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ls

2024. 9. 18. 20:01팝아티스트

 
 
그룹 일스를 이끄는 마크 에버릿(Mark Everett)이 본명인 이(E)는 특이한 인물이다. 시대의 패턴과 역행하려는 고집불통의 괴짜이다. 마치 과거 70년대 랜디 뉴먼이 롤링 스톤스가 없는 듯 음악을 한 것처럼 그는 96년 무렵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파이스 걸스와 전혀 무관한 음악을 가지고 등장했다. “난 나만의 세계가 있다. 거기에는 나의 사고를 제외한 그 밖의 어떤 것도 없다!” 새 앨범 <Daisies Of The Galaxy> 역시 그의 독자적이고 독특한 음악세계가 그려져 있다. 대체 기인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

E는 유행의 흐름과 담을 쌓고 산다. 음악도 이 시대 아티스트들이 듣는 것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랜디 뉴먼, 닐 영, 프랭크 시내트라, 존 프린스 그리고 존 레논 등 유명하나 지금 사람들에게 뒷전인 사람들의 판을 경청한다. 굳이 공통점을 대라면 다 자기세계가 확실하고 개성에 있어서 따를 자 없는 인물들이다.

E가 추구하는 것도 그러한 독자성이다. “난 비틀스와 같은 사운드를 구사하느니 차라리 비틀스가 했던 것처럼 하고싶다. 그들은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여 자신들만의 과학을 만들어냈다. 내가 원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그룹 오아시스 들으라고 하는 소리?)

1996년 일스의 앨범 <Beautiful Freak>은 'Novocaine for the soul' 'Susan's house' 그리고 타이틀곡을 싱글 히트시키며 록 팬들에게 어필했다. 분명한 사운드를 내건 그 앨범에 대해 영국의 '멜로디 메이커'지는 '로우 파이로 힙합, 그런지, 재즈 그리고 챔버 뮤직을 뭉뚱그린 바로 지금의 사운드'라고 평한 바 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그것들을 스펀지로 흡인한 복합사운드였던 것이다. 그래서 미스터 E는 불가피하게 벡(Beck)과 자주 비교되곤 했다.

신보에서도 맨 마지막 히든 트랙 'Mr E's beautiful blues'를 공식 첫 싱글로 내놓을 만큼 특이한 행각을 계속하고 있다. 98년에 발표한 앨범 <Electro-Shock Blues>도 전작의 스타일과 이별하며 다시 변덕을 부렸지만 이번은 한발 더 나아가 이전의 모든 패턴을 다 휴지통에 버렸다.

<Electro-Shock Blues>가 어둡고 크고 황량한 분위기가 주종을 이룬 반면 신보의 사운드는 한층 가볍고 밝아졌다. 톤은 낮으며 악기편성도 단순하게 가져갔으며 전체적으로 '포크 얼터너티브 록'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변적이고 조용한 록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매우 흡족해 할 음악이다. 이렇게 벡의 패턴과 사뭇 달라진 앨범을 내자 '롤링스톤'지는 '벡과의 비교를 완전 차단하는 큰 변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98년에 만든 것을 이제 발표하는 이유

그런데 놀라운 것은 2년의 차이를 둔 앨범들이지만 <Electro...>와 <Daisies...>가 실은 한꺼번에 만든 앨범이라는 사실이다.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동시에 두 앨범을 만들어 시차를 두고 발표한 것뿐이다. 왜 그랬을까.

<Beautiful Freak> 성공 이후 E를 찾아온 것은 역경의 연속이었다. 사랑하던 누이가 자살해버렸고 어머니는 숙환에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그래서 그는 정신적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이 상태에서 그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앨범'으로 황폐해진 자신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세고 가혹하게, 다른 하나는 어루만지듯 보드랍게 가져간 것이다. 후자가 신보임은 물론이다.

앨범끼리 볼 때는 상대적으로 신보가 전작에 비해 빛이 깃들어있지만 그렇다고 앨범에 E의 개인적 고통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울한 정서가 지배하고 있다. 랜디 뉴먼풍의 피아노 발라드 'It's a motherfucker', '내 마음에는 비가 내린다'는 'Something is sacred' 그리고 닐 영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듯 하이 톤으로 애잔함을 부르는 'Selective memory'가 그런 곡들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일스는 작곡하고 노래하는 E, 드럼의 부치(Butch), 베이스 타미 월터(Tommy Walter)로 이뤄진 트리오지만 2집 이후 타미가 떠나고 지금은 아담(Adam)이라는 미스터리 인물이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다. 연주곡인 'Estate sale'에는 R.E.M의 피터 벅(Peter Buck)이 게스트로 참여해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했다.

그러나 그룹의 음악감독은 어디까지나 E이며 그의 정서 기조가 곧 일스의 색깔을 결정한다. 그는 로커의 자격이라고 할 '사회낙오자'임을 자처한다. 참으로 외로운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13살에 벌써 코카인과 마리화나를 가까이 하여 '학교의 선생님보다 지역 경찰들에게 더 잘 알려진 아이'가 됐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거기서 얻은 고독과 소외의 정서를 놓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있다.

그의 행복론을 들어보자. “난 사람들이 추구하는 원래 의미의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행복하다는 것은 행복하며 슬픈 것이며, 또한 느낄 수 있는 것이다(To be happy is to be happy and sad, to be able to feel)."

그의 주장이 정론이든 궤변이든 떠나서 그를 통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록은 결코 기타 베이스 드럼에 의한 장르의 산물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그것을 접근하는 아티스트 자세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자기를 먼저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어야지 대중이나 레코드사를 염두에 둔 것은 상업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자기표현이 결과적으로 많은 대중의 공감을 얻었을 때 앨범은 때로 히트를 기록한다. 성공은 아티스트 자기노출의 결과여야지 목표가 되선 곤란하다는 말이다. 일스의 E야말로 록은 누가하며 어떻게 해야 록으로 불리는가를 예시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진정한 록 음악가'이다.

순수하게 대담한 가사를 쓰고, 더 모험적인 음악으로 기존의 록 울타리를 걷어내고자 한다. 목표는 '록의 뿌리 흔들기'다.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Daisies Of galaxy>를 들으면 우주의 일품이란 제목처럼 더욱 멋지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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