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fe Dobson

2024. 9. 22. 12:11팝아티스트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의 다크 버전은 어떨까? 캐나다에서 날아온 10대 로커 피피 돕슨(Fefe Dobson)은 분명 흑인이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내면은 거친 일렉트로닉 기타가 울려 퍼지는 짙은 로큰롤의 감성으로 가득 찼다. 어릴 시절 언니의 방에서 흘러나온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을 들은 것이 그녀의 운명을 피아노 건반에서 여섯 줄의 기타로 인도했다. 그리고 돌연변이(?) 로커의 향후 귀추를 좌우하는 운명의 열쇠가 지금 여기에 있다.

캐나다에서 지난 2003년 12월에 발매된 셀프 타이틀 데뷔앨범 <Fefe Dobson>은 제이 르바인(Jay Levine), 제임스 맥컬럼(James McCullom), 톰 로드 알제(Tom Lord-Alge) 등 실력 있는 사운드 에디터들이 참여함으로써 록의 리듬과 팝의 감성이 적절히 안배되었다. 탄탄한 사운드와 공격적인 음감은 반항기를 갓 넘긴 틴에이저의 한낱 스트레스 해소로 남기엔 강렬하다. 에이브릴 라빈의 <Let Go>가 팝/록 앨범이라면 피피 돕슨의 <Fefe Dobson>은 록/팝 정도의 차이를 둘 수 있다.

첫 싱글 'Take me away'는 풍성하게 진동하는 일렉트로닉 기타 위에 다채로운 코러스를 곁들인 감성 넘버로 미국의 에어플레이 차트를 활보하며 피피 돕슨의 출세작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오프닝 트랙 'Stupid little love song'은 네오 펑크의 '말 달리자' 정신을 수양하고 있으며, 차기 싱글로 커트된 'Everything'은 안정적인 곡 흐름을 가지고 있는 미드 템포의 록발라드로 국내에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트랙이다.

음악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Rock it till you drop it'은 영화 <컬러 오브 머니>에 수록된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It's in the way that you use it'과 세기말을 풍미했던 아이돌 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의 'I want it that way'를 재치 있게 샘플링했다. 피피 돕슨의 깔끔한 보컬 사이로 이따금 등장하는 굵직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1980년대 후반에 'Wild thing'과 'Funky cold medina'를 불러 인기를 얻은 랩퍼 톤 록(Tone-Loc)이다.

클래식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가 조화를 이루는 'We went for a ride', 린킨 파크를 연상시키는 하이브리드 록 넘버 'Give it up', 잔잔한 서막을 지나면 강렬한 기타 리프와 폭발하는 보컬이 압권인 '8 X 10' 등도 인상적인 곡들이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발라드 'Rainbow'는 피피 돕슨의 천성적인 소울 감성이 나지막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넘버는 그런지 사운드에 가려진 그녀의 태생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

백인보다 백인 음악을 잘하는 흑인 소녀 피피 돕슨. 본래 로큰롤이라는 장르가 흑인의 영가에서 비롯된 점을 염두에 둔다면 대수로운 일이 아니지만 포인트은 피부색이 다른 십대 로커를 향한 대중들의 태도이다.

그녀의 고향 친구인 에이브릴 라빈에게 그랬던 것처럼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보잘것없다'라는 속단은 금물이다. 그녀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고 우리는 이 소녀가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를 지켜보면 된다. 냉혹한 평가는 잠시 동안 보류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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