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1. 10:45ㆍ추억속의산행후기
추억속의 산행후기
2011-06-03 18:14:44
칠흙같은 어둠이 내려 앉은
남해금산(南海錦山)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는
명멸하는 도회의 불빛사이로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내몽골 본토의 기상이변까지
훤히 꽤뚫어 볼줄 아는 눈치빠른
멀티 플레이어들의 예약취소 돌풍으로
40인승 소형 리무진으로 갈아탄
32명의 막무가내 비 사랑 솔향기 족속들은
방글방글 웃는 얼굴에....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레
해마다 봄바람은 남으로 오네...라는
흥겨운 노랫가락에
알쏭달쏭한 봄바람이 일렁이는 가슴으로
뽀얀 물안개 비를 헤집고 내달리는
선진항공 버스에 몸을 맡긴채
내일을 위한 곤한 단잠을 청하고 있었다
................................... ^^*
옛 이야기처럼
주절이 주절이 내리는 푸른 봄비속으로
별빛을 삼켜버린
캄캄한 밤하늘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아마도 그곳이 지도에서 본 남해군 복곡매표소
산행들머리 인듯
희미한 불빛의 미니슈퍼앞 주차장에서
하차한 일행들은 이마와 손에
반짝이는 작은 렌턴불빛을 밝히고
화려한 원색의
백마탄 왕자님의 망또같은 멋진 판쵸 비옷으로
몸을 감싸고
깊게 눌러쓴 모자에 눈만 빼꼼히 내어놓은
산꾼들은
봄향기 가득 차오르는 상쾌한 봄비속으로의
행군이 시작되고 있었다
야탑역에서 밤11시 27분에 출발한 버스가
다섯시간을 달려와서 멈춘 시간은 4시 30분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시작된 산행은
4시간 30분산행으로 9시에 아침식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캄캄한 밤길...
한치 앞도 바라 볼수 없는
태초의 적막감이
검은 빌로드에 휘감긴
어둠 저편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무 말없이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
타박타박 옯겨 놓는 발길...
평지인듯 하였으나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굽이굽이 돌아드는 넒은 세멘트길에는
길바닥 곳곳에 페인 틈사이로 샘물처럼
흘러 넘치는 물소리와
터질듯
뜨겁게 이어지는 산객들의
거친 숨결만
달도 별도 없는 봄비 내리는
밤의 고요를 깨트리고 있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처음엔 추워서 손이 시려오던 한기도
사라지고
흐르는 땀방울로 속옷이 젖어들며
뜨거운 열기에 숨이 막혀오고
비를 피할수 없는 이열악한 상황은
계속될것이란 생각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으로 장탄식이 뿜어져 나왔다
되돌아 갈수도
그자리에 주저 앉을수도 없는
안타까운 고통의시간...
우리들의 삶안에도
때로는
오늘 처럼
도망치고 싶은 절박함의 시간이 있지 아니한가...
좁은문으로 가라 하고
정직하게 살라하네
이 말들은 참된 용기를 지닌 사람만이
깊이 깨달을 수 있는
내일 죽어도
후회없이 당당하게
한점 부끄러움이 없이 살아가는
삶의 진리가 아닌가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크고 작은 일로
빛과 어둠같은 선택의 기로에서
자기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 직면하게 되고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행과 불행의
자기의 운명을 결정지어 가는것이 아닐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수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는것은
얼마나 소중하고 유일무이한 존재인가
얼마나 고결한 아름다움의 존재인가...
끝날것 같지 않은
육중한 어둠속을
작은 렌턴 불빛 따라 한시간은 넘게 걷는 동안
바지를 타고 내리는 빗물이
신발속에서 질척거리고
우리들을 맞이하는 이정표에서
주차장 하나를 더 지나왔어야하는
산행들머리의 잘못된 시작을 알게 되었지만
어쩌랴...
두시간 정도의 시간은 스케줄의 혼선이 있게 되었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늑대 울음소리가
너무나 리얼해서
으시시 무서워 지기도 하였고
반짝이는 별처럼 이마에 랜턴을 달고 나타난
산을 내려가는 산객들을 만나서
어둠을 헤집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가는길을 재촉하였다
희미하게 밝아오는 아침
대지를 적시는 촉촉한 봄비에
아우성치는 생명의 신비가 보이는듯
경이로운 대자연의 숨결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희뿌연 안개속에
선명하게 나타난 보리암의 전경은
흘러내리는 곡선의 미감으로
천년의 향기를 뿜어내고
안개속에 휩싸여 보이지 않는
다도해의 멋진 풍광이
마냥 아쉬움을 남겨서 자리를 뜰수가 없었는데
친절하신 보살님께서
광풍이 몰아치는 거친 산행의 안전을 위해서
돌아가야 한다하셨기에
오던 길을 돌아 나와서
일부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일부는 짧은 코스라도 안전한 길을 택하여
산행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1974년 12월 28일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받은 남해(南海)의 금산(錦山)은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섬으로
(경남 남해군 이동면 상주리)
산전체가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어
산과 바다가 어우러저 물과 공기가 깨끗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유일의 산악공원이라 한다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리우며 남해안의 최고의 명소로서
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보광사를 창건하여
보광산이라 불리웠으나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하여 보은을 위해
영원불멸의 비단을 두른다는 뜻의 금(錦)자를 넣어
금산(錦山)이라 하였다고 전해지며
신라 신문왕3년(683)에 보광사터에 기도처로 만들어진
보리암이 지금에 이른것이라 한다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과
서해의 강화도 보문사와
남해의 금산 보리암(옛보광사)은
우리나라 3대의 유명한 관음도량으로서
모두 바닷가에 위치하며
사람들의 염원을 하나로 모은곳으로
불교와 관련된 전설이 산자락을 가득히 메우고
섬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살아서 숨쉰다고 하겠다
동해의 관동8경도 아닌
금산의 38경인
멀리 분산되어 있지도 않은
모두가 가까이 어우러저 아기자기한 금산의
38 비경은
새색시의 치마폭에 수놓인 꽃처럼
아름답고 먼저 가신 고운님들의 발자취가
가슴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책같은 산이라서
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그님들과 조우하는 기쁨에 잠기는 시간이었다
운무에 감추어진 보리암의 비경을
뒤로 하고
광풍이 휘몰아 치는 돌계단을 올라
오던길로 가면서
몇분만에 금산의 정상에 올랐다
금산의 정상에만 오르려던 계획은
어느새 단군성전이 있는곳을 향하여
신명나는 발걸음이 옮겨지고
신바람 난 발걸음이 오버하여
만나게된
귀곡산장의 전설이 튀어 나올것 같은
고색창연한 인적이 끊긴듯한
금산산장 처마밑에 걸터 앉아서
한숨 돌리며 수다를 떨다가...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새겨진
상사바위에 올라서
나두...전설따라 살고파서
남해바다 끝자락에서
황홀한 가출을 꿈꾸며 달뜬 마음으로 걸었네...
(우헤헤...)
용솟음쳐 오르는 진홍빛 붉은 마음이
바위를 뚫었음일까
아직도 그사랑은
뜨거운 숨결로 살아서 숨쉬고...
제석봉과 좌선대에 이르러
숱한 고승들의 고결한 발자국 따라서
옷깃을 여미며
남해의 푸른 파도에 내마음을 씻어 보았네
쌍홍문
두개의 거대한 바위 구멍에서
대지의 맑은 정기를 모아
힘차게 솟아오른
신령스러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 올랐네
구름을 타고 사바의 고단함에서 자유로왔었네
남해의 푸른 파도에 빠져버린
사선대(四仙臺)의 신선들의 모습에서
가슴속에서 터져나오는
알수없는 무한한 기쁨에 환호하고 있었네
땀으로 얼룩진 빗속의 행군
고통의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희망처럼
어둠속을 밝히는 등불하나로
고난의 시간을 걸어나와서
아침을 맞이하였다
운무에 휩싸인 금산의 절경을 놓쳐버린
아쉬움은 컸었지만
크고 작은 화강암 넓직한 돌맹이들로
거칠고 무질서 하지만
그래도 잔손길이 멈추고 지나간
근엄하게 다듬어진 하산길에
서둘지 않고
결코 가볍지 않게
기도하듯 한 발자욱씩 옮겨 놓은
김해김씨의 나즈막한 묘소에 이르러
남해 금산의
첫번째 스케줄이 그곳에서 끝이 나고 있었다
몽글몽글한 두부와 조개를 넣어 끊인
고소한 된장국에
말려서 찐 생선의 감칠맛이란...
싱싱한 시금치 나물과 김치
칼치속젓에 쌈을 싸먹은
밭에서 갓 따온
유채꽃 사촌동생같은 야채로
향긋한 봄의 감미로움에 빠져든 아침식사여...
이제 버스를 타고
안개낀 남해바닷가로
봄나들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금산에서 내려다 보았던
상주해수욕장
푸른 소나무가 병풍처럼 무성하고
두팔을 벌려 안으려는듯
둥그렇게 휘어진 모래벌에
푸른 파도가 잔잔하게 포말을 이루었다
조금씩 내리는 이슬비를 맞으며
형형색색의 우산을 펼쳐들고
한껏 부푼 마음으로 행복한 시간을
카메라 앵글에 각인시키고 있었는데
깡총깡총 뛰고 싶은 그마음은
어찌 표현하여야 하는것인가?
으이구...
바보탱이 같으니라구..
몬사릉...
봄볕에 물들어 가는
남녘의 풍요로운 들판을
습기 뽀얀 차창을
손가락으로 맑갛게 지우며
영원한 추억의
와이드 화면에 열심히
입력시키고 있는 사이에
하늘에서 내려 앉은듯
멋스럽게 올려다 보이는
남해 대교 밑의 포구에 도달하였다
다리 위로는 쉴새없이 차량들이 오가고
강물처럼 잔잔한 바닷물에
커다란 거북선이 닻을 내리고 쉬고 있었는데
아...
충절의 고향
남쪽바다여...
사랑하는 남산골 선비
이순신 장군님
충열사의
빛바랜 사당의 나무 기둥을 부여안고서
나는 울고 싶었었다
그
그리움으로 인하여
아름다운 영혼에 대한
사랑으로 하여
나는 통곡하고 있었나 보았다
친구의 모함과 배신앞에서도
임금님의 철저한 버림속에서도
오직 민초들의 사랑에
타는 목숨을 걸었던 의인이며
수만년 수천년의 내일속에서도
영원히 살아 계시는
아름다운 넋의 성인 이시여...
그바다와 산천초목이
그혼령에 물들어 영원한 빛을 발하고 있는것일까...
하늘과 땅이
사람들이
그안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아름답게만 보였던
남해바다 금산...
맛있는 회를 먹기 위하여
사람들은 구름 처럼 몰려 당겼다
어항속의 물고기 떼 처럼
요리조리 몰려서 댕기다가
조금은 소박한 인심이 느껴지는
뱃전에서 갓잡아 올린 생선을 골라
회를 쳐주는 곳으로 옮긴후에...
갈매기를 벗삼아
바닷가 넓은 나무 탁자위에서 시작한
잔치는 회를 처준 아주머니집으로 장소를 옮겨서
바다가 바라보이는 대청마루같은 넓은 거실에서
느긋하게 다시 시작되고
술이 없어서 여기저기에서 사가지고 온
마지막 한방울까지
그달콤한 맛에 취하여 음미하다가
넉넉하고 알토란같은 장사꾼 아줌마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로 가는 선진항공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
그때까지도
나는 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은 깜찍스러운 가출녀였었지...
히히히
돌아오는 길은 한가로왔다
비는 내리지 않았고
봄바람에 한껏 부푼 마음은
복어처럼
배가 뽈록 나와 있었고
달리는 버스안에서
양지쪽의 고양이처럼
게슴츠레한 눈으로 마냥 졸고
졸고 있었나 보았다
그리고 오늘도 까꿍이의 가출사건은
완결편이 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 왔을때는 저녁 여덟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랑하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한주 동안 봄바람 가득히 마시고 행복하세요^^*
호호호...^^*
2008년 3월 24일 까꿍이가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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