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9. 12:50ㆍ꿈속의까미노순례길
추억속의 산행후기
2018-07-02 20:02:07
빰쁠로냐에서 여왕의 다리라는 뜻의 뿌엔떼 라 레이나 로 가는 길은 24km에 6시간 정도의 거리이지만
눈에 빤히 보이는 언덕을 끝없이 올라가야 한다는것은 지루함과 조바심을 초래할수도 있는길이며
자기 인내속에서
그길을 걷고 지나온 길을 다시 뒤돌아 본다는 의미에서 자기성찰을 통한 "용서의 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용서해야 하는것은 무엇이고
내가 용서 받아야 하는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이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의 메인 화두가 될것이다
이베리아 반도의 북부를 가로질러 동서로 이어지는 이길은
까미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스페인의 뜨거운 햇살을 등지고 걷는 천혜의 조건으로 작용하여
진심으로 하늘에 감사해야 할것이다 그래서 하늘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것일까?
바람마저도 산들거리면서 언제나 순례자들의 등쪽에서 앞쪽을 밀려가기 때문에
길을 걷다가 뽕~하고 실례를 할지라도
절대로 그 거북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의 뒤를 따라오는 사람에게로 밀려가지 않는다는것
이것은 이길을 창조하신 그분께서 애초부터 기획하고 꾸며진 거대한 음모에 의한 것인것 같아서
더욱 기이하고 신비로운 마음이 드는것이다
그래서 나혼자 미소짓고 웃기도 하면서 걸어가게 되는것이다
어쨌든 남몰래 뽕하느라고 애쓸 필요가 없도록 고안된
무한의 자유로움을 선사하신 그분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
아니면 말고 ㅋㅋㅋ
끝없는 지평선을 이루는 이곳의 대지는 높은산이 보이지는 않지만
출발지에서 부터 목표지점이 먼 지평의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서 걷고 또 걸으면서
똑같은 지점을 확인하는 것은 별로 재미가 없고 저곳을 언제 도착할까 하는 걱정으로
발걸음이 무거워 지기도 하는것이다
생쟝 피에드포드 주비리 그리고 빰쁠로냐를 지나서 오늘은 "여왕의 다리"라고 명명된
뿌엔데 라 레이네 (Puente la Reina)로 가는 네번째 날이 되었다
생쟝에서 너무나 큰 충격과 힘든 시간을 지나오면서 정신을 차릴수가 없이 진행되어왔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조금 마음이 안정되어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는 까미노길에
무한한 감동과 흥미로움으로 들뜬 행복한 마음이기도 한것이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스페인에서는 마을마다 공동묘지가 하나씩 사각형의 높은 담장으로 둘러 쌓여있고
마을의 높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들의 영혼이 살아있는자들을 굽어보게 하고있는듯 정겹다
십자가 아래 고이잠든 넋들이 이마을을 수호하고 지켜주는 것이다
먼곳에서부터 보이는 그곳의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누구나 그곳을 향하여 걸어가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쉬어 가기도 하는것이다
아무리 평지라고 하더라도 서서히 높아져가는 언덕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의 반복은
힘들고 발의 통증이 날카롭게 전해 지기도 하면서 나의 까미노 여정은 긴장 되기 사작하였다
그렇다고 멈춰서 노닥거릴 시간 또한 허락되지 않는것이다
걸을때 발 뒷꿈치가 먼저 땅에 닫도록 걷는것이 과학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발의 통증을 최소화 시키면서 안깐힘을 다하여 걷는 동안
멀리서 조그맣게 보이던 커다란 바램개비 풍력 발전기가 눈앞에 가까이 닥아왔다
그곳은 예전에 수도원이 있었던 자리이지만 지금은
까미노길의 순례자들을 상징하는 철로 만든 모형 기념비들이 늘어서 있다
기념비에 쓰여진 "별들이 바람따라 흐르는 길을 지나 "라는 글귀는
이기념비의 뜻과 함께 까미노길의 의미를 대변하고 있는것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의 거념촬영 장소로도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언덕의 들판에는 노란빛깔의 봄꽃들이 만발하여 아름답기 그지없다
사람들이 삼삼 오오 모여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어떤 이들은
푸른 들판에 랩탑을 가지고와서 펼쳐놓고 인터넷 교신에 여념이 없었다
백년전의 모슴이 이러하지는 않았을것이라는 생각에
사진 한컷을 찍어도 되냐는 나의 물음에
한껏 기쁜 마음으로 허락하는 멋쟁이 여성이 고마웠다
나도 저 여성처럼 멋지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
나는 내가 다시 도전해야 할 내리막길를 확인하고
가는길을 재촉하게 있었다
내려가는 길은 험로일수밖에 없었다
정비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은 울퉁불퉁하기도 하고
수해로 인한 깊이 파인길에는 돌들이 돌출되어 있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게 되는것이다
때때로 자전거 까미노 친구들이 무서운 속도로 그길을 내달리면서
길을 비켜달라고 소리를 지를때가 많아서 잠시도 방심할수가없는 그길을
걷는 것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힘든 고행의 길이기도 하였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마을 Uterga에는 San Esteban 이라는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 있고
마을을 벗어나기전 들판 중앙에 있는 Santa Maria de Eunate 라는 성당은
팔각형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있는데 Eunate는 바스크어로 100 개의 문을 뜻하는 말로서
출처미상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길에서 먼곳에 있어서 직접볼수없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또한 이곳의 Obanos 라는곳은 시골 귀족들의 마을이었는데
1327년 중소귀족들이 왕권남용을 저지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 했지만
결국 나바라 왕국에 귀속되었고 왕권에 도전 했던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곳이라 한다
Obanos의 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오바노의신비"라는 연극을 2년마다 공연하는데
까미노에서 일어난 아키텐 공주 펠리시아(Felicia)와 그녀의 오빠인 길레르모 (Guillermo)
공작에 관한 것인데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순례자"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고 전해진다
프랑스 남부에 살았던 아키텐의 펠리시아 공주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돌아오는길에
이곳에 정착하여 가난한이와 병든이들을 돌보고 살기로 결심하게 되어 왕국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었고
왕이 이사실을 알고 오빠 길레르모를 시켜서 공주를 데리고 오도록 명하였다
길레르모가 동생 펠리시아를 찾아가서 설득시키려 하지만 끝내 돌아갈것을 거부하는 바람에
화가 난 길레르모가 펠리시아를 죽이게 되고 후회와 자책감으로 산티아고 순레길에 나서게되었는데
그역시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 정착하여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그이후 가난한 이들과 병든이 그리고 순례자들을 위해 살았고 성인품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성당은 개축되어 그흔적은 몇개의 석주에서만 찾아볼수가 있다고 전해진다
뿌엔데 라 레이나 (왕비의 다리)는 나바라 루트의 상징이며 까미노 때문에 생긴 마을이라고 한다
순례자들은 마을 입구부터 출구까지 Mayor 길을 따라 가면 된다
나바라왕과 아라곤왕의 명에 따라 정방형의 도성를 만들게 되었는데 길을 따라 늘어선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게 되고 어느덧 Mayor 길은 끝나고
11세기에 나바라 왕 산초3세의 왕비인 Reina Dona Mayor의 후원으로 지어졌다는
6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그유명한 로마네스크 다리를 만나게 되는것이다
나바라왕 산초3세의 왕비 Mayor(마요르)의 후원으로 지어진 이 다리 덕분에
순례자들은 편안하게 Arga 강을 건널수있게 된것이다
이곳은 까미노의 여정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 여울중의 한곳이로서 유명하다고 한다
또한 이곳의 San Pedro 성당에는 쵸리(Txori) (바스크어로 "작은새")라는 성모상이 있는데
그쵸리는 예전에 뿌엔떼 레이나 다리위에 있었다고 한다
그때 작은새 쵸리가 규칙적으로 날아와서 부리로 성모 성상을 청소했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이성모상이 오늘날 뿌엔데 라 레이나 (Puente la Reina) 마을 축제의 기원이라 한다
까미노 여정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다리는 우리들이 그곳을 거닐면서
몇장의 사진으로만 간직하고 있지만
멀리서 여섯개로 구성된 아치형의 다리를 제대로 감상하지못한 아쉬움은 남는것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내오른쪽 발톱위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핏물이 가득한
물집을 제거하고 약을 발랐다
앞으로 가야할길은 멀고 이제 시작일 뿐인데 발톱에 심각한 상처가 나서
내가 이길을 완주할수있을것인가를 걱정하면서도
잠자리에 들기가 바쁘게 정신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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