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5. 14:35ㆍ추억속의산행후기
청옥산 맑은 물가에 두고 온 내마음
추억속의 산행후기
2011-06-03 15:31:38
솔향기 산악회원 여러분~
여러분은 왜 산에 오르십니까?
오늘 올라야 할 산행지의 이름을 떠올리며
뚱딴지같은 생각에 빠져서
아직도 어두움에 잠긴 새벽 아스팔트 길을
뚜벅거리며 걸으며 실소를 금치 못한다.
(ㅎㅎㅎ)
누가 시킨다면 절대로 할수 없는 이새벽의 등반을 위한 행군.....
< Because it is there >
거기 산이 있어 오른다...는
영원히 반복인용되는 영국의 조지 말로리의 말처럼
여. 러. 분.
왜 산에 오르십니까?
세상에 널리 알려진 에베레스트 첫번째 등정자는
영국의 에드몬드 힐러리경이 아닌
역시 영국태생의 조지 말로리였다...
.... 징이 박힌 구식 등산화와 빳빳한 마닐라산 자일 하나로
과학적인 등산장비없이는 결코 오를수 없었던 정상을 이렇듯 맨몸으로
1924년 세번째 도전끝에 8220m에 오른후 내려 오지 못하고 사라져....
1999년 콘라드 앤키에 라는 사람에 의하여
그의시신(1886~1924)이 발견됨에 따라 첫등정의 에베레스트의 역사가 다시 쓰여 졌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랐고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명문 켐브리지대학을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였던 예언가이기도 했다는
조지 말로리야 말로
영원한 영웅의 화신으로 죽음을 초월한 삶을 지금도 살고 있는것이 아닐까 ....
그대여
그대는 어찌하여 산에 오르려 하시옵니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알듯 말듯한
크신분의 법어처럼 난해한 화두를
아직도 풀어 내지 못하는 나의 어리석음이 미워도..
홀린듯 어둠에 떠밀려 오늘도 청옥산을 향하는 첫발걸음이 부산하기만 하여라..
온국민의 건강요법이 등산이 되어 버린 요즈음
일요일날 북한산 백운대에 오른다는 것은
아마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오르는것 만큼 어려울게다....ㅎㅎㅎ
예전..
내짝꿍이랑 가끔씩 백운대에 오를라치면..
꼬불꼬불 길게 줄서기가 일상이요
굉음을 뿜어내는 구조 헬리콥터의 곡예비행에 사람들의 숨소리가 잦아 들고...
연막탄까지 솟아 오르던 급박했던 일들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니 왠일일까....ㅎㅎㅎ
괜시리
씨잘데없는 공상의 날개에 느릿느릿 걸어서 였을까...
지하철역에 도착하여 한참을 기다렸다가 차를 탔고
복정역에서 내려서 바꿔탈려고 또 한참을 기달렸다가 차를 타고 가는데
총무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옴메나...미안스러워랑....)
나때문에 10분이나 늦게 출발하게 되어
절대로 남에게 페를 끼치는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까꿍이의
그우아한 스타일이 아침녁에 온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지라...(에혀...몬사릉 )
우찌되었던지 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동행이 행복한지라..
오늘 만나야 할 청옥산을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지라...
청옥산은요..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동쪽해안선을 따라 남으로 웅장하게 지리산 까지 뻗어 있는 태백산줄기
한가운데를 가르질러 동서로 영동과 영서로 판이한 계절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
동해로 뻗어내려간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이있고
그아래로 두타산 (1353 m)과 청옥산 (1404 m)이 형제처럼 나란히 솟아 있네요...
오늘.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과 삼척시 하장면의 경계에 위치한 푸른옥돌의 산...
청옥산을 오르려 하고 있다...
언제나 무박으로 한밤중에 달려와서 검은 새벽
이마에 등불을 밝히고
땅바닥만 열심히 보고 걷다가 날이 밝으면 찬밥먹고
허겁지겁 산을 내려왔던 기억밖에 없는
무릉계곡을 오늘은 본격적으로 음미해 볼려고
선비들의 시심을 읊어 내던 대리석조각 보다 더 곱고 하얀
수백명은 운집할수 있는 무릉반석위에서 선배님의 구령에 맞춰서
국민체조도 당당하게 ...
오체를 자유롭게 흔들어 근육을 풀어주고 ..
내심으론 만만치 않은 첫고행길의 발자욱을
역사유적지 금란정 정자에서 시작하였다...
(아침 10시 정각에...)
전산야가 목이 탔던 가을 가뭄에
바스락 거리던 갈잎파리의 안타까운 신음소리가
간데 없더라....
바라는것이 많으면 실망도 크다고 하였던가...
마음을 비웠을때의
가득가득히 채워지는 풍요로움이 가슴이 부풀게 하였어라...
가을 햇살에 일렁이는 나뭇가지들은
물기를 머금고
빨강 노랑 초록빛으로
제빛깔을 머금어 반짝거리고
한없이 드넓게 옹기종기 모인 대리석 바윗돌 틈새로
흰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져 내리는 옥빛 물결이
명경지수라 하였던가....
하양 깜장 갈빛 조약돌이 맑은 물속에서
빛줄기 따라 일렁일때면
보석보담 더고운 빛으로 눈부시더라.....
큰바위 작은바위
길고 드넓은바위...천태만상으로 흩어져 조화롭게
굽이굽이 흘러가는 장장 14 km 에 이르는 계곡의 비경은
보고 또 보아도
눈길을 멈출수가 없는 신성함이었다...
12선녀탕이 던져준 고단함이
띠엄띠엄 자리를 비우게 했던 진정한 이유였을까....
이번 산행에 오지 못한 솔향기 회원님들의 안위가 생각나게 하고
바람 구름 바위
조약돌에 비추이는 햇살과 맑은 물소리까지
나의 두손에 나눠 담아서
내사랑하는 님들에게 전하여 주고 싶었어라....
한시간 반이나 이어지는 계곡산행은
발길이 닿는곳 마다 신선들의 놀이터라
나도 모르게 덜커덕 주저 앉아서
< 한잔 하고 가자~~ > 했더만..
산천이 떠나게 웃음보를 터트리네...
찰칵찰칵 기억속에 입력하는 카메라의 셔터 터지는 소리 또한 요란하였더라...
길고 험한 산길 어둡기 전에 하산하여야 하는 촉박함으로
앞장선 대장님의 근심어린 재촉소리도 냇물소리에 묻혀 흘러가고...
아직도 막걸리병 비울 시간이 아닌데도 약속이나 한듯이
바위반석에 둘러 앉아서 한모금씩 냠냠거리며 희희낙낙..
세월아 내월아...하였는지라....
혼자서 꼭대기을 향하여 열심히 걷던 대장님
돌아 보니..
아무도 오는 이가 없는지라...
높은 바위위에 올라가 기다리시던 대장님.
볼이 발그레 지셔서 하시는 말씀인즉...
<여러분~~대장님 말을 잘 들으셔야 합니다...아시겠지요? > 하십니다 그려...
그래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미안스럽기도 하고 해서...
아주 엄숙한 얼굴 표정으로 백배 사과 드렸지만서두...
괸시리 웃음이 자꾸만 배실배실 새어나와서 한참동안 혼이 났습니다요...
( 막걸리를 대장님걸루 남겨 놓지 않아서 그런다구...그래서 더욱 웃음보가 터져서 혼이 났습니다요..ㅎㅎㅎ)
솔향기산악회 고운 님들이시여...
어찌하여 그토록 죽을 힘을 다하여 산에 오르십니까요?
산이 거기에 있응께 오르신다구요?
침묵하는 산이 좋았어라....
삶이 주는 노여움도
바람의 향기로 녹여 내는 산의 침묵이 좋았어라...
때로는 설익은 과일같고
잘 다듬어 지지않은 뽀족뽀족함이
모나지 않는 돌맹이처럼 다듬어 지게 하고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나의 아픔까지도
보듬어 주고 안아 주는 산의 침묵이 나는 좋았어라....
발아래 뚝뚝 떨어지는 내눈물 받아
산의 자양분으로 삼는 그겸허함에 또다른
가슴 뜨거운
눈물을 삼키게 하는 침묵의 산이 나는 좋았어라....
오늘 그곳에 머물어 돌이 되고 싶었어라
한줄기 푸른 나무가 되고 싶었어라...
청옥산이라하면...
두타산과 무릉계곡과 삼화사가 겹쳐서 떠오른는 산이다
그중에서 모든이들의 뇌리에 각인된 삼화사란 절은 역사 깊은 유적지이기도 하다
삼화사는 신라선덕여왕 (642년)시대에 지장스님이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이곳에서 절을 지어
흑련대(黑蓮臺)라고 함이 그시초이며 고려 태조때에 이르러 삼화사라고 개칭되었다고 한다
그이후 임진왜란 의병의 근거지가 되는 파란을 겪으며 신라시대의 철불 3층석탑 대사들의 비석
부도등..대웅전약사전은 오늘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둘러 앉고도 남을 드넓은 무릉반석은 조선전기 4대명필가인 봉래
양사언의 석각과 매월당 김시습을 비롯한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명시가 새겨져 그멋스러운 필치와
시감이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 주질 않는다..
두타산 영봉에서 이어진 쉰음산 오십정 (쉰우물)은 예로 부터 가뭄이 들때 봄가을 기우제를 지내던 영적인
모산으로서 지금도 무속신앙의 근원지라 할수가 있다..
옥류동 관음사 선녀탕 쌍폭포 천운사 금란정은 용추폭포와 함께 소금강이라 불려지는 명승고적이라 할수 있다.
가뭄 때문에 볼수 없었던 가을단풍을
원없이 한없이 지천으로 보아가며 산을 올랐었다
예전에 두타산을 오를때...무릉계곡에서 왼쪽으로 능선을 타고 올라서
시계반대 방향으로 내려 왔었는데
오늘은 무릉계곡에서 오른쪽 계곡을 타고 청옥산을 오른다음
시계방향으로 내려오면 두타산과 청옥산을 하트모양으로 타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하트모양이...사랑이라고 하셨든가요?
사람은 누구나가
가슴에 구멍하나씩 뻥하고 뚫여 있어서
그곳을 드나드는 스산한 바람때문에
어쩔수 없이 고독할수 밖에 없다고 누가 일갈했더랬지요?....
그려요..
그무엇으로도 그 뚫린 빈가슴을 채울수가 없기에
사람들은 그원초적인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나약함으로 인하여
때로은 울부짓고 아우성치고 한다는군요....? !!!.
(아니라구요? 호호 ..)
아닌척 하는것 아닙니까?
우쨌거나
그바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며 백약이 무효라고 하데예...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넘치도록 하고 또 사랑하십시요....
꿈같은 몽환의
한시간반의 계곡산행이 끝날 즈음 연칠성령을 향한 3시간이 넘는
험하고 가파른 오름산행은 숨이 넘어 갈듯 하였지만 청옥산 정상을 1.3km 남겨 놓은
넓직한 쉼터에서의 점심은 꿀맛이었다
누구랄것도 없이 언제 아프고 언제 힘들었느냐듯이
웃고 떠들고 하하호호 하면서 입이 귀에 걸리었다..
청옥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두타산과 고봉준령이 마치도 신에 홀린듯 넋을 잃고
바라보며
이제 돌아서서 가야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어라...
가슴속 깊이 새겨지는 오색영롱한 가을 산빛은
수백년 묵묵히 산을 지키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형언할수없는
수려함과 멋스러운 자태는
오래도록 내가슴속에서 그빛과 향기를 품어 낼것이다...
예정시간보담은 한시간이나 연장된 7시간 30분의 산행이었지만
한사람의 낙오자 없이 즐겁게 하산하였고
계곡산장가게에서 참이슬에 따뜻한 오뎅국물로
서로의 기쁜마음을 확인하는 청옥산 산행의 끝마무리도
산마루에 빼꼼이 얼굴을 내어민 반달의 환한 모습처럼 밝고 맑아 보였다.
건강하고 행복한 미소가 늘 함께 하시길...
2006년 10월 30일 까꿍이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