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4. 16:29ㆍ추억속의산행후기
무주의 숨은 보석 적상산(赤裳山)
추억속의 산행후기
2011-06-03 16:11:27
11월의 마지막 주일
김장까지 마쳐 놓고
산에 오르기 위하여
완전무장을 하고
노란 은행잎이 눈처럼 쌓인
새벽 아스팔트길을
개선장군처럼 걸어간다
오직
산에 오르기 위하여 사는 사람처럼....
한줌 바람에 팔랑거리며
허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들이
아름답기만한데...
"풀잎에 이슬같다"는
뜸금없는 생각은 무엇인가...
아직은
못다한 이야기들 때문에
붙잡고 늘어지고 싶은 시간이여..
오오...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면 좋겠네...ㅎ
깊은 산속에서
바람처럼
쏜살같이 지나가버리는 다람쥐처럼
애잔한 그리움의 시간들...
잠실역 8호선 모란행 전동차를 타고
복정역에서 다시 3호선을 갈아 타고
야탑역에 정각 7시에 내리니
어둠속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오늘 산행지는 전북 무주 덕유산 국립공원에
속하여 있는 적상산(赤裳山)
기암절벽과 어울어진
가을단풍의 산세가 여인네의 치마폭 같다하여
적상산(赤裳山)이라 한다
지난 겨울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1614m)에 올랐던
칼바람 추위만큼이나 강열하게
기억속에서
아름답게 채색되어진 눈꽃산행...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주목나무의 설경...
다시금 가슴 설레이게 하는 아침이었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의 경치가
차창을 스치고
눈깜짝 할 사이에
덕유산 국립공원 북서쪽 끝에 위치한
적상산(1034m)입구인
서창매표소에 닿은 시간은
열시가 넘지 않은 시각이었다
장도바위~서문~ 향로봉~안부능선~
적상산~안령대~ 안국사~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이강수선배님이 안계셔서
가나다라대장님이 준비운동을 대신 하셨다
순서가 틀리면어떠랴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거니까
각자가 알아서 배배 꼬다가 웃음가득한
시간을 만나고
친구두분과 함께 오신 천련님은 이번산행이
처음이어서 반가웠다
성함을 알수없었던 믿음직한 두분산우님도 반갑고
오랫만에 오신 선진항공사장님도 더욱 반가웠다
등산로 입구에서 만난
이동화장실은
기쁨의 탄성을 지르게 하였다
고급 휴게소에서나 볼수있는
커다란 휴지케이스까지 있는 고급화장지에
비닐에 감싸인 깨끗한 휴지통에..
작은 거울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친절한
이동화장실이 아닐까 여겨졌다 (ㅎㅎㅎ )
매표소까지
차를 타고 올라온 그길이 상당함에도
돌과 축대로 쌓아 지그재그로 올라 가게
평지처럼 길을 다듬어 놓은
그친절에 다시한번 감탄하면서...
이곳 사람들의 정성으로 빚은 이길 때문일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오르는 산이라고 하였지만
숨이 턱에 차오르고
흐르는 땀으로 인해 겹겹이 입었던 옷을 벗어 던지며
각자가 싸가지고온 과일이며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덕이 많아서 넉넉한 산이라고 하였던가...
얼마전 92세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덕유산 정상에 올랐다는
지게효자님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인천에 사는 7남매의 막내인 41세의 이군익씨는
자녀들의 재롱을 보여드리려고 고집부리며 아버지를 모셔왔고
금강산을 보고 싶다는 아버지를 위해 안전벨트까지 있는
알루미늄지게를 손수 만들어 43kg의 아버지를 태우고
지난 6월에 금강산 만물상 턱밑 전망대까지 올랐고
이소식이 중국 취푸에 사는 교포를 감동시켰고 그의 초대를 받았다
취푸는 공자의고향이자 공자사상의 성소(聖所)라고 하는데
이씨는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태산에 오르고 공자묘를 찾았으며
이일은 방송매체를 타고 중국에 널리 알려졌고
공자를 가르치는 공학관(孔學館) 교장선생님도 이씨부자를
만나러 찾아왔다하니..
공자의 나라에서 공자마을 사람들까지
감동시킨 지게효자님의 곱디고운 효심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고 있었다.
(혼자서 오르는 이길도 어렵건만....할말을 잃을수 밖에 없었다)
또한 요즈음
아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엄마를 폭행한다는
믿기 어려운청소년의 인성파괴 현상은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은 잘못되어진 세상이 아닌가 생각되어지고
어떻게 받아 들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옳은지 종잡을수 없어진다.
~
한시간 두시간
얼마를 올랐을까
최영장군이 단칼에 베어버렸다는
전설이 녹아 흐르는
장도바위의 절묘한 위용은 신비롭기 그지없고
곧바로 이어지는 고색창연한 산성의 옛모습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국사가 있던 넓은 분지에는
지금 무주양수 발전소댐인 적상호가 자리를 잡았고
이산정호수를 에워싼 능선을 따라
길이 8143m의 적상산성이
사방으로 층암절벽의 요새를 이루고 있었다
고려때 거란의침입했을때는 수십군의
백성의 목숨을구하였고
고려말 왜구의 침입때에도 삼도안령사가
병사를 몰고와 진을 쳤던 고성이라고 한다
고려말 공민왕 23년(1374)삼도도통사 최영(崔瑩)장군이
제주를 토벌하고 서울로 오르는 길에 이곳을 지나다가
천혜의요새를 이룬 준험함에 감탄하여
성을 쌓을것을 왕께 건의 하였던바
그이후 조선시대에 산성을 수축하고 5대사고 중
북쪽 요향사고가 위험해지니 이곳 적상산에 사고를
설치하여 우리나라 국사(國史)를 지켜온
유서깊은 사적지라고 한다
이적상산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고찰 안국사는
고려 충열왕(1277)에 월인화상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광해군 6년(1614)적상산성내에 사각이 창건되고
인조 19년(1641)선운각이 창건되어 적상산 사고로서
조선조 왕조실록을 봉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양수발전소 건설 때문에 호국사의 위치로 옮겨진
지금의 안국사는 1995년에 완공되어 산정호수와 함께
주변경관이 뛰어난 명소가 되어있다
맑고 푸르른 산공기를 마시며
옛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것 또한
우리들 가슴을 풍요롭게 하는 그윽함이었다
비가 올것이란 일기예보가
아주 빗나간것은 아닌듯
볼을 적시는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점심상을 펴고 희희낙낙 즐겁다
한국 첫우주인을 뽑는다고 야단법석인
최첨단 우주시대에
가랑잎 사이로 먼지가 폴폴나는 산길을
죽을 힘을 다하여 두발로 타박타박 걸어야 하는
등산취미야 말로
얼마나 야만에 가까울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방이 확트인 산마루에 걸쳐 앉아서
산우님들과 나누어 먹는 점심이야말로
아무나 누릴수 없는 축복같은 것이다
오늘 처음 오신 오수현 천련님 즐거우셨나요?
복스런 얼굴에 미모까지 빼어나시니 솔향기가 환해 졌네요
함께 오시었던 두분 친구분도 가입하시고 새롭게 인사 나누어요.
지게효자님 처럼
효자이신 안용덕 칼라님
집에 잘 들어 가시었나요?
노래를 잘 부르신다는 아버님께
이까꿍이의 안부도 전해주시었나요?
어부인의 유학생활을 돕기 위하여
아이들도 함께 외국에 보내고
홀로 아버님을 모시고 계시는 칼라님의
고운품성이 모든 사람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하네요
여성보다 섬세한 배려의 마음
섬기는 겸손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효심이란 한 인격체안에
하늘이 내려주시는 축복같은 은혜같아요
하늘아래 모든이들의 마음이
그리 고와진다면.....얼마나 좋을까요 ~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나눔의 시간
점심의 시간은
우리산꾼들에게 더없는 행복함이기도 하지요
향로봉(1024m)에서 망원대쪽을 바라보면
무주시내와 금강상류가 길게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운장산과 마이산이 눈앞에 닥아온다
적상산 (1038m)에 이르는
능선산행길은
정다운 마을 동산처럼 아늑하기만 하였고
탁트인 조망이 가슴 아련하게 녹아든다
급히 서둘지 않아도 되는 안국사를 향한
하산길은 가볍고 평화로왔다
적상산호수가 보이는 언덕에
주차장이 있어서
영원 전회장님의 100회산행기념 잔치상이
기달리고 있었다
족발에 순두부에 모두가 입이 귀에 걸리었다
누구랄것도 없이 얼굴이 발그레 붉은 사과같고
더없은 기쁨이 넘치는 잔치였다
국중제일정토대왕(國中第一淨土大王)이라는
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 안국사를 뒤로 하고
적상호수를 돌아 나오는 길은
옛대관령 고갯마루처럼
꼬불꼬불 해서 아찔한 생각도 들고
그경관이 아름답기도 하였다
언젠가 단풍이 여인네의
비단치마폭처럼 불타오를때면
다시 한번 이곳으로 오지않을까하는
간절한 소망하나 가슴에 품고 돌아오는길은
어느때 보다도 한가로왔다.
모든님께서 사랑이 넘치는 한주일 되시기 바라고
다시 뵈올때까지 안녕하소서...
2006년 11월 27일 까꿍이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