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Bonham

2024. 9. 25. 09:17팝아티스트

 
 


1980년 9월 25일, 레드 제플린의 드러머 존 본햄(본명 John Henry Bonham)이 지미 페이지(Jimmy Page)의 집에서 비상식적으로 많은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가 자신의 토사물에 질식사하여 시체로 발견되었다. 평소 술을 즐겨마시는 편이 아니던 그가 왜 그토록 자학적인 폭음을 했는지는 영원히 의문으로 남긴 채. 그는 고작 32세의 나이였다.
70년대 중반부터 고질적인 위장병으로 고생하던 존 본햄은 80년 초부터 연속된 유럽 투어 공연으로 인해 과도한 피로와 복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뮌헨공연 도중에는 단 세곡을 연주한 뒤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의식을 잃는 등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다. 어쩌면 그는 이런 육체적 정신적 괴로움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그토록 많은 술을 자신에게 들이부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런 존 본햄의 죽음은 많은 레드 제플린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으며 두달여 뒤 발표된 레드 제플린의 해체 소식은 전세계 음악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레드 제플린의 존속을 열렬히 기대했으나 10년동안 단 한번의 멤버변동없이 환상의 팀웍을 유지해온 레드 제플린의 나머지 세 멤버,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와 지미 페이지, 존 폴 존스(John Paul Jones)는 "존 본햄의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것은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망설임없이 밴드 해산을 선언하였다. 네명의 멤버가 만들어내는 완벽에 가까운 조화로운 사운드가 멤버 각자의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그처럼 대단한 우정과 결속력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결정이었다(로버트 플랜트와 존 본햄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사이로 10대 시절 Band Of Joy라는 밴드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었다).
남은 세명의 멤버는 존 본햄의 사후 2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가끔씩 고개를 드는 밴드 재결합설에 아랑곳없이 세션이나 솔로앨범 발표 등 개인적인 음악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가끔 레드 제플린 시절을 그립게 하는 베스트 형식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2000년 들어서 발표된 두장의 앨범 [Early Days/ The Best Of Zeppelin Volume one]과 [Latter Days/The Best Of Zeppelin Volume Two]는 레드 제플린의 활동시기를 두부분으로 크게 나누어 그들의 대표적인 곡들을 차곡이 담은 앨범으로 추락하지 않는 레드 제플린 신화를 다시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아마도 레드 제플린을 들으며 성장한 사람들에게는 적지않은 감회를 안겨주는 앨범일 것이다.

레드 제플린에서의 존 본햄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많은 후배 드러머들이 별로 어려워보이지 않는 그의 드러밍을 모방해 보려고 시도했지만 보기만큼 그리 만만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새삼 감탄했다는 얘기들이 전해진다. 이런 일화들은 존 본햄이 결코 쉽지않은 연주를 매우 간단한 것인 양 연주했음을 입증해주는 예들이다. "존 본햄의 드러밍이 훌륭한 것은 그가 결코 과장된 연주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로버트 플랜트의 말처럼 존 본햄의 드러밍에서는 화려한 기교를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는 프론트맨으로 나서길 좋아했던 로버트 플랜트나 지미 페이지와 달리 베이스주자인 존 폴 존스와 함께 한발 뒤에 물러난 태도로 레드 제플린의 하드록 사운드에 넘치는 록필과 강렬한 임프로바이제이션을 제공했다.
언뜻 듣기에는 다소 싱겁게 들릴 수도 있는 존 본햄의 드럼 연주에는 과시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5살 때부터 드럼스틱을 잡기 시작해 10세 무렵에 이미 대단한 기량을 몸에 익혔을 만큼 뛰어난 드럼 연주자인 본햄의 진가는 라이브 무대를 보면 쉽게 실감할 수 있다. 그저 무지막지하게 드럼을 두드려대는 대신 그는 섬세하고 놀랄만큼 재빠른 손목놀림으로 정교한 리듬과 사운드를 만들어내었다. [Led Zeppelin Ⅱ]에 수록된 인스트루멘틀곡 'Moby Dick'은 그의 드럼 솔로가 빛나는 명곡으로 레드 제플린의 라이브 무대에서 빠지지않는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 그때마다 존 본햄은 무려 30여분 동안이나 물흐르는 듯한 드럼연주를 즉흥으로 펼치면서 박력과 넘치는 에너지로 수만 관중들을 몰아지경에 빠뜨리곤 했다.
존 본햄의 사후 만약 레드 제플린이 새로운 드러머를 영입해 계속 밴드를 이어갔다면 그들의 사운드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했을 것이다. 그런 변화를 거부하고 친구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화려한 비행을 마치고 땅위로 내려앉은 거대한 비행선 레드 제플린의 해산은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레드 제플린의 재결합을 빌며 고사를 지내기보다는 범람하는 하드코어와 테크노와 모던록 앨범들에 파묻혀있는 레드 제플린의 지난 앨범들을 꺼내 록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사운드로 평가받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잠시 존 본햄에 대한 애도의 묵념이나 올리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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