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jera(Rioja)에서 Santo Domingo de la Calzada(La Rioja)로 가다

2024. 9. 2. 12:58꿈속의까미노순례길

나헤라(Najera) 에서 아소프라(Azofra) 그리고 시루에냐(Ciruena)를 지나서 Santo Domingo de la Calzada 로

가는길은 21km 5시간 15분 정도 거리이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Najera(La Rioja)의 붉게 물든 황토색의 땅이 정겹다

내나라 내땅의 숨결이 저 붉은 진흙속에 숨어 숨쉬는 것인가 !

진홍색의 붉은 황토가 우리선조들의 손끝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도자기로 변신되는 환영이 안개처럼 피어났다가 사라지고는 하였다

 

바위처럼 단단한 붉은 땅을 뚫고 솟아 오른 작은 포도나무들이

파란 잎사귀를 내밀고 방긋 웃는듯이 산들바람에 싱싱하기만 하다

 

삼천리 금수강산 내나라 내땅의 일부분과 닮아 있는

이곳 나헤라의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뜨거운 햇살과 짙푸른 하늘의 흰구름 속에

마음을 모으면

저푸른 하늘속으로 풍덩 빠져 버릴것 같은

꿈결갇은 길을 걷게 되는

이 길이 가슴 벅차도록 행복하기만 하였다

 

석회암과 적충토가 많은 이땅은 잡초를 억제하고

포도나무의 성장을 촉진 시키는 천혜의 포도나무 산지가 되는것이다

 

스페인의 태양을 닮은 황토와 포도나무는

레온의 황무지까지 계속이어지게 되고

스페인 특유의 알이 작고 단맛이 강한 포도가 생산되는

긴나긴 포도밭길을 지나가게 되는것이다

 

이제 중세시대에 아랍인들이 살았다고 하는 아소프라(Azofra)에 도착하게 된다

아소프라에서는 시루에냐(Ciruena)에 갈수있는 두가지 루트가 있으며

오른쪽의 기존 까미노 루트를 따라 걸으면

끝없은 포도밭과 밀밭의 풍경이 푸른 지평선을 이루면서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게되는

외롭고도 행복한 경이로운 시간을 맞이하게도 되는것이다

 

시루에냐(Ciruena) 마을을 벗어나서 급경사가 시작되는 내리막길을

두시간 이상 걸어야 오늘의 목적지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 에 도착하게 된다

 

산또 도밍고 데 라 칼자다 (Santo Domingo de la Calzada)는 까미노길에서

가장 신화적인 도시중의 하나로 꼽힌다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 "순례자"중에서 주인공이 산채로 매장을 당하는 훈련을

하던 장소이기도 하고

작가는 소설 속에서 "누구나 두려워하고 있는 죽음이 삶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을

실현할수있도록 동기를 부여 해준다" 고 말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그순간부터 날마다 죽음을 향하여 내달리는 존재이면서도

그죽음을 까마득히 먼곳으로 밀쳐 내고

죽음은 내것이 아니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삶은 선택권이 없었다

죽음 또한 내가 선택하는 영역의 것이 아니다

 

불가에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로

인간은

그누구와도 똑같지 않고

그무엇과도 비교되지 않는

이세상에서

가장 유일한 존재라는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선택권이 없었던

주어진 삶을 살아가면서

고통스럽고 힘들때 죽음을 선택할 자유도 없는것이다

 

살아야 할 의무만이 주어지는 고난의 삶안에서

우리들은 비로소 죽음과 마주하게 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유일한 자신의 존재와 마주하게 되는것이다

 

삶과 죽음은 빛과 그림자 같은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들은 존재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사람은 생각하는 고로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찾아 떠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는 소중하고 귀한 인간의 덕목이 될것이다

 

성서에서는 죄를 지을수있는 의지마저도 우리의 선택에 맡기셨다고 하셨다

그러함으로

우리들에게 주시는 이것 보다 더 크고 귀한 사랑은 없을것이라고 생각되는것이다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는

까미노길의 큰 후원자였던 도밍고 델라 칼자다에 의해서

산티아고 가는길 때문에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순례자들이 항상 붐비는 이마을에는 성인을 위한 축제가

해년마다 벌어지고 있으며 4월 25일에는 닭이 작은 북과함께 행진하는

축제가있고 5월 1일에는 성인의 빵을 나눠주는 축제

5월 10일에서 15일 까지는 성인을 기리는 성대한 행열이 진행된다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는 닭에 대한 전설로 유명하다

15세기에 독일청년 우고넬이 부모님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에 이곳의

여인숙의 딸이 우고넬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서 사랑을 고백하였으나

신앙심이 남달랐던 우고넬은 그녀의 고백을 거절하였고

상심한 처녀가 복수할려고 은잔을 우고넬의 짐 가방에 몰래 숨겨서

도둑으로 몰아 고발하였고 재판소에 끌려간 우고넬은 유죄판결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절망에 빠진 그의 부모님이 산티아고 성인에게 기도를 올리면서 순례를

계속했는데 돌아오는길에 아들이 밧줄에 매달려 아직 살아있는 아들을

보게되었는데 도밍고 성인 그의 다리를 받치고 있었다는것이다

부모는 이사실을 영주에게 알렸지만 믿지 않았고

"네 아들이 살아있다면 내가 지금 먹고있는 닭도 살아있겠구나"

했을때 식탁위에 있던 구워진 닭이 벌떡일어나서 홰를 치면서

노래를 했다고 전해진다

 

도밍고 델라 칼자다는 까미노의 큰 후원자 였으며

그곳의 유명한 수도원의 수도자로 살고 싶어했으나 입회를 거절당했고

그는 평생동안 휼륭한 삶을 살 장소로서 이곳을 선택하고

나헤라에서 부터 숲을 정비하고 Redecilla 까지 까미노 루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Oja강의 다리를 세우고 성당과 병원을 세우고 순례자들을 맞았다고 한다

1109년 그가 세상을 떠난후 그는 자신의 열정이 담긴 까미노 길위에 묻혔다

훗날 그의 묘역위에 세워진 건물이 바로 로마네스 상석을 가진 대성당이다

대성당 입구는 두곳인데 정문은 로마네스크 오른쪽 문은 르네상스 양식으로지어졌다

세곳의 회랑 천정은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졌으며 멋진 종탑은 바로크 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실내에 두마리의 닭이있는 벽감이 보존되어 있는데

이는 Santo Domingo de Calzada 의 대표적인 기적을 보여주기 위한것이다

 

15세기 다미안 데 포르멘뜨에 의해 그려진 주제단화는 1994년 까지 마요르 소성당 안에 있었는데

이그림은 스페인 르네상스의 보물로 알려지고 있다

닭들이 사는 닭장은 15세기의 고딕 양식인데 아직까지도 성당 내부의 이닭장에서

살아있는 흰 닭 한 쌍을 키우고 있다

 

신앙심 깊은 독일 청년 우고넬의 실화가 빚어낸 닭의 전설 덕분에

1993년부터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는

우고넬의 고향인 위넨뎀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고 한다

산또 도밍고의 재판관들은 우고넬의 결백을 믿지 않았던 것에 대한 사죄로

몇 백년 동안 목에 굵은 밧줄을 매고 재판을 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과 전설 때문에 중세의 순례자들에게 여행 중에

수닭이 우는 소리를 듣는것을 좋아 했고 좋은 징조로 믿었다고 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순례자들은 순례길을 걸으면서 닭의 깃털을 모았는데

그것이 순례 중에 그들을 보호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한다

또한 폴란드인들은 순례길에 지파이 끝에 빵 조각을 얹어서 닭에게 주고는 했는데

닭이 빵을 쪼아 먹으면 순례에 좋은 징조라고 여겼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고색창연한 도시의 수도원과 성당의 조형물들에는

수탉이 조화롭게 높은 곳에 올려진 모습을 보면서 기이한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사진을 찍기도 했었는데 오늘 산티아고 순례자 연합회 까페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여행아내 책자를 통하여

Santo Domingo de la Calzada 마을의 역사와 도밍고 델라 성인의 선행과

닭의기적을 읽으면서 깊은 감동에 사로 잡히는 아름다운 시간여행이 되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수탉의 깃털을 모았다는데

나의 경우에는 어느 순간엔가 이 까미노 길을 걸으면서

이곳의 도시마다 새겨질 나의 아름다운 추억의 발자국을 간직하고 싶어서

작고 흠집없는 예쁜 돌맹이를 하나씩을 주어서

소장하기로 한것이 생각난다

작은 돌맹이 줍는 것은 나의 평생동안의 취미의 일부분이기도 한것인데

7 년전 프랑스 니스 해변에서 수없이 많은 작은 돌맹이들 가운데 한손안에 잡혀온 아주 작은

예쁜돌들은 지금도 나의 방의 일부를 차지하고 아름다운 니스 해변의 파도소리를 속삭인다

 

산티아고 까미노길의 여러곳에서 수탉의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고 많이 들려 왔었던 이유를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서 도밍고 성인 발자취를 따라 가다가 알게되었고

지금도 Santo Domingo 대성당안에서 살고있는 ~ 길러지고 있고 있는

흰색의 두마리의 닭이 날마다 오래도록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