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O

2024. 9. 30. 11:58팝아티스트

 
 

데뷔/결성: 1999년

활동/시기: 2000년대

멤 버: 리치 크로닌(Rich Cronin, 1974년생), 브래드 피세티(Brad Fischetti, 1975년생), 데빈 리마(Devin Lima, 1977년생)

국내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지난 1999년 시원한 여름 노래 'Summer girls'로 각광받았던 백인 남성 3인조 라이트 펑키 원스(Lyte Funky ones, 이하 LFO)가 2년 만에 두 번째 앨범 <Life Is Good>을 발표했다. 차트 정상을 차지한 'Summer girls'의 성공과 함께 BSB, 엔 싱크, 엘엘 쿨 제이 등의 공연에서 서포팅 공연을 맡았던 이들은 앞선 보이밴드들과는 조금 다르게 힙 합과 R&B에 경도된 음악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그저 그런 보이밴드 중 하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신보에는 그러나 그와 같은 평가를 상당부분 누그러뜨릴 만큼 1집과는 사뭇 다른 내용물들이 수록돼있다.

'스무고개' 형식으로 몇 가지 힌트를 던져본다. 첫째, 미국 올란도에서 결성된 백인 보이밴드다. 둘째, 미국 보이밴드계의 막강 실력자 루 펄먼(Lou Pearlman)에 의해 발탁됐다. 셋째, 1집 출시 후 루 펄먼의 매니지먼트에 반기를 들고 그와 결별했다(대부분 이쯤에서 BSB나 엔 싱크 정도를 떠올리겠지만 그렇게 쉽다면 이처럼 장황하게 쓸 리 있겠는가). 넷째, 보이밴드의 전형인 댄스와 발라드가 아닌 힙 합과 R&B를 주로 구사했다. 다섯째, 이들은 3인조이며 이제 막 서포모어 앨범을 냈다.

정답은 과연? 그렇다. 바로 이 기사의 주인공 LFO다. 이들은 앞선 바대로 적어도 1집까지는 BSB와 엔 싱크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왔다. 팀 결성 동기나 매니저, 앨범녹음과정까지 비슷했다. 음악 스타일도 힙 합과 R&B라지만 그다지 차별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2년이 지난 이번에 발표한 신보에서는 그런 닮은 흔적들이 말끔히 가셨다. 그런 면에서 LFO는 BSB보다는 오히려 아이돌 그룹에서 로커로 '환골탈퇴'한 형제 그룹 핸슨(Hanson)의 모습에 가깝다.

여느 보이밴드와 마찬가지로 LFO 역시 탄생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 1996년 보스턴 출신으로 그룹의 리더격인 리치 크로닌(Rich Cronin, 1974년생)이 친구 브래드 피세티(Brad Fischetti, 1975년생)와 함께 처음 팀을 구상했다. 둘은 2년여 동안 보컬과 댄싱, 송라이팅 실력을 연마했고, '보이밴드의 메카' 올란도로 자리를 옮겨 데빈 리마(Devin Lima, 1977년생)를 받아들임으로써 트리오의 라인업을 갖췄다.

행인지 불행인지 이들은 곧바로 루 펄먼의 눈에 띄어 앨범을 제작할 수 있었다. 1999년 여름을 강타한 'Summer girls'를 발표했고, 몇 달 후 데뷔앨범을 출시했다. 이어 발매한 싱글 'Girl on TV' 역시 톱10에 오르며 LFO라는 이름은 음악팬들에게 서서히 인식되어갔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데뷔작은 2백만장, 싱글은 4백만장이 팔려나갔으며, 2000년에는 2백 차례가 넘도록 활발한 공연활동을 벌이기도 해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래도 매체나 평단이 보기에는 마뜩찮았다. 이들에게 진정한 미래라는 게 존재할 것인지 아니면 언제쯤 '한번 듣고 바로 버리는' 팝 비즈니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지 그것에만 관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LFO의 재능을 간과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다른 보이밴드에게 부족한 자작곡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매시 히트를 기록한 'Summer girls', 'Girl on TV'은 모두 멤버 리치 크로닌이 작곡한 곡이다.

또한 밴드의 중심을 매니저가 아니라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일 줄 알았다. 이들은 1집 출시 후 곧 자신들에 대한 매니지먼트 사의 대접이 불합리한 것을 깨닫고는 과감히 루 펄먼을 떠났다. 조종하기 편한 전형적 보이밴드로 만들려는 루 펄먼의 야심을 좌절시켰던 것이다. 새롭게 자유를 얻은 LFO는 이번 2집을 통해 순풍에 돛단 듯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을 마음껏 과시했다. 힙 합은 물론이고 팝, R&B, 약간의 록 사운드 그리고 펑키한 음악들이 이번 앨범에 담겨있다.

전작에 비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록 사운드의 도입이다. 우선 첫 트랙 'Every other time'부터 그렇다. 상큼하면서도 따뜻한 어쿠스틱 기타 톤에 트리오의 보컬 하모니가 돋보이는 이 곡은 복고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루츠 록 넘버다. 핸슨의 2집 수록곡들과도 유사한 느낌이다. 둔중한 힙 합 리듬으로 시작하는 두 번째 곡 '28 Days'는 오르간 편성이 가미된 역시 록 패턴의 곡으로, 간헐적으로 나오는 장난기 다분하고 재미있는 코러스가 무척이나 흥겹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객원으로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이다. 노장 랩 그룹 드 라 소울(De La Soul), 영화 <블레이드> 사운드트랙에도 모습을 드러냈던 하드코어 힙 합 그룹 MOP, 여성 힙 합 뮤지션 켈리스(Kelis)가 각각 'Alayna', 'Life is good', 'Dandelion'라는 곡에서 랩과 보컬 파트를 맡아 LFO를 지원했다. 그중 'Alayna'에 흘러나오는 “랄랄랄랄라 랄랄라”라는 후렴구는 국내 랩 그룹 DJ DOC의 5집 수록곡 '와신상담'의 그것과 거의 흡사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익숙하게 들린다.

이밖에 'Erase her' 같은 곡은 의외로 일렉트로니카의 영향이 뚜렷이 드러나는 곡이고, 'Where you are'는 테이크 댓의 특유의 파티 송이 연상되는 상쾌한 댄스 넘버다. 'If I had a million dollar'는 레게에 힙 합, R&B를 가미한 듯한 독특한 리듬과 보컬을 들을 수 있는 곡. 전체적으로 앨범 전반부는 록 성향이 지배적이고,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산뜻한 곡들이 많다.

보이밴드들의 짧은 수명을 의식한 듯 멤버 데빈 리마가 말한다. “이 앨범은 당신의 가족들과 식탁에 모여 앉아 먹는 제대로 된 식사와 같다. 결코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그가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음식을 요리할 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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