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7. 11:37ㆍ팝아티스트
테크노에서 비트(Beat)는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 같다.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규칙적으로 쿵쿵 울려대는 비트는 첨단 미래 사운드의 중심에 서서 다른 소리들을 조율하며 일관성을 유지시키는데 필수 코드이다. 그 맥박을 따라 클러버들은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일치시키며 무아지경의 세계에 빠진다.
그 중 트랜스(Trance)는 비트를 가장 잘 활용하고 부각시키는 테크노의 대표적인 서브 장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애시드 하우스와 디트로이트 테크노에서 갈라져 나온 트랜스는 아날로그 신서사이저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비트가 140BPM이상의 빠른 스피드로 진행되며 시종일관 듣는 이를 엑스터시의 상태로 유도한다.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듣는 감상용 음악이 아니라 클럽에 가서 직접 디제이(DJ)가 만들어 내는 '황홀경의 비트 난타'에 빠져드는 '24 Hour Party' 음악으로 적합한 테크노인 것이다.
때문에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일렉트로닉카 열풍이 몰아쳤을 때 격렬한 트랜스는 테크노 바(Bar)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너도나도 홍대와 강남에 있는 클럽으로 달려가 형광막대를 흔들고 비트의 향연에 몰입했다. 이에 편승해 전지현이 CF를 통해 테크노 춤의 여왕으로 등극하고, 이정현은 'Trance' 같은 트랜스 비슷한(?) 곡들을 발표하며 '테크노 여전사'라 불리는 등 그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이렇게 우리 나라는 물론이고, 전세계를 휘몰아친 '트랜스 인베이젼'을 이끈 이가 바로 독일 출신의 디제이 폴 밴 다이크이다. 그는 이미 두 차례나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어 국내 팬들에게도 낯선 인물이 아니다. '트랜스의 제왕'이라 불리는 그는 아드레날린을 끊임없이 없이 제공하는 정확하고 빠른 비트, 신서사이저가 만들어 내는 환각적인 멜로디와 정적인 사운드로 지구촌 레이버들은 단숨에 휘어잡았다. 또한 그는 다른 가수들의 곡을 자유자재로 리믹스하여 원 곡 보다 더 창조적인 작품을 완성해내는 리믹서로도 유명하다.
1971년 12월 16일 동독 베를린 인근의 한 도시에서 태어난 폴 밴 다이크는 어린 시절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던 뉴 오더(New Order), 디페시 모드(Depeche Mode) 등의 음악을 접하여 전자 사운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점차 성장해 가면서 베를린의 발전된 클럽 문화를 체득하였다. 그리고 십대 후반부터는 여러 전자 악기와 장비들을 구입하여 음(音)의 창조와 실험, 변형에 나섰으며, 베를린 유명 클럽 등지에서 디제이로 활약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밤무대(?)에서 일렉트로닉에 대한 감각과 테크닉을 충분히 쌓은 그는 1992년 테크노 프로듀서인 코스믹 베이비(Cosmic Baby)와 함께 더 비전 오브 시바(The Vision OdShiva)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싱글 'Perfect day'를 발표했고, 2년 뒤인 1994년에는 솔로 데뷔작 <45 RPM>을 발표하며 트랜스 확산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인스파이얼 카페츠(Inspiral Carpets), 뉴 오더(New Order), 커브(Curve), 토리 에이모스(Tori Amos) 등의 뮤지션들을 위해 리믹스 작업을 한 그는 1996년 두 번째 앨범 <Seven Ways>를 내놓으며 유럽의 테크노 시장을 점령했다. 'Words', 'Beautiful place' 등의 싱글들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인기를 얻으며 폴 밴 다이크를 테크노 클럽과 레이브 파티의 1순위 초대 손님으로 꼽은 것이다.
그의 트랜스 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98년 재발매된 1집에 수록된 'For an angel'이 영국과 독일의 댄스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그 열기가 미국, 호주 등으로 퍼진 것이다. 이에 탄력을 받아 1999년 폴 밴 다이크는 영국 잡지 <DJ>의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뮤직 메이커'로 선정됐고,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Ministry Of Sound>에서는 '최고의 인터내셔널 디제이'로 낙점되는 영광을 안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2000년에는 'Another way', 'Tell me why', 'we are alive' 등의 히트 싱글이 포함된 3집 <Out There And Back>을 내놓았고, 지난해에는 최초의 리믹스 앨범인 <The Politics Of Dancing>를 선보이며 행동반경을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다.
트랜스를 포함한 테크노는 첨단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그것은 테크놀로지가 퇴행하거나 답보상태에 머물지 않는 한, 끊임없이 진보할 것이다. 따라서 트랜스와 비트를 통해 인간의 심장 박동소리를 표현하는 것도 어느 순간에는 '클래식'이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폴 밴 다이크가 개척해야 할 신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아니면 클럽에서 땀흘리고 있는 무명의 디제이가 해야 될 소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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