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세브레이로(O Cebreiro)에서 뜨리아까스떼라(Triacastela)로 가다

2024. 8. 30. 12:26꿈속의까미노순례길

오세브레이로(O Cebreiro)에서 뜨리아까스떼라(Triacastela)로 가다 20.7km 8.00 uro 식품7.00uro 식사 6.00uro 5/29 2018 (28번째날)

 

작열하는 태양

숨막히는 메세다 고원의

아스라한 지평선을 벗어나서

 

스페인의 메마른 심장을 뛰놀게 하는

맑은 물줄기가 시작되는

초록으로 물든 산길을 따라 걸었던

까스띠야의 마지막 경계선에서 만나게 되는

오세브레이로(O cebreiro) 마을의

산정산의 알베르게는

천년의 신비로움으로 가득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알베르게는 시립이어서인가

부엌은 있었지만

숫가락 그릇 접시 냄비가

하나도 없고

커다란 타원형 후라이 팬 하나만 있어서

저녁 먹으려고 나가는 길에

로비 바닥에 주저 앉은 청년이

인사를 한다

루시님 ! 안녕하세요

ㅎㅎㅎ

 

어떻게 나를 정확하게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것인가?

 

반갑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보아하니 반바지 차림의 다리에

물집이 생겨서

절대로 그냥 아물지는 않을듯이

심각한 상흔을 남기고 있었다

 

이 심심산중에 병원이 있을리가 없고

그렇다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비상약도 바닥이 난 상태여서 도와 줄수가 없었다

 

열혈청년들은 덥기 때문에 반바지 착용을 즐긴다

보기는 좋고 착용감도 좋겠지만

벌레의 공격에서는 안전하지가 않은것이다

 

어쨌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약품으로 소독하고

저녁은 자신이 가지고있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고 해서

산아래 예쁜 마을로 가는 돌계단을 내려갔다

 

산아래 마주 보이는 언덕에는 멋들어진 초현대식 건물들이 있고

계단으로 내려갈때마다 단정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상가와 음식점들이 성업중이었다

 

평지가 될때 까지 걸어내려가서 만난 바에는

여러가지 메뉴로 손님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지만

페레그레노 메뉴(peregrino menu)는 보이지 않았다

허기사 순례자들을 위한 Bar는 아닌듯

일반사람들이 친구끼리 가족동반 손님들로 가득했다

 

웨이트레스의 안내에 따라서 바케트에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음료를 주문하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저물어가는 저녁시간의 고즈넉함에 나를 맡기고

늘 혼자 와야하는 이식사 시간의 어색함을

지울려는 내가 못내 안스럽기만 하였다

 

혼자하는 여행의 최대 단점은 식사시간의 즐거움을 빼앗기는것이 될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싫다고 나의 그림자를 떼버리고 걸어가는 사람은 없지 아니한가 ?

 

외로움은 나를 따라 다니는 그림자 같은것이다

외로움은 가장 나를 나답게

만들기도 하지만 나를 가장 빛나게 다듬어 주기도 하는것이다

거울처럼 마주 바라보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끝없는 탐색과 조잘거림으로

나를 향기로운 정원의 주인공이게 하기도 하는것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식당으로 내몰린 날의 난감함은

어쩔수없는 낙인처럼 슬프기도 한것이다

혼자서 밥을 먹어야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태생적인 수줍음인가

창밖의 여자같은 자유로울수 없는 부담감속에서

스페인으로 오기전에 들렀던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서도 모두가 짝을 이루고

앉아있는 레스토랑의 문턱에서 발길을 돌렸던

비감했던 순간이 늘 마음을 아프게 하는것이다

 

오늘 내가 선택한 레스토랑의 야외 식탁은

조망이 멋진 저녁노을이 모든 잡념을 사라지게 하는

달콤한 사탕같아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야가 머릿속에 자동으로 각인되고 있었다

 

저녁식사가 끝난뒤 숙소로 돌아가는길이었다

작은 레스토랑의 야외탁자에 자리잡은 여러명의 가족들이

내가 지나가는 길바닥에서

경쾌한 음악을 들어 놓고 흥겨운 막춤(?)파티를 열고 있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수명이 몰려나와서 열정가득

몸을 흔들어대고 있는 모양이

지구촌 한가족임을 증명해주는듯

우리들과 다를바가 없는 몸동작들이

트위스트세대인 내 어린날들의 추억이 내눈앞에 오버랩되고

나도 그들과 함께 잠시동안 춤실력을 경쟁하듯

기쁨의 환호성이 가득한 시간을 선물하기도 하였다

 

가족끼리 깊은 유대감으로 연결된 사랑의 깊이가

온몸으로 전해오는 그들의 삶이 눈물 겹도록 부럽고 행복해 보여서

나 또한 그들의 사랑에 전염되는 행복한 시간을 간직하게 된것이다

 

오세브레이오 (Ocebreio)는 하늘 아래 천국의 땅인가

이곳은 나에게 무엇인가 알수없는 신비로움으로 가득차게 했던곳이었다

 

해발 1300m의 고지에 하늘 끝자락에 존재하는

까미노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로 알려진 오세브레이오(O cebreio)는

이곳 출신의 엘리아스 발리아( Elias Valina )라는 사제가

순례자들을 위한

노란 페인트 화살표를 처음 만들어 내기도 하였고

 

규격화된 돌로 만들어진 표지석을 세우고

푸른 바탕에 하얀 조가비모양의 안내문양을 만들고

그렇게 순례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왔던 그신부님의 공로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스페인의

전세계적인 순례자 길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며

오 세브레이오 이작은 마을의 입구에서

그리 오래지 않은 1989년에 돌아가신

이신부님의 기념비 앞에 서면 마음이 숙연해 지는것이다

 

밤사이에 비가 내린듯

아침안개 자욱한 땅바닥은 비를 흠뻑 머금고 있었다

내가 묵었던 숙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배낭을 다음목적지로 보내기 위해

바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그곳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아침 7시 15분에 Triacastela로 출발하게 되었다

 

이곳 오세브레이오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갈리시아(Galicia)는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이 손에 잡힐듯 눈앞에 펼쳐지고

구름과 안개가 나의 몸을 감싸안고 걸어가는 발자욱마다 가랑비가 지척이고 있었다

 

산의 정상에서 만나게 되는 고속도로의 철책 넘어 멀리 보이는

여러개의 산봉우리들이 구름속에 빠꼼히 얼굴을 들어내고 섬처럼 보인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순간마다 구름속을 걷는듯 황홀해진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어느덧 오솔길에 들어서면

하늘로 뻗어오른 한껏 푸른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순례자들을 환영하는 꽃처럼 피어난 초록빛 나뭇잎들은

소리없는 환호성을 지르는것 같아서

동화책속의 주인공이 되어진듯 아름다운 감흥에 사로잡힌다

 

태고적의 고요가 향기로운 봄내음을 가득 뿜어내는

숲속을 걸어가면서 알수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것은 눈물인가 빗물인가

아무도 내가 울고있다는것을

눈치잴수가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을때

더욱 세찬 눈물을 폭포수 처럼 쏱아내는

루시는 바보인가 ! 안바보인가 !

때로는

기쁨의 눈물도 피어나는 꽃이라고

소리를 지르는듯

떨어지는 빗방울에

무성하게 푸른 나뭇잎들이 바람을 타고 한들거린다

 

파란 바탕의 하얀 조가비와 노란색 화살표식을 따라서

비와 안개을 호흡하며

푸른 오월의 산길을 따라서 얼마나 걸었을까 ...

오늘 첫번째로 만나게 되어있는

오세브레이오 3.2km 전방에 있는 리냐레스(Linares) 에 이르렀다

 

이곳 해발 1270m의 정상 산 로께 언덕에서

바람을 뚫고 걸어가는

거대한 순례자 동상과 감격스러운 만남을 갖게 되는것이다

 

산 로께 언덕의 조각가 아꾸냐의 순례자의 동상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기념물로서

산봉우리마다 눈이 와서 계곡이 흰눈에 덮힐지라도

순례자들의 앞길를 밝혀주는 이정표가 되기에 소중한것이다

 

 

이곳 순례자 동상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오스삐딸 마을에는

에힐로 백작부인이 순례자를 위한 병원을 만들어서

꼰데사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자취를 찾아 볼수가 없고

그리고 에힐로(Egilo) 백작부인이 세웠다는

성 후안 성당은

오 세브레이오에서 보았던 성당과 같은 건축 양식으로서

돌로 지어진 천년의 숨결이 신비로운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표현이 모자랄것같은 성 후안성당

종이처럼 얇은 검은 돌맹이로 지붕이 덮혀있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돌로 축성된 건축물은

그 어떤곳에서도 볼수없었던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돌계단에 피어나는 작은 이끼마저도 순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버섯모양의 네개의 돌기둥위에 정교하게 지어진 빠요사라는 집은

이곳에서만 볼수있는 정통양식으로 아득한 옛날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것이다

 

다음 마을인 뽀이오로 가는길에 화창한 봄날씨를 보이는가 하면

갑자기 캄캄해지면서 비가 내리는 높은산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거듭되고 있었다

 

중세의 뽀이오 언덕에는 성 후안 기사단의 사령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고속도로 양쪽에 순례자를위한 호텔과 바가 있어서

식사도하고 음료도 마시는 순례자들의 즐거운 휴식의 공간이 되고 있었다

 

뽀이오 언덕에서 폰프리아까지 도로와

나란히 이어지는 고원지대를 만나게 되는데

말로는 형용할수없을 만큼 신비로운 매혹에 사로잡혀서 산길을 걷게 되며

산아래 펼쳐진 그림같은 풍광은 순례자들에게 주어지는 더없는 기쁨이 되는것이다

 

 

돌로 만들어진 고색창연한 집들이 순례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마을마다 수백년은 휠씬 넘은 아름드리 고목나무들이

쓰러진채로 멋들어진 작품으로 변신되어

순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것이다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를 지나오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한가로운 소떼의 행열을 만나게 되었다

앞서가던 순례자들도 카메라로 사진 찍기에 여염이 없었다

 

육중함 몸매로 땅바닥을 뚜벅뚜벅 소리내며 닥아오는 소들의 모습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두려움으로 압도되기도 하였지만

평생처음 보는 이들 소떼들을 카메라에 담고 말겠다는

절호의 기회를 노리는 간절한 마음은

용기 백배하여 닥아 오는 소들의 사진을 찍게 되었던것이다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한장만 찍고 멈춰야 했지만

한장만으로는 끝낼수없는 간절한 호기심 때문에

좋은 구도가 잡힐것 같은 소를 향하여 셔처를 누르는 순간

갑자기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소가 말처럼 앞발을 들고

오웅 ~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그육중한 몸을 뒤틀어서

뒤돌아서서 오던길을 마구 달리기 시작한것이다

 

아쿠아쿠 어쩌면 좋을까 !

 

내가 얼마나 놀랬는가 모른다

나는 한순간에 까무라칠뻔 했던것이다

그래서 얼른 골목길로 몸을 숨기고 가만히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뒤따라오던 순박한 모습의 목동 아저씨가

소를 몰고 모른척하시면서 내옆을 지나가고

커다란 개 한마리가

목동 아저씨를 따라서 소떼를 몰고 사라져가고 있는것이다 ...

 

나의 눈에는 왜 소가 사랑스러울까

못생기고 울퉁불퉁한 육중한 몸매의 황소 !

그많은 황소들의 다양한 모습일지라도

단하나 사람을 바라보는

그들의 티없이 맑은 눈망울은

내영혼의 전부를 빼앗기고 마는

그들의 지고지순한 순진무구함 때문일것이다

 

황소를 좋아하고 무턱대고 사랑하는 루시는

바보일까 ? 안바보일까 ?

(ㅋㅋㅋ)

아마도 바보가 맞을것이라고 다짐하면서

황소들이 지나간 자리를 다시 돌아보고

알수없는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그 마을을 떠나올수밖에 없었던것이다

 

맑은 공기

푸르다 못해 깊은 바다속 같이 파란 하늘

우리나라 한라산 보다 더 높은

1300m고지의 마을 풍경은 꿈처럼 아름다웠던것이다

 

발길이 닿는곳마다

다시올수없을것 같은 안타까움이

가득해지는 산길을 걸어가면서

 

내가 오늘까지 걸어왔던 스페인의 도시마다

하나의 예쁜 돌맹이를 수집해오던것을

오늘 이곳에서도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걸어간다

 

이러한 작은 돌맹이 수집의 나의 의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나

하루도 빠짐없이 끈질기게 진행되어 왔던것이다

 

프랑스 생장에서의 첫날과 그다음날을 빼고는

그 이외의 모든 도시의 돌을 한개씩

수집해온것이 나의 배낭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는것이다

 

가끔씩 나의 배낭의 무게를 접하게되는

사람들이 속으로 질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럴때 마다 내가 왜 이럴까하는

자책에 빠지기도하지만

그것이 바로 나자신의 모습인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것이다

 

배낭의 무게 때문이었을 수도 있는

까미노 출발지 생장에서의 죽음의 순간들을 생각하면

나의 미련함이

얼마나 무모한것인가를 알면서도

이 특별한 행로에서의 작은 돌맹이 줍기는

오래된 나의 습관이요

나의 맹열한 취미이기도 한것이다

 

내가 예전에 프랑스 니스 해변에 갔었을때

그곳 해변의 돌들이

우리나의 백령도 해변의 유명한 몽돌과 비슷하게

잘 다듬어진 어여쁨이

이루 형용할수가 없이 예뻐서 한웅큼을

수집해왔었고

아직도 그 작은 돌맹이들은

나의 방 책장속에서 날마다

나와의 대화를 멈추지 못하는

내삶속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있는것이다

 

까미노 여정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

그것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은것이다

그 소중함은 무엇으로도 표현이 되지 못할것이다

그래서 내가 걸어왔던 날짜의 수만큼

작고 예쁜 돌맹이들을 모셔다가

나의 공간에 함께 두고서

내가 지나온 길의 도시를

날마다 다시 만나는

기쁨을 즐기고 싶은것이다

 

내가 지나온길

내가 걸어갔었던 도시

프랑스 생쟝에서 출발하여

스페인의 꼼빠스뗄라까지

목숨(?)을 걸고

돌맹이가 간직되었던 도시를

내삶의 공간속으로 옮겨가는것 ~

그것은 절대로 포기 할수없는

까미노 데 꼼빠스뗄라 순례여행의

진정한 나의 사랑의 작업인것이다

생장에서 죽음의 사투를 벌린것을 알고있는

우리딸들이 나의 이러한 작업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백발백중 노발대발 (?)하지 않겠는가 ?

 

그래서 이것은 절대로 비밀인것이다

이것은 이세상 사람들이

절대로 모르는

나혼자만의 비밀인것이다

줄이고 버려야 할 배낭의 무게를

돌맹이로

다시 죽음에 이르도록

날마다 조금씩 무게를 쌓아가는

철없는 아이같은

나를 누가 용서 하겠는가 ?

 

또한 스페인 정부에서 이사실을 알게된다면

남의 나라의 아름다운 천연 자원을

무단으로 옮겨 갔다고

나를 체포하여 스페인의 외딴섬에

나폴레옹처럼 위배시키는 형벌을 내릴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내가 스페인을 사랑했기 때문에

죄를 지울수밖에 없었던것 일이 아니겠는가 ?

그리고

사랑하는것은 결코 죄가 되지 않는다것이 나의 생각인것이다 !

(ㅎㅎㅎ 참 말이 되는 말이지 않슴메까 ㅋㅋㅋ)

 

날마다 하나의 돌맹이를 찾는것은 쉬운일이 아닌것이다

 

아주 작고 예쁘고 독특해야하고

나의 영혼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하고

그도시의 모양을 간직하고 있어야하고 ...

이렇게 끝도없는 나의 주문을 받아들일수있는

돌맹이찾기는

절대로 쉬운일이 아닌것은

 

빨리 걸어야하는

시간에 얽매이는 까미노 순례자의 특성 때문에

아무나 이일을 해내기는 어려운것이다

 

가는곳 마다 돌이 있는것도 아니고

바쁜 걸음속에

마음에 드는것을 찾기란 정말 힘든것인데

오늘도 돌맹이 찾기는

아주 절망에 가까울 만큼

어려웠던 날중의 하나였던것이다

 

그것은 아침부터 포장된 도로를 걸었고

걷는 동안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고

산으로 올라오면서 돌맹이가 흔하지 않은

단단한 흙길이 이어지고 있었던것이다

 

돌맹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서지고 깨어진 돌들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그런데 오솔길의 작은 마을길을 지나오면서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난 꽃들이

땡볕아래 별처럼 빛나는 미소를 짓고있는 곳에서

단숨에 두개의 돌맹이를 주울수가 있었던것이다

 

하얀 바탕에 피로 물든것 처럼 붉은빛이 감도는 돌맹이

그 두개의 돌맹이가 알수없는 감동으로 내마음을 파고 들었던것이다

주웠다가 다시 보고 안되겠다 싶으면 버리고

다시 주워야했던 어려운 과정없이

한개도 아닌 두개를

거의 동시에 색깔과 모양이 비슷한

돌맹이을 줍게 되어

그자리에서 그것을 간직할것을 결정했던것이다

 

얼마나 기뻤는가

"됐다 됐다" 하면서 안심하고

오늘 하루의 일과를 성취한 기쁨에 잠기면서

바람처럼 앞을 향하여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갔던것이다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 거리고 다시 꺼내어보고 하는 순간

어느순간엔가

가슴속에 섬광처럼 빛나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것이다

 

.

.

.

구름속에 떠있는듯한

깊은 산중의 마을

산 아래 아름다운 산맥이 그림처럼 바라보이는

마을의 고원지대를 지나오면서

내가 전에 볼수없었던 유난히 붉은빛의 꽃이

길가의 수풀속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고는 했었다

 

우리나라 태백산의 깊은 계곡에서 발견되는

연분홍 초롱꽃과 같은 모양의 꽃으로

이곳에서 처음으로

내눈앞에 클로즈업 되기 시작한것이다

 

내가 잊을만 하면

길가에 홀연히 나타나서

나의 발앞에 선명한 붉은 빛을 발하는 꽃나무. . .

 

사진을 찍더라도 내가 바라는 표현이 되지 않을것 같아서

사진을 찍지 않고 그렇게 지나쳐버린 한두 그루의 이꽃나무는

만나고 헤어지기를 거듭하여 온것이 마음속에 떠오르고 있었던것이다

 

아마도 저 이름모를 붉은 꽃나무는 군락을 이루고

피어있지는 않을것 같다는 나의 생각을

일순간에 뒤집어 버리는 일이 발생되고 있었던것이다

 

한가로운 오후의 고요한 마을 지나고

동구밖의 무성한 수풀 속에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한두그루의 꽃이 아니라

떼를 이루고 피어있는 이름모를 붉은 꽃나무들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게된것이다

 

카메라 앵글속에 담겨진 붉은꽃의 무리들은

바람을 타고 군무를 추는듯 한들거리고

길다란 원통모양의 진홍색 붉은 꽃잎은 수줍은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땅바닥을 향하여

하염없이 매달려있는 붉디 붉은 꽃나무

내가슴속을 맴돌던 그동안의 생각들이 구체적인 형상을 이루면서

입밖으로 쏱아지기 시작한것이다

 

"아아 이붉디 붉은 꽃은 예수님의 꽃이다 "

"아아 이붉디 붉은 꽃들은 우리를 영접하시는 예수님의 꽃이다"

 

함초롬히 땅을 향하여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이꽃의 모양은

타원형으로

꽃잎을 땅바닥으로 향하고 있어서

멀리서 바라보게된다면

붉은 피가 한방울씩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는 형상을 하고 있는것이다 . . .

 

태초의 맑은 음향이 하늘에서 쏱아져 내리는

고요한 산속의 길가에

홀로 피어난

진홍빛 붉은 꽃은

 

몇수십번을 생각해 보아도

예수님의 성혈이 한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형상을하고 있는것으로

나의 심장을 뜨겁게 타오르게 하는 불길이 되어갔던것이다

 

이꽃의 모양은

이꽃이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는

예수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의 의지가 농축된 소망일것이다

 

이러한 나의 굳센 믿음은

내가슴속에서 생명의 불꽃이되어 뜨거운 눈물처럼 번져가기시작한것이다

 

오오 예수님

오오 예수님

눈물 바람의 바보 루시는

그렇게

예수님을 애송하며 뜨거운 눈물을 쏱아내며

몽환적인 동작으로 그길을 걸어가고 있었던것이다

 

그랬다 나는 장장 27일간의 돌맹이 수집의 고된 일과를

그곳에서 완성시켰던것이다

 

그날이후 다시는 돌맹이를 수집해야하는

맹열한 강박관념에서 해방되었고

어느곳에서도 돌맹이는 사라지고 없었던것이다

 

누가 일부러 치워버린듯이

길바닥에 깔려 있어야할 작은 돌맹이들은

거짓말 처럼 종적을 감추어 버리고

단단한 흙길이 마지막 그날까지 이어지고 있었던것이다. . .

 

오오 그곳은 예수님의 영지였던것이다

오오 그곳은 예수님의 거룩한 성체성사

사랑의 길 십자가의 길 성체성사의 길이었던것이다

 

나는 그날 그순간

놀랍게도

다시는 돌맹이를 줍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것이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나에게

그거룩한 당신의 현존을 밝혀주시고 계시는것이며

너무나 두려운 예수님의 사랑에 감읍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는

몽환의 하늘길을 걸어가고 있었던것이다

 

 

예수님이 꽃이 되시고

이곳에 오셔서

당신의 존재를 알리시고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그사랑의 영원함을

보여주시고 계셨던것이다

 

예수님의 현존을

이하늘 아래 계심을

우리와 함께 계심을 보해주고 계셨던것이다

 

폰프리아에서 비두에도 이르는길은

2.5km로서

까미노가 두갈래로 갈라지게 되는데

 

도보순례자들은 왼쪽으로 표시되는 오르비산으로 오르면

오늘의 목적지 뜨리아까스떼야를 멀리 조망할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 하며 걷는 기쁨을 누릴수 있고

 

피요발이라는 작은 마을을 향해 내려가는

가파른 계곡을 무사히 내려가면

한시간 정도의 전방에 있는 뜨리아까스떼야에 이르게 되고

평화로운 오늘 하루의 일정을 마칠수가 있게되는것이다

 

호스피텔리어가 거주하지 않는 알베르게에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길가에서 천여평의 운동장같은 공터를 지나면

두개의 건물이 나란히 건축된곳이었다

 

거의 한시간 가까이 밖에서 문이 열릴때까지

기다릴수가 없어서 길가의 카페로 가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가 입실한곳은

네명이 잘수있는 이층침대가 있는 방이었다

 

남도출신의 중년의 부부와

슬로바키아 출신의 50의 젊은 남성과

네사람이 룸메이트를 이루게 되었다

 

알베르게 숙소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샤워를 하는일이고 빨래를 하는일이고

그다음이 부엌이 있는곳이면

식사를 준비하는것이 순서가 되는것이다

 

샤워실에 갔다가 계속찬물이 나와서

간단한 샤워와 세수만하고

도망치듯이 샤워실을 빠져나왔다

의욕상실

절대로 찬물에 목욕하고 싶지가 않다

그것도 물을 틀고 몇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멈춰버리는

물절약의 고도전략이

인간의 인내의 한계와 씨름하는것 같아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가끔씩 괴성의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

씩씩하게 샤워를 하고

아무도 불평한마디 하는법이 없는것이다

 

이곳은 아예 부엌이 없고

복도에 전자레인지 하나만 준비되어 있는것이다

숙소에서 나와서 이백미터 전방에 있는 수퍼에가서

내일 아침에 먹어야 할 식품을 사고 돌아오는길에

바에 들러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늘 하루를 편안하게 쉬는 일만 남았던것이다

 

남도말을 쓰는 여성이 슬로바키아 남성과

남편을 제처두고

밤이 깊도록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과는 처음에 수인사만 나눴을뿐

대화를 나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네사람이 있는 공간안에서

두사람만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옆에있는 사람은 전혀 인식을 하지 못하는

슬로바키아 남성과 길고긴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진한 남도 사투리의 여성은

영어가 아주 유창한것이다

아마도 외국에서 생활을 한것 같은

오랜 경력이 엿보인는 유창한 영어실력인것이다

 

처음에는 역사에 관한것이고

나중에는 취미와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로

도도한 강물처럼 이어지고 있었는데

절대로 멈출것 같지 않은 이야기는 계속된다

 

잠을 청할려고 이불을 뒤집어 써도 소용이 없는것이다

그녀의 유창한 영어가 내게는 얼마나

부러운 과제인지 모른다

그런데 영어가 저렇게 유창하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없는 사람 취급해도 되는것인가 !

 

이곳 숙소의 호스피델리어는 퇴근해버린 밤늦은시간

알베르게의 순례자들은 보통 밤9시가 취침시간이다

그래야 힘든 내일을 건강하게 걸을수있기 때문인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봉사자들이 올드랭싸인의 노래를 틀고 다니면서

순례자들의 방에 나타나서 강제로 불을 끄면

순례자들이 놀래서 가만히 있다가

웃겨 죽겠다는듯이 유쾌하게 웃다가

봉사자들의 뜻을 감지하고

박수를 치면서 순응하고 화답하는것이다

그런데 우리방에서 만큼은 취침시간은 무시되고 있었다

 

우리방의 밖에있는 순례자들도 호스피텔리어가 없어서인가

다른곳에서는 볼수없는 규칙 무시행동이 시작되어

복도옆에 마련되어있는 순례자들을 위한 리셉션에서

술을 마시고 마음껏 떠들고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가득한것이다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

밖에서는 점점 웃음소리가 커지고

이러다가 밤을 새우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슬로바키아 남성과 남도여성의 대화도

밖의 소음 때문에 볼륨이 점점 높아지는것 같아서 걱정되었다

 

오늘 경천동지할 폭탄세례를 맞은 마음은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어서

다른날처럼 잠에 빠져들지도못하고

신경이 날카로와진것일까

침낭속에 누에 꼬치처럼 머리카락까지

몽땅 쑤셔 넣고서 귀를 틀어 막고 잠을 청해보는것이다

 

아쿠아쿠

그럴수록 잠은 천리만큼 달아나고

안과 밖에서의 소음은 더욱 좁은 복도를 타고

파도처럼 마음놓고 출렁이면서 멈출줄을 모르는것이다

 

열시가 훨씬 넘은 시간은

열한시를 향하여 달리고 있었던것이다

그때 나의 이층에 있던 슬로바키아 남성이

갑자기 내려오는가 싶엇는데

문을 박차고 나가서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엇다

 

지금 몇시인줄 아는가

열시가 넘었다 열한시가 가까이오고 있다

잠을 자야하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잠을 자야한다고 소리를 지르는것이다

 

어느집의 엄한 가장이

떠드는 아이들을 나무라는듯

커다란 음성에 노기가 가득했던것이다

 

다른 사람 때문에

내가 괴로운것은 빨리 깨닫게 되는것이다

젊은 청년들은 화들짝 놀란 음성으로

당장에 죄송합니다 하면서

잠잠해졌던것이다

아래층의 남도여성과

이층 침대의 슬로바키아 남성의

시끄러운 스피커가락도

자동으로 잠잠모드로 전환되었던것이다

그제서야 깊은 밤을 향하여

평화로운 잠을 청할수가 있게된것이다

 

인간의 나약함이란

자기자신의 흉허물은 결코 눈에 잘 보이지 않는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터

죽음을 향하여 달려가는 유한의 생명을 사는것이다

 

그소중한 허락받은 시간의 나날들은

고된 인격완성의 훈련과정이라는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하는 밤이기도 하였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