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pture, The
2024. 10. 12. 14:03ㆍ팝아티스트
딱히 정의를 내리기 힘든 음악이 있다. 워낙 그 경계가 불투명해 어느 한 장르로 구분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러한 음악을 크로스오버/하이브리드/퓨전 등 다양한 용어를 통해 표현한다. 하지만 그런 테두리 속에 가둬두는 것조차도 버거운 음악이 있다. 처음 들을 때는 분명히 록이었는데, 다시 들어보니 댄스 음악인 것처럼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색깔이 카멜레온처럼 달라진다. 랩처의 음악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분명 포스트 펑크였는데, 반복해서 들어보니 디스코이기도 했다. 또한 뉴 웨이브이기도 했으며, 펑크(Funk)이기도 했다. 달콤한 팝도 있었고, 슬리즈(Sleaze) 록도 있었다. 듣는 이가 어느 쪽 장르를 더욱 선호하느냐에 따라 랩처의 음악은 계속 장르 변화를 시도한다. '디스코 앤 슬리즈 앤 로큰롤', '도나 섬머와 스투지스', '미래의 확실한 파티 사운드트랙', '쿨한 루 리드와 고뇌하는 이안 커티스' 등으로 음악 언론에서 랩처의 음악을 묘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해 데뷔 앨범 <Echoes>를 내놓은 랩처에 대한 에코는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랩처는 1998년 미국 뉴욕에서 결성된 4인조 그룹으로 현재 라인업은 루크 제너(Luke Jenner, 보컬& 기타), 매티 세이퍼(Mattie Safer, 보컬 & 베이스), 비토 로코포트(Vito Roccoforte, 드럼), 그리고 멀티 인스트루멘틀리스트 게이브 앤드루지(Gabe Andruzzi)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뉴저지 출신의 제임스 머피(James Murphy)와 영국 출신의 팀 골드워시(Tim Goldworthy)가 있는 프로덕션팀인 DFA(Death From Above)의 진두지휘아래 올해 데뷔작 <Echoes>를 발표했다. 음반은 앞서 말했듯 여러 장르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포스트 펑크와 디스코를 중심으로, 펑크(Funk), 하우스, 팝, 개러지 록 등이 한데 모여 독특한 사운드를 일궈내고 있다. 이안 커티스를 연상시키는 루크 제너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일품인 'Olio', 첫 싱글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어냈던 'House of jealous lovers', 신경질적인 'Love is all' 등에서 랩처만의 쿨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 수록곡마다 장르를 부여하는 것은 팬들의 몫이다. 어차피 이들의 음악은 듣는 이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