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t

2024. 9. 28. 12:04팝아티스트

멤 버: 요아킴 베르크(Joakim Berg, 보컬, 기타), 마틴 스콜드(Martin Skold, 베이스, 키보드), 새미 시르비외(Sami Sirvio, 리드 기타, 키보드, 6현 베이스), 해리 맨티(Harri Manty 기타, 드럼 머신, 퍼거션), 마르커스 무스토넨(Markus Mustonen, 드럼, 그랜드 피아노, 백 보컬)


뉘엿뉘엿 해가 지는 북유럽의 공항. 곧 출발할 듯한 비행기가 한 대 놓여 있고, 연인들은 아쉬운 이별의 정을 나눈다. 비행기는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공을 날고, 홀로 남은 남자(여자여도 무방하다)는 애상에 젖는다.

-우울, 그 한없이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1997년과 그 이듬해 스웨덴을 강타했던 5인조 밴드 켄트의 3집 <Isola>의 자켓은 마치 영화 <카사블랑카>를 연상케 하는 시퀀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 쓸쓸한 장면들의 모음처럼 이들의 음악은 우울하고 애달프다. 마이너 코드를 주로 사용해 음울한 아우라를 고조시킨다. 이쯤 설명했으면 트래비스(Travis), 뮤즈(Muse) 같은 이름들을 떠올릴 이들이 많을 줄 안다.

실제로 앨범을 플레이시키다 보면, 곳곳에서 유명 브릿 팝 밴드들의 데자 부(Deja Vu)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정말 보컬 요아킴 베르크의 목소리는 빌리 코건(Billy Corgan), 톰 요크(Thom Yorke),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을 필연적으로 연상케 한다. 스톤 템플 파일러츠(Stone Temple Pilots)가 그랬고, 부시(Bush)가 그랬듯, 이들도 의도적인 리플리카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우려가 다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 또한 짧은 감상에서 비롯된 그릇된 소고(小考)일 수도. 그 이유를 말해 주는 트랙이 바로 앨범의 원투 펀치 'If you were here'와 '747'이다. 듣는 이를 고동치는 감성의 너울 속에서 휘청대도록 만들어버리는 이 두 곡의 힘은 다른 어떤 밴드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켄트만의 브랜드다. 특히 7분 47초인 곡의 러닝 타임 때문에 그렇게 명명된 '747'은 헤어나올 수 없는 외로움의 나락으로 몰고 가는 멜로디를 소유한 앨범 최고의 트랙으로 뮤직비디오 클립을 통해 이미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Lifesavers', 'Things she said', 'Glider'가 풍기는 진한 우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이 곡들을 차근차근 되짚고 있으면 가장 감추고 싶은 감정의 파편들, 실연의 아픔이나 옛 사랑의 추억과 같은 느낌들이 되살아나 마음 속 깊은 구석을 어루만진다. 깊게 저장되어 있는 기억 속의 문서고 속에서 발견한 가슴 시린 잔해들이 말이다.

이쯤 써 두고 다시 앨범을 들어 보니, 이들의 정체성은 영국 밴드 보다 더한 영국성(Englishness)으로 규정해야 할 것 같다. 스웨디시 브릿 팝(Swedish Britpop)? 아무튼 지독히도 어둡고 습한, 그러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밴드의 음반이다.

사족. 이 앨범은 스웨덴 버전과 영어 버전 두 가지로 발표되었다. 국내에 발매된 음반은 영어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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