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비리(Zubiri )에서 아름다운 도시 빰쁠로냐(Pamplona)로 가다

2024. 9. 9. 13:28꿈속의까미노순례길

추억속의 산행후기

2018-07-01 20:08:51


주비리(Zubiri)에서 빰쁠로냐(Pamplona)까지의 구간은 20km의 짧은 거리이고 다섯시간이면 충분하게 완주할수가 있다

평일 같았다면 아침 일찍 출발하면 오전에 그곳에 도착하여 우체국에서 짐을 보낼수도 있지만 5월 5일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오전에 업무가 끝날뿐만 아니라 우체국이 있는 다른 도시를 만날려면 한참을 더가야 한다는것이다

그래서 우체국이 문을 닫기전에 도착할려면 버스를 타야한다는것이다

주비리에서 빰쁠로냐로 가는 버스도 하루에 한두번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머리가 쭈뻣해지는 것이다 에쿠에쿠...

 

남들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룰루랄라 몽땅 기분 좋은 출발을 해버린 알베르게에서

아침 9시 이후에 도착한다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조바심이 나고 지루한것이다

그렇다고 아침 8시 이후에 체크아웃하는 알베르게의 규칙을 어길수도 없어서 가방을 둘러매고

버스정유장이 있는곳으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나보다 먼저 온 독일 여성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보다는 젊어 보이는 그여성은 컨디션이 좋치 않아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는것이다

나보고 독일에 와 본적이있느냐고 해서 아마도 여러번일것이라고 했더니 반색을 하면서 흥미진진해하였다

서유럽 동유럽 코스를 관광할때는 거의 푸랑크푸르트 공항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독일과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서로가 급속도로 친근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에 이곳에 와 본적이 있다는것이다 그러나 그당시에 까미노길을 완주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 이나이에 다시 왔노라고 하는것이다

세련되고 아름답고 그리고 겸손한 독일 여성과의 대화가 무르익어 갈때 또 한사람의 프랑스 여성이

버스를 타기위해서 도착하여 함께 버스를 타고 가게되는 친구를 만난 기쁨에 들떠서 환호하기도 하였다

조금후에는 다른 까미도 친구들도 와서 우리들과 합류하게 되어 기념사진도 찍고 왁작지껄하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버스가 와서 Pamplona 시내로 나가게된것이다

 

Pamplona 까미노친구들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큰도시이고

활달하고 행복에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이 휘둥그래 질만큼 정답고 아름다웠다

나는 우체국에 가는것이 급한 사항이었지만 함께 왔었던 젊은 스페인 남성이

자신이 알고 있는 알베르게를 소개시켜준다고 하여 동행하게 되었다

그곳은 오후 2시가 넘어야 문을 열게 되어있어서 함께 했던 다른 사람들은

그집앞의 의자에서 쉬면서 기다리기도 하고 다른곳으로 갔다가

시간이 되면 오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바로 우체국을 찾기위해서 급한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토요일이어서 일까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 골목을 지나면서 느끼는 그들의 자유로운 삶과

거리마다 넘치는 축제분위기의 들뜬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속에서 한껏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우체국을 찾기는 그리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프랑스에서 처럼 스페인 사람들도 영어를 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없었고 물어보는 나도 대답을 못하는 그들도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고 나역시 미안하기는 미찬가지인것이다

 

다행히도 로타리식으로 빙둘러 빌딩이 들어서있는 네모진 광장의 끝쪽에

경찰서가 있고 그주위에 우체국이 있었다

 

그곳 우체국에서도 나의 본국 주소를 스페인어로 쓰라는것이었다

주소는 영어로 쓰는것을 상식으로 아는 나에게

어제 알베르게 호스텔리어가 말했던것과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직원을 바라보면서 낭패감이 밀려 왔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을 하게된것이다

 

내가 스페인어로 나의주소를 쓰지 못하면 이곳에서 나의 물건을

나의 본국으로 보낼수가 없는것이다

그래서 한순간에 구글의 번역기를 생각해내었다

 

결국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여 서울의 나의 주소지로 나의 물건을 보내는 일은

어렵지 않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수속절차가 생각했던것 만큼 간단 명료한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배편으로 보내지는것 같았는데 우리집에 도착하는 기간은

한달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고

운임은 생각했던것 보다 저렴한 편인 45.00 EUR 였었다

내가 그곳에서 맨 마지막으로 짐을 배송시키고 난다음에

우체국의 문이 닫혀지는 시간이라는것을 알게되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내가 만약에 우체국에 볼일이 없었다면

거대한 역사의 도시 빰쁠로냐의 문화와 예술을 보지 못했을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의 역사속에 뿌리내리고 자리잡은 흥겨운 삶의 진수를 감흥할수가 없었을 것이다

오후 시간이 되어 갈수록 어디선가 밀려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플랭카드를 들고 깃발을 휘날리며 거리를 누비면서 흥겨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구호같은것을 외치면서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에는 기쁨이 가득히 넘치고 있었던것이다

 

내가 묵어야 할 숙소는 바로 시내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저녁식사후에도

거리구경을 할수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명동의 거리와 홍대앞의 젊은이들의 거리를 방불케하는

작은 술집 골목들이 늦은 밤까지 왁자지껄 한없는 젊은이들의 천국을 이루고 있었다

 

정말 특이한것은 맥주 한잔 또는 와인 한잔씩을 들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구끼리 연인끼리

술집골목에 철썩 주저 앉아서 끝없는 대화를 나누고 즐기는 그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그들만의 자유로운 삶의 향기를 엿볼수있기도 하였다

 

스페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과 거리 도시를 보면 모두가 손으로 빚어 만든

예술 작품 같은 집들과 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천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고

무너지지 않은 돌로 지어만든 건축물이라든가

그곳에서 생산되는 돌을 벽돌차럼 깍아서 길거리를 온통 돌벽돌로 예쁘게 깔아둔곳을 보면서 지나 갈때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되고 그지극한 정성으로 얼마나 많은 정부 예산을 아끼게 될까를 생각나게 해서 부럽고 그들의 알뜰한 정치가들의 휼륭한 지도력을 보면서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것이다

우리들은 해마다 길바닥을 뜯고 다시 길을 고친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천년이 가도 길바닥이 망가져서 다시 뜯어고치는 일은 없도록 일을 처리한다는것이다

한번의 길바닥 공사를 할때 백년을 내다보고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운 길바닥을 만드록 있다는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명동이나 홍대앞에서 길바닥에서 술을 퍼먹고 있다면 노숙자 취급을당할것이다

나도 나의 연인있다면 나의정다운 친구가있다면 저아름다운 길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아서 술잔을기울이며 밤깊은 빰쁠 로냐의 유서깊은 도시 건물들 사이로 떠오르는 달빛을 보면서 그밤을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는것이다

 

인간의삶안에는 예정된 시계바늘만 돌아가는것이 아니라

나와는 정반대로 진행되는 시계바늘도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작정을 한것은 아니지만 나의 짐의 무게로 인하여 우체국을 찾아야 헸던 내가

짐을 부치는것에는 목적을달성하였지만 오늘 목적지를 본의 아니게 버스를타고 이동하였고

오늘의 걸어야하는 20km를 걸을수 없었던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닌것이다

다만 생쟝 피에트 포트에서 출발하여 프랑스국경을 넘을때 까지의 거리는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왜냐하면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에서 790km가 까미노길의 거리가 되기 때문인것이다

생쟝에서 걸었던 사람들이 그곳의 펫말에 표시된 거리 790km를 보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구간을 걷지 않았다는 나의 죄책감을 이렇게 나열해가면서 씻어내고 싶은 마음에 희망과 기쁨이 있게 하소서

그러나 빰쁠로냐의 도시의 밤은 영원히 기억속에 간직할수있되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