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

2024. 8. 24. 15:44추억속의산행후기


★♪까꿍♪★

함박눈이 내리는 마니산

추억속의 산행후기

2011-06-03 16:19:21


언제 이처럼 변해 버린것일까....

눈이 휘둥구레 질만큼 변해 버린

소공동 빌딩가 지하 레스토랑..

각종 해산물과 감칠 맛나는 회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고기류..

참이슬에서 러시아산 보드카까지

취향에 따라 즐길수 있는 ...

 

외국인들도 선호하는

합리적이고 격조높은 셀프써빙 맛집에서

어릴적 친구들과의 유쾌한 송년모임은

 

이탈리아어로 빛의 풍경이라는

빛의축제

루체비스타가 열리는

청계천 산책 길로 이어지고

 

하늘의 별을 따다가 붙여 놓은 것일까...

청계천광장에서 광교까지 이어진

오색영롱하게 빛나는

섬세하고 화려한 거대한 조형물들은

 

연인들 끼리

친구끼리

또는 가족끼리

 

황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수많은 군중들의 가슴속에

아름다운 풍경으로 각인되고...

 

열린 마음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쉬임없이 흘러가는

청계천의 맑은 냇물에

따뜻한 희망의 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아직은 헤어지고 싶지 않은 아쉬움을

달래려고

젊은이들로 불야성을 이룬 호프집에서

맥주잔을 기울리며

도란도란 거릴때

 

커다란 유리벽 넘어로

한잎 두잎 꽃잎처럼 떨어지는

은빛날개가

도시의 불빛사이로 명멸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짙어진

하얀 눈꽃송이가

검은 하늘에서 깃털처럼

펑펑 쏟아져 내렸다...

 

서로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팔짱을 끼고

흰눈이 펄펄 흩날리는 거리를 걸으며

 

옷이 다젖도록 마지막차가 올때까지

헤어질 줄 모르고 깔깔거리던

지난밤의 영상이...

 

아무도 걸어 가지 않은

모두가 잠든 새벽 어둠속에서...

 

소복히 쌓여 버린 눈길위에

첫발자욱을 남기며 걸을때 마다

왁자지껄한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사계절 바다가 어루만지는 섬

강화도..

팔만대장경의 은신처.

환난이 있을때 마다 왕의 몽진처가 되고

개방압력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어처구니 없는 민족수난의 고뇌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곳...

 

이번주일

강화도 마니산을 향한

그리움의 질주가

함허동천 야영장 매표소에

멈춘 시간은 아침 9시 30분

 

아이들이 어릴적에 가끔씩 오기는 했어도

바다가 보이는 마니산(468m) 정상과

사적 136호인 참성단이 있어

매년 개천절에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전국체전때 성화를 채집하는이곳은

아직 나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처녀지...

 

왜 하필 이곳에

하늘제단이 있는 것일까...

어찌하여 이곳을

구름 한점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곳.

하늘에 닿을수 있는 길...이라 했을까...

그 궁금증이 늘 나를 쫒아 다니고 있었다...

 

백두산 천지에서 한라산 백록담에 이르는 거리

그한가운데에 마니산 참성단이 위치하며

이곳 참성단에 하늘제단이 있다는 것은

기이한 성그러움을 감흥케 하고 있었다...

 

단군왕검은 왕으로서

제사장으로서 거룩한 영적투시자였음이

분명하지 않은가...

 

몇십년만에 처음 쏟아진 12월의 폭설이라고 했다..

눈길에 농가에 피해가 막심할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온세상이 새하얀 별천지인

우리들의 눈길산행은 어김없이 시작되고 있었다..

 

신라 선덕왕때 회정선사가 창건하고 함허대사가

절을 중수하였으며

함허대사가 수도하며 쓰셨다는 글씨로 유명한

함허동천과 정수사가 있는 곳에서 출발하여

마니산을 지나고

참성단을 지나 상봉과 선수포구에 이르는

5시간의 산행...

 

아이젠과 스패츠..방한복과 모자에 고글까지..

완벽하게 단장하고 눈발이 펄펄 흩날리는

하얀 눈송이에 묻혀 버린 산길을 향하여 걸었다..

 

눈바람속에 싸아한 맑은 공기가 탄성처럼

코끝에 상쾌하게 스며왔다

 

까마득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에

갇혀 버린 아득한 상념의 바다....

저 눈밭에 사슴이 되어

환희에 가득한 발걸음을 옮긴다...

 

불자들이 말하는 극락정토가 이런곳일까

온통 새하얀 눈꽃 축제의 물결이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내린다...

 

산과 바다에

들에도

온갖 모양의 인간들의 둥지위에도

새들의 쉼터에도

깊은 산골짜기 숲속에도

 

온세상을 흰눈송이로

채워 버릴듯이

온시야에 가득히 차오르는

장엄한 대자연의 오케스트라의 화음...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날 무렵

추울까 겹겹이 껴입은 옷을 벗어던지고

두꺼운 방한 장갑이 투박하여

얇은 장갑에 젖어 오던 아릿한 냉기가

따스한 온기로 바뀌어 지고

 

멀리 어디에선가 들여 오는

트로이메라이의 고운 음율이

가슴속에서 메아리치는

꿈결같은 눈보라속의 산책...

 

어린나뭇가지에

메어달린 몽실몽실 솜사탕..

수줍은듯 방글대는 모습이 얄미워

흔들어 주기도 하고...

무심코 뒤따르다

함박눈 세례를 받은 산꾼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산마루에 가득하다...

 

천년세월을 이기고

하늘을 향하여 기품어린 옷자락을

펼치고 선 노송의 의연한 어깨위로

나뿐히 내려 앉은

하얀 뭉게구름 눈꽃송이...

 

축복처럼 내려 앉은

하얀 하늘 음향이 들리는가...

 

앙상한 나뭇가지에

하얀옷 갈아 입고

날카로운 비명을 토해내는

절묘한 바이얼린의 음율...

 

산골짜기 마다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의 간절한 염원처럼 들여 오는

콘트라베스의

심연을 흔들어 깨우는

달콤한 저음의 향연......

 

아득한 꿈속에 잠긴마음...

대자연이 주는 축복의 마음..

 

빈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비우고 또 비워

하늘 마음으로 채우게 하소서..

 

남들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남들보다 더 높은 권좌에 앉아야 하고

남들보다 더 좋은것을 소유하고 자랑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예뻐지고 누려야만 안심이 되는

 

끝도 없는 욕망의 굴레..

미움과 시기 질투 원망..

사랑과 저주의 마음 회한....

벗어 나려 할수록 더욱 옥죄어 오는

오욕의 실타래을 놓을 수 없어

 

번득이는 광기로 가득찬 질곡의 삶

그대와 나의 붉게 충열된 눈빛에

맑은 호수가 넘치게 하소서...

인자하고 따뜻한 사랑의 바다가 되게 하소서...

 

생명을 이어주는 최소한의 양식만을

허기진 공복에 물과 함께 채워 넣으면서

한벌 절하고

온몸과 마음을 땅에 부착시켜

하늘을 향하여

산제사를 드리는 티벳사람들의

오체투지의 맑은 영혼....

수십킬로에 이르는

상상을 뛰어 넘는 기도의 예절...

 

내가 이세상에 있었음으로

내가 돌아가야 할곳도 분명 있을지니...

 

태(胎)안의 나를 몰랐듯이

내가

가야할 그피안의 세계는

이삶안에서

자유의지로

찾아 떠나야할 영원한 숙제가 아닐런지..

 

천지가 열리고

민족의 숨결이 시작된 이곳의

마니산의신화는

아직도 우리들의 심장 한복판에서

뜨겁게 맥박치고 있었다....

 

눈이 내리고

펑펑 쏟아져 내려서

하얀 하늘의신비로움으 로 가득한 산길...

 

그리 높지 않은 오르막길이 끝나면

끝없는 너덜 바위길 능선이었다..

 

누구의 손길로 빚은것일까...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깍아지른 절벽이 발아래 아득하고

때로는 아기자기한 돌무더기

암반능선길 위에서 전망되는

탁트인 바다와

갯벌이 한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의

천년고찰 정수사

대웅전에는 보물로 지정된 연꽃무늬 창살이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고

절마당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의 풍광이

일품이라 하였지만

눈보라에 묻혀서

돌아 볼수없었지만

언젠가는 다시 와야 한다는

소망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어느사이 눈발이 멈춘 산위에서

하얀눈을 밥상 삼아 빙둘러 앉아

먹는 점심식사는

어느때 보다 정답고 화기애애하다..

 

훼손의 염려 때문에

특별한 날이 아니면 출입이 금지 되어있는

참성단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하산길에 올랐다...

 

늘 그랬었지만

우리 솔향기산악회가 가는곳에는

하늘의 축복이 내리는듯 하다

 

온다던 비가 오지 않으며

하산길에 눈이 멈추어

사방으로 탁트인 시야로

해안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둑판처럼 정돈된 논과밭의 정경은

<넓은 바다 먼하늘이 만리나 터졌네...>

라고 읊조렸던

고려말 이색의 탄성이 고스란히

다시 터져 나오게 하는

가슴후련한 절경이라 하겠다...

 

배를 타고서 언제가 가보았던

석모도의 갯벌도 저 멀리 어딘가에

숨어 있을것이고

 

침착함이란 간데없고 덜렁대는

사람들의 거친마음을

단련시키는 도장같이

 

선수포구까지 어쩌면 한결같이

옹기종기 모여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듯한 거대한

쭉깔린 바위너덜길은

갓시집온 새아씨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걷는

즐거움도 가슴속에

한아름의 기쁨이 되기도 한다...

 

산꾼들의 머니머니한 즐거움을 앞서가는 것은

무엇일까...

머니머니해도 한잔술에 마주보는 눈길이 봄날 바람처럼

따스하게 전해오는 온기 일것이다

 

선수포구에 무탈하게 도착한 우리들은

다섯시간의 멋진 종주를 자축하는 한시간의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

 

에구구...

밴댕이 속알머리 같으니라구....

하하하..

괸히 가만히 있는 뱅댕이가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밴댕이 한마리에 소주한잔...

철지난 밴댕이는 바다속에 꽁꽁 숨어버려

 

바람 부는 푸구의

횟집에서

쫄깃쫄깃..씹을 수록 단맛이 우러나는

숭어회와 새콤달콤 야채다시마국수무침..

여러야채가 푸짐하게 들어간 생선 매운탕은

춥고 허기진 속을 덥혀 주는 최상의 맛잔치가 되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사랑하게 하는가...

어둡고 차갑고 사악한 그림자가 사라지고

수정처럼 맑고 고운 마음이 서로 마주하고 앉아서

화안하게 웃고 있었다...

무엇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것이 있는것일까...

 

우리서로 다시 고운 얼굴을 보고 익히며 행복하였다..

진짜로 예쁜 바르비.

사랑스러운 들국화

들국화의 멋진 선배언니 피노키오....

누구에게나 샹냥하고

다정다감한 조용남친구...

 

말없이 꾸밈없이 산행에 묻혀 미소짓는

산우님들의 모습마다

내가슴에 고이 간직하며

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해주면 될까..

염원해 보는 시간이 되고 있다...

 

혜운선배님 마패선배님 주목성선배님....

산이좋아 산에사는 사람으로서

늘 힘이 되어 주시고 말없이

이끌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할수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지만

선배님들이 제게 주신

물고문 단장 왕관이 빛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2006년 12월 18일 까꿍이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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