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의 살사

2024. 5. 23. 09:40음악창고

부에노스의 살사

음악창고

2012-08-14 21:18:03


 
 


부에노스의 수많은 케이블 채널 가운데 하나인 라틴음악 채널의 주종목은 살사와 메렝게이다. 도통 못 알아들을 말 속에서 채널을 돌리다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왔 때 얼마나 반가웠던 지. 프랭키 루이스, 제리 리베라, 인디아 등 정든 목소리의 얼굴들을 뮤직 비디오를 통해 확인하는 재미가 지금도 솔솔하다. 특히 인디아는 목소리답게 듬직한 체구로 거장의 풍모가 느껴져 볼 때마다 흐뭇하다.

그러나 이 뮤직비디오들의 수준은 단순유치함이 철철 넘치는 정도이다. 남자가수의 뮤직비디오에는 예외없이 쭈쭈빵빵 아가씨들로 넘쳐나고, 여자가수의 경우 자기가 직접 나서 몸을 비틀어 대거나, 아니면 인디아처럼 아예 그런 여자들은 보이지도 않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더운 나라라지만 남자들은 적당히 옷을 입고 있는 반면, 여자들은 속옷과 다름없는 비키니 차림이다. 여기다 카메라 앵글 또한 예사롭지 않아 몇몇은 유사품 포르노로도 보인다. 오늘 낮에 본 어느 남자가수의 뮤직비디오에선 비키니 여자들을 해변에 나란히 세워두고 가슴부분 보여주다, 옷 잘 입은 남자가수 보여주다, 다시 여자들 팬티부분만 보여주기를 계속 반복하는 걸 보다보다 지쳐 꺼버릴 정도로. 상상력 부족인 지, 예산부족인 지, 남자가수들 마스크가 좀 떨어지는 지...

이곳 여자들의 삶 .. 잘은 모르겠다. 내가 도착하고 일주일 후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는 여자후보자도 있었고, 거리에서 만나는 여자들의 몸은 한국의 여자들보다 훨씬 편안해 보인다. 한국에서 몸을 드러내는 옷은 곧 몸매과시용으로 통하지만 여기선 몸에 관계없이 편한 대로 입고 다닌다. 배꼽티와 골반바지 사이로 비어져 나와있는 배살은 예사이고, 퉁퉁한 엉덩이라도 쫄바지가 아무렇지 않다. 심지어 탑을 입고 다니는 임산부를 보기도 했으니까. 여기서 '심지어'란 말은 다른 불순한 의미 없이 단지 문화적 쇼크에서 나온 단어로 이해해 주시길.

햇빛 따뜻하던 날 장바구니를 손에 들고 걸어오는 남녀. 여자의 배가 좀 많이 나왔다 싶었더니 밝은 회색 탑 아래 둥그렇게 부른 배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게 아닌가. 정말 신기한 장면이었다. 튀는 얼굴도 아니고 무던한 느낌의 두 사람을 보며 놀라는 내가 이상하다 싶어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쳤지만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버스안에서 탑을 입고 앉아 있는 임산부를 보고서야 이 사람들이 유별난 게 아니구나 싶어, 그날밤 놀러온 한국분에게 물어보니 흔한 풍경이란다. 햇빛 한번 못 받고 열달 동안 옷그늘에 있어야 하는 한국의 태아들을 생각하니 여기 아기들은 참 좋구나 싶고, 부른 배 아무렇지 않게 드러낼 수도 있는 임산부들은 부에노스의 편안한 장면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금기시 하는 것들 중에 가장 무식하고 폭력적인 것 하나. 공개된 장소에서 여자들은 담배를 못 피우는 것. 아직도, 여전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열댓 명의 여대생들이 신촌에서 담배를 피우며 걸었던 것이 궐기대회였다고 말해주면 부에노스의 여자들은 이해나 할까. 이곳 여자들에게 담배는 온전한 기호의 영역이며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골초들이 많은 나라로, 걸어다니며 뻐끔거리는 여자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런 눈에 띄는 몇가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예로부터 커플댄스가 발달한 데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는 특히 땅고의 발상지라는 점. 예외없이 남자가 리드하는 커플댄스의 형식은 유난히 춤이 생활화되어 있는 이곳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었을 텐데 더 깊은 속내는 좀더 두고봐야 할 듯.



가로등에 붙은 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은 넓은 홀에 다양한 강습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요가, 아랍춤, 땅고, 태권도 그리고 살사 등.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열대여섯 살부터 호호할머니까지 가지각색이다. 레슨이 시작되자 긴 머리 강사를 따라 줄지어 선 사람들은 우선 스텝연습을 시작했다. 한 10분이면 끝나겠지 싶었던 스텝연습은 30분 이상 계속되었다. 스텝들은 따로 이름붙일 것도 없이 살사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연습을 위한 것들이었다. 저렇게들 연습하니 두사람이 맞잡은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밖에. 충분한 스텝연습 후 시작된 동작은 수월하게 진도가 나갔다. 저런 사람들이 뭣하러 레슨받으러 올까 싶을 정도로 모두들 춤이 자연스레 흘러넘쳤다. 강사의 지도 아래 일단 길만 익히고 나면 각자 신나게들 연습하는 모습이 보기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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