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a Cole
2024. 10. 7. 11:39ㆍ팝아티스트
폴라 콜(Paula Cole)의 등장은 1990년대 중반에 하나의 큰 물결을 이루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활동에 커다란 힘을 실어주면서 팝 음악계를 한결 기름지게 했다. 1970년대 싱어송라이터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지적인 노랫말을 취했으며 영국 모던 록의 대모(代母)라고 할 케이트 부시(Kate Bush), 비슷한 계열의 남성 가수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그리고 캐나다가 배출한 위대한 여성 싱어 송라이터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 등으로부터 음악적 채무를 졌다. 이들의 영향으로 콜은 우리 귀에 그다지 붙임성 있게 들리지는 않지만 들을수록 매력을 발하는 전염성 강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창조한다. 그러나 폴라 콜에게 영향을 준 것은 그렇게 하얀 음악만은 아니었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과 마빈 게이(Marvin Gaye), 티나 터너(Tina Turner)와 같은 흑인 가수들을 통해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 눈을 떴으며, 레게의 아버지 밥 말리(Bob Marley)로부터는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그리고 재즈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에게서는 곡 구조를 깨우쳤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버클리 음악 대학에서 재즈 보컬을 전공하게 된 것도 늘 재즈 뮤지션들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 능력 있는 여가수가 주목받은 계기는 아트 록 밴드 제네시스(Genesis)의 리더였던 싱어송라이터 피터 가브리엘이 1992년에 시작한 세계 순회 공연이었다. 그는 이 대대적인 공연 프로젝트를 위해 폴라 콜을 게스트 보컬리스트 및 백업 보컬리스트로 초빙했다. 피터 가브리엘이 시네드 오코너(Sinead O'Connor), 케이트 부시와 듀엣으로 불렀던 'Come talk to me'와 'Don't give up'을 부를 때 폴라 콜은 그녀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그와 멋진 호흡을 맞춤으로써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이 대형 콘서트를 통해 음악 관계자들은 그녀를 주시하기 시작했고, 1994년에 드디어 대망의 데뷔 앨범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Harbinger>란 타이틀로 발표된 이 처녀작에서 콜은 작사, 작곡, 노래는 물론 피아노, 키보드, 퍼커션, 피리, 비트 박스 같은 갖가지 악기를 손수 다루며 실로 엄청난 능력을 첫 앨범에 담아내려고 했지만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호감을 사지 못한 채 제대로 된 평가는 다음으로 유보되어야 했다. 2년 간의 호시탐탐이 마침내 발효된 1996년 가을의 두 번째 앨범 <This Fire>는 이 지적인 여가수를 1990년대 가장 유망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자리로 띄워 올렸다. 첫 싱글 'Where have all the cowboys gone?'이 빌보드 싱글 차트 8위에 오르는 스매시 히트를 기록하면서 포문을 연 뒤 후속타로 'I don't want to wait'(11위)와 'Me'(35위)를 내놓아 대중들과 친교에 성공했다. 그래미상 위원들은 1998년 핵중의 핵인 '그래미상 신인상'을 이 검은머리의 여가수에게 수여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했고, 1997년에는 사라 맥라클란이 주창한 여성을 위한 페스티발 '릴리스 페어(Lilith Fair)'에 참여해 대중들과의 간격을 더 좁히면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I don't want to wait'는 미국 TV 드라마 <Dawson's Creek>에 삽입되어 오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반(反) 인종차별주의자이자 힙합 매니아이기도 한 그녀는 이전의 앨범들보다 흑인 음악의 감각을 받아들인 3집 <Amen>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단행했다. 디스코 감각이 살짝 묻어 나는 첫 싱글 'I believe in love'와 흑인 여성 3인조 보컬 그룹 TLC의 멤버인 티 보즈(T-Boz)가 백보컬을 맡아준 'Be somebody' 등이 그녀의 변화상을 일러주는 트랙들이다. 검은머리의 폴라 콜은 이러한 퓨전을 통해서 흑과 백의 통합을 단행하려 했다. 솔로로 데뷔한지 7년 밖에 안되고 발표한 앨범도 단 3장 밖에 안되지만 그녀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 이상의 연륜과 깊이가 느껴진다. 그것은 진지하고 솔직한 태도로 임한 폴라 콜의 음악 속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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