환의 기쁨을 누리게 된것이다

 

산 마르띤 델 까미노에서 아스또르가까지는 24km이다

내가 어제 선택해서 걸었던 비야르 데 마사리페 루트는

아스또르가 까지는 29km 이고 8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이렇게 두갈래로 나눠진 까미노는

오르비고 다리를 건너기 전에

하나로 합쳐지고 출구에서 다시 나누어진다

산 후스또 데라 베가을 가기전에 다시 또르비오 십자가에서

하나로 합쳐지고 오늘의 목적지 아스또르가에 이르게 되는것이다

 

공해지역의 자동차 소음과 먼지를 피하여 걸어가는

붉은 황토색의 까미노는

어떤말로도 표현되지 않는 친근감으로

끝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생명의 길이다

따뜻한 정감이 느껴지는 붉은 황토 한줌이면 우리 조상들이

빚어 만들었던 도자기들이

이곳에서도 재현될수 있을것이란 생각을 하기도 하는것이다

 

그렇다 그 황토색의 붉은 빛이 너무나 강열한

건강한 생명력으로 느껴졌던것이다

 

이 땅에서 자라는 밀과 포도나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농작물들이

우리나라 농산물처럼 달고 맛있는

향기를 지녔을것이란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저수지와 수로의 경우도 그러하였다

넓은 국토에 두껴운 벽돌을 한글의 디긋자 모양으로 구워서

그것을 끝없이 나란히 이어서

물이 항상 졸졸 흘러가게 함으로서 스페인의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어낸

그들의 끈질진 정성에 감탄하고 감동하는것이다

 

한두곳도 아닌것을 전국토에 수로를 깔아서 농작물을

화초처럼 가꾸는 그들의 정신에 놀라움을 금치못하는것이다

 

천년만년의 견고함으로 아름다움까지 과시하고 있는

돌로 만든 길고 긴 도로 포장길은

땅바닥에 깔려있는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되고 있었던것이다

 

마을마다 지역마다 그색깔과 디자인 다르고

그곳에서 쓰여지는 재료 또한 똑같은것이 하나도 없었던것이다

 

그곳 그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들은 검은돌 일수도 있고 자갈 돌일수도 있는것인데

아무튼 엉뚱한곳에서 억지로 임시변통으로 들여오는것이 아니라

그지역에서 구할수있는것들이 그들이 쓰는 재료들이었으며

이러한 장인들의 건강한 사고력과 창조정신은

 

집을 지을때도 담장을 쌓을때도 언제 어느곳에서나

통용된다는 사실은

휼륭한 선진대국의 근본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얼마나 부럽고 감동스러웠는가 모르는것이다

 

순례자들을위한 천년의 노하우가

길바닥에 깊이 깊이 새겨지고 포장되어 가는곳 마다 신비롭고 아름답게 깔려있는것이다

 

거친 땅바닥을 뚫고 끝없는 생명력으로 피어나는

작은 꽃들의 어여쁜 몸짓들은

공업지대를 벗어나기위해 선택한 15lkm가 넘는 푸른 평원의 대장정을

아기자기한 꿈결같은 시간으로 채우게하는 평화로운 하늘의 산책길이 되게 하였다

 

해마다 5월이면 내가슴속에도 피어나는 빨간 장미 꽃송이들은

내소중한 세딸들의 형상으로 내가슴속으로 파고드는 그리움의 꽃송이들인것이다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어여쁜 장미꽃송이들의 향기는

내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내가슴속에서 퍼올리는 이슬처럼 영롱한 작은 생명의 물줄기들인것이다

아담한 농가의 담장앞에 홀연히 피어있는

커다란 분홍빛 장미꽃의 한송이의 화사함이 분주한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정다운 작은 마을을 지나가고 아스또리아가 멀지 않은 평원을 걷고 있을때

우람하고 건강한 몸매의 아름다운 멕시코의 모녀 두사람을 다시 만났다

 

기쁨에 찬 환호성을 지르면서 반가워하는

그들 모녀와의 만남은 메마른 삶의 고급한 에너지가 되는 하늘의 축복인것이다

 

이제 아스또르가 순례자들이 좋아하는 전통음식 두가지를 말한다면

고기로 만들어지는 꼬시도 마라가또(Cocido Maragato)와

버터가 들어가는 만떼까다(Manrecadas)라는 과자가 있다

 

아씨시의 성 프란시스코가 산띠아고 순례길에 병이나서 이곳에서 치료받았었고

뒤늦게 이것을 알게된 이곳 사람들이

그에게 이곳으로와서 수도원을 세워줄것을 부탁하였는데

본인은 오지 않고 자신의 제자를 보내서 성 프란시스코 수도원을 건립했다고 하며

카톨릭이단자 쁘리실리아노가 이곳 아스또르가에서 처형당한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아스또르가에는 가장 중요한 산따 마리아 대성당(Catedal de Santa Maria)있으며

로마네스크와 고딕 그리고 바로크 양식이 혼합되어있는 최고의 성당인것이다

초기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을 확장하면서

고딕양식이 되었는데 성당내부의 아름다운 성모상은

스페인 로마네스크의 가장 아름다운 성모상이라 한다

 

꼴론(Colon:콜럼버스)이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지 25년후에 만든 작품으로서

카드놀이를 하면서 파이프를 물고 있는 꼴론의작품은 유럽인들이 흡연습관을 보여주는 최초의 작품이라 한다

 

아스또르가에서 빼놓을수없는것은 주교궁(Palacio Episcopal)으로서

오늘날에는 박물관으로 사용되지만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환상적인 현대 건축물인것이다

그외에 에스빠냐 광장에는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파사드(출입구 정면) 끌라비호 전투의 군기가 소장되어있는

아스또르가 시청과 쌍둥이 탑 그리고 도시의 상징인 시계탑이 있고 두사람이 망치로 종을 치는 형상을 볼수가 있다

그리고 또한 도시에 남아있는 성벽은 로마인들이 회반죽과 돌로 지은것으로 13세기에 보수된것이라고 한다

 

아스또르가로 향하는 오늘의 길위에는

지금까지 끝없이 이어지던 밀밭의 모습은 사라지고

포도밭과 호밀밭을 지나가고 황토색 짙은 들길 저멀리

푸른 소나무숲이 무성하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힘들게 걸어서 철제다리를 건너면

산따 마리아 대성당과 환상적인 가우디의 숨결이 느껴지는

에스빠냐 광장의 박물관 앞에 도착하게되는 아스또르가의 감회어린 시간이되는것이다

 

천년의 역사의 까미노

그아름다운 현장에 내가 서있다는 기쁨

그것보다 더 귀한 은혜가 어디에 있겠는가 !

생명을 주신 하는님 감사합니다

 

내가 비야당고스 델 빠라오에서 아스또르가에 이르는 28.5 km의

오늘 일정을 끝내고 목적지 알베르게에 도착한것은 오후4시경이였다

빨래할것과 샤워용품을 챙겨들고 샤워실로 가는 나를

급하게 잡아 세운것은 몇몇의 알베르게 봉사자들이었다

 

그곳의 알베르게는 3층으로 샤워실은 2층에 있었는데

십자로처럼 복잡한 구조의 이층의 샤워실 복도는

마치도 리셉션 룸처럼 넓은 곳이었다

 

세사람의 봉사지들이 무리를 이루고

"당신이 루시 아니냐?"고 물어서 깜짝놀랐다

그들 각자가 펼쳐든 스마트폰에는

나의 얼굴사진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들의 얼굴에는 무슨 큰일을 해낸 용사처럼

득의에 가득찬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내가 루시가 맞다고 말하자

너의 가족이 너를 급하게 찾고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내말이

"누가 무슨일로 나를 찾는것이냐"고

놀라서 되받아 묻게 되었다

 

가슴이 철렁내려 앉는 걱정을 하면서도

딸들에 대한 나쁜일이 아니라면

절대로

"나는 지금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생명을 건 까미노에 대한 응집된 내사랑의 표현이 되기도했던것이다

 

어쩌다가 나는 이 먼곳 까지와서

까미노 현장의 뉴스의 촛점이 되어어야 하는가 ?

 

"아고아고 어쩌나 " 하는 부끄러움이 나를 못견디게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인터넷 연락이 두절된 나를

우리 둘째딸이 까미노 연합되를 통하여

스페인의 모든 알베르게 사무실에 지명수배를 내렸던것이다

처음에 나는 한국대사관에서 연락이 온 줄 알았었다

그러나 지명수배가 내려진 결과는

우리집에 무슨일이 생긴줄 알고 한동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ㅋㅋ

 

덕분에 리셉션룸 바로 옆에 있는 나의 방을 못찾아서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사무장님이랑 한참 동안 방찾는다고 헤메기도 하고

빨래도 못하고 알베르게 식당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만 해결할수가 있었다

그날따라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하여 선택한 방은

지명수배 사건으로 30분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사이에

나의 침실에 나중에 도착한 사람들이 점령을 하고

침대마다 자신들의 소지품으로 침대를 가려놓아서

그방의 번호를 보지 않았던 내가 나의 방을

다른방으로

착각을 했던것이다 ㅋㅋㅋ

 

사무장님이랑 정답게 아랫층 이층 삼층을 몇바퀴를 돌아 댕겼는가 모른다 ㅋㅋ

그래도 그들은 내가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 하는것을 괜찮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천사님들이었다

아휴...ㅋㅋㅋ

 

그다음부터 알베르게 봉사자들은 나만 보면 루시가 이렇게 룰루랄라 잘있는데

가족들이 괜한 걱정을 한것이라고 하면서 굉장히 재미있어 하는것이었다

 

전화인터뷰까지 하면서 한바탕의 소동을 일으켰던 지명수배사건은

알베르게 사람들과 까미노 친구들 사이에

나의 닉네임 "Lucy"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던것이다 ㅎㅎㅎ

 

길가다가도 "혹시 Lucy님 아니세요?" 하는 사람이 많았으니까요 (하하하)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

Lucy를 염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는 꼭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으로 오시는 주님의 은혜 가운데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소식이 끊겨진 엄마가 실종된줄알고 노심초사 대한민국 까미노 웹싸이트가

몸살(?)이 나도록 애태우는 sos를 보냈었고

그에 응답했던 모든 까미노 친구들의 뜨거운 사랑의 마음은

 

지구를 몇바퀴씩 돌고 돌아서 메세따 고원의 끝자락에 이르게 되었으며

먼후일 언제까지라도 하느님 은혜 가득한 아스또르가(Astroga)의

Siervasde Maria의 알베르게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꽃으로 타오르게 된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