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30. 12:22ㆍ꿈속의까미노순례길
뜨리야까스떼야(Triacastela)에서 페레이로스(Ferreiros)로 가다 33.9km Albergue Municipal 5/30 2018 (29번째날)
대망의 산띠아고 데 꼼빠스뗄라가 눈앞에
가까워지는 5월의 푸른 아침
모두가 깊이 잠든 알베르게의 어둑컴컴한
순례자를 위한 리셉션룸에서
차와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늘 단숨에 걸어야하는 33.9km의 대장정에 나섰다
어젯밤에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마음껏 열정을 발산하던 순례자들은
아직도 깊은 꿈속에 빠진것일까
조용한 알베르게의 복도를 걸어나와서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경쾌한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오늘 뜨리야까스떼야를 출발하며
만나게되는 두갈래의 길에서
내가 선택한길은 산실(San Xil)이다
왼쪽길의 사모스(Samos)를 선택하면 5km를 더 걸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갈리시아 지방의 문화의상징이라 할수 있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베네딕도 수도원을
둘러 볼수있다는것이 가장 큰 장점이 될것이다
그리고 어느길을 선택 하든지 두갈래의 길은
모두 사리아(Sarria)에 도착하게 되어있는것이다
순박한 시골의 정취로 가득한 산실(SanXil) 마을은
아름다운 숲과 계곡으로 이어지고
검은돌로 지붕을 얹은 시골의 아름다운 풍광은
걷는 고달픔을 덜어주는 기쁨으로 충만하게 하는것이다
길가 한복판에 큰 대자로 뻗어서 잠들어있는
커다란 검은 강아지를 깨우지 않기 위해서
까치발을 하고 살금살금 마을길을 지나 가기도 하는
풋풋한 스릴만점의 재미있는 시간들은
돈을 주고도 살수가 없는 행복한 시간이되는것이다
한없이 넒고 푸른 목장의
한가로운 소떼들의 선한 눈망울이 정답고
제각각 다른 모습의 예쁜 강아지들이
약속이라도 한듯이 골목길에 몰려나와서
놀고있는 모습들은
순례자들의 지친 발걸음을 잊게하여주는
기쁨이 되게 하는것이었다
떡갈나무와 밤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숲길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갈리시아 지방의 매력적인 풍경에
흠뻑 빠져들기도 하는것이다
인적이 드문 산실(Sansil) 마을을 지나고
리오까보(Riocabo) 언덕에 이르고
그리 멀지 않은곳에서 몬탠(Monten)을 지나고
폰텐아르꾸다 (Pontearcuda)가 있는것이다
아그로네 강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1.5km를 걸으면
푸렐라((Furela)마을이며
이곳은 전형적인 갈리시아 시골 마을인것이다
이곳에 있는 유일한 서비스 시설인 바에서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취하고
도로를 따라 Pintin과 Calvor 마을을 지나면
사리아(arria)에 도착하게 되는것이다
사리아는 갈리시아 까미노 루트에서 두번째로 큰도시이며
레온왕국의 알폰소 11세가 재정비한곳이라고 전해진다
나는 오늘 33.9km의 대장정의 마지막 목적지 페레이로스(Ferreiros)에
가야하기 때문에 중세때부터 유명한 사리아(Sarria)에서 머물지 못하고
다음 마을인 바르바델로(Barbadelo)로 향하는 길은 태고의신비를 간직한
원시림속으로 걸어가게 된다
떡갈나무 소나무 너도밤나무들이 숲길 가득하고 순례자들에게
아름다운 숲길의 멋진 풍광을 선물하는 것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갈리시아 지방이 시작되는 입구부터
보여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사리 나물들의 해방구역인것이다
지나오는 산길마다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숲속에서
무성하게 자라나는 고사리들이의 자유로운 생장의모습은
고난받는 인간이 자유를 누리는
평화로움을 보는것처럼 마음이 절로 행복해지고 있는것이다
숲속의 깊이가 길어질수록 고사리들의 키도 성큼성큼 커져서
양지바른 길가에 떼를 지어 꽃처럼 피어나서 손짓하는듯
바람을 타고 살랑 거리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갈수록 키가 자란 고사리들은
어른 허리만큼 자란것들이
나무들이 우뚝서있는 숲속에서
그들도 나무들인것 처럼 자신의 의지를 내보이는듯
곱슬곱슬 동그랗게 말려 있던 잎사귀들을
손가락처럼 한껏 펴들고
급하게 지나가는 루시를 향하여 환호성을 지르며
반가움의 손짓을 하는것 같아서 그 마음이 여간 뿌듯한것이 아닌것이다
Barbadelo 마을에서 Rente 마을에 도착하면
104km가 남았다는 석주 표지석을 만날수가 있는데
이곳으로 부터 거의 500m 간격의 짧은 거리 마다
표지석을 세워서 순례자들의 목적지 까지의
남은 거리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역활을 하고 있는것이다
Rente에서 104km 였던 표지석의 거리는
다음 마을인 Brea에서는 산띠아고 데 꼼빠스텔라까지
100km 남았다는 표지석을 만나게되는것이다
Brea의 이 표지석 에는
수많은 순례객들의 소망이 담긴 메시지가 새겨져있는것이다
Brea의 100km 표지석을 안고 기념사진 찍는것에
목숨(?)을 걸고 기뻐하며 즐기는 순례자들의 모습을 볼수가 있는것이다
오늘의 목적지 페레이로스(Ferriros)에 가지전에 만나게되는
Brea 의 100km 표지석은 꼼빠스텔라까지
500m 간격으로 표시되면서
순례자들에게 소리없는 힘찬 응원의 깃발이 되어주는것이다
그리고 날마다 꼼빠스텔라로 달려가는 마음은
이 돌맹이 표지석과 함께 정다운 친구가 되어서
열심히 함께 달리고 있음을 무언으로 인식하게 되는것이다
페레이로스(Ferriros) 마을은 옛날에 대장간이었다고 하며
지금은 순례자들을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곳이다
뜨리야까스떼야에서 새벽부터 출발하여
페레이로스 까지 33.9km를
죽음을 무릎쓰고 걷고 오후 3시경에 숙소에 도착...
딸의 친구가 선물로 건네준 내가 지금 소유한 책이
30일간의 프로그램인줄 알았었다
그런데 오늘보니까
내가 계획한 30일보다 많은 33일간의 프로그램이었다
아아 ~
나는 이제 발견된 계획에 없었던 3일간의 일정을
단 하루에 걷지 못하면 집에 못간다 !
이 얼마나 경천동지할 일인가 ?
그야말로 팔짝 뛰고 까무라칠 일이 아니겠는가 ?
한국인이 쓴 30일 프로그램의 책과
거의 순서가 같아서
외국인 쓴 이 유명한 영문판의 책도
30일 동안의 프로그램인줄 알고 있었던것이다
맙소사
마지막장까지 확인하지 않은것은 나의 큰 실수였다...
한국인이 쓴 책보다는
길찾기가 쉽고 정확하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매일 시간 날때마다 보아오던 책을 집에 두고
지금의 영문판 책을 열심히 권유하는 딸친구의 친절함을
거절하지 못했던 나의 심약함을
오늘 이순간에 문책할 시간의 여유도 없는것이다
사실 5월 30일 오늘은
내가 까미노 길을 끝내고 마드리드의
예약된 숙소에 있어야 하는 날짜이기도 한것이다
그러나 나는 갈수가 없었다
알베르게 숙소의 리셉션에서만 가능했던
와이파이 때문에 아이들과 연락이 두절되어
내가 딸들로부터 스페인의 까미노에서
지명수배를 당하는 홍역을 치루지 않았던가 ?
나를 매순간마다 절망에 빠뜨리는
통신두절 상태가
일상이 되어버린 까미노의
끔찍한 나의 아날로그 적인 순례길...
날마다 애써서 그불편한 마음을 지우면서
지금껏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해 안깐힘을 쓰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결국 오늘
감당할수없는 두려움이 되어 나를
망치로 내려치는듯 난감한 혼란에 빠져들게 하는것이다
바로셀로나에 한국에서 예약해둔 숙소도
내가 파리에 입성했을때 나의 3일밤의
바르셀로나 예약을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지하고
환불조치되는것을 보고
속으로 그예약이 잘 지켜질까를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잘 잘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하였었다
하지만 스페인의 마드리드의 숙소 예약은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미리 예약을 취소할수가 없어서
3일간의 귀중한 예약금이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나는 본성이 남과의 약속을 잘 깨지못하기 때문에
예약을 취소해야하는 일을 스스로 피해버리고 있었던것이기도 한것이다
바보같은 이러한 내가 싫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것이다
나는 진짜 바보가 맞는것이다 진짜 짜증나는 바보가 맞는것이다
어찌되었든 까미노 길걷기 마저 실패로 끝나버릴것 같은
두려움앞에 멍하니 서있게 된것이다 에고에고...
어찌하면 좋을까 ...
다급해서 알아본 결과 이곳에는 버스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너 뛰어서 걸을수도 없기 때문에
이틀을 걸어야 할길을
오늘 처럼 하루에 모두 걸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된것이다
오오 어찌하까나 ... 나는 정말 벼랑끝에 서있게된것이다
집을 떠나오기전 꿈속에서 처럼 . . .
내일 아침도 이곳 페레이로스 (Ferreiros) 숙소 출발
다음 목적지 Palas de Rei 까지 합계 33.4 km의 거리를
오늘처럼 단숨에 걸을수 있어야 하는것이다
그러니까
페레이로스(Ferreiross)에서 뽀르토마린(Portomarin) 까지
남은 구간의 거리 8.6km와
뽀르토마린 (Portomarin)에서 출발하여 Palas de Rei 까지의 하루 코스
24.8 km를 합친거리 33.4 km를 만난을 무릎쓰고 걸어야
까미노 데 산티아고 꼼뽀스텔라의 명예로운 입성이 허락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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