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ien Rice

2024. 9. 18. 19:39팝아티스트

 
 
영국에서 이 앨범의 반응이 괜찮다고 한다. 이미 2003년에 발표되어 모조(Mojo)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 31위에 오르기도 했던 이 음반은 최근 영화 < 클로저 >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이면서 국내에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5년 1월 영국 앨범차트 8위를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영화의 삽입 곡 'The blower's daughter'를 리퀘스트 하는 팝 리스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데이안 라이스(Damien Rice)의 모국인 아일랜드에서는 그 수위가 좀 더 강력하다. 2005년 2월 < Hotpress> 매거진에서 발표한 '아일랜드 최고의 앨범 100선'에서 데미안 라이스의 데뷔 앨범 < 0 >가 무려 2위에 랭크되었다. < Hotpress >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2004년 9월부터 5개월간 실시한 이 투표에서 데미안 라이스는 오히려 뮤지션들에게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아일랜드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인 'Today FM'에서는 '지난 25년간 최고의 노래 25곡'을 선정했다. 유투(U2),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 코어스(The Corrs) 등이 상위권에 랭크된 이 차트에서 데이안 라이스는 'Cannonball' 과 'Blower's daughter'를 각각 21위와 24위에 올려놓는다. 청취자를 대상으로 했던 만큼 현재성이 심하게 반영된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데뷔 앨범 한 장으로 거두기엔 과분한 성적이다. 아일랜드 자국에서 현재 엄청나게 큰사랑을 받고 있는 듯하다.

데미안 라이스는 포크 록(Folk Rock)에 기반을 둔 싱어송라이터다. 음반을 듣자마자 문득 떠오르는 이름들이 밥 딜런(Bob Dylan), 닉 드레이크(Nick Drake), 조안 바에즈(Joan Baez) 등이다. 이미 영미권 음악에 정통한 사람들은 방금 제시한 리스트만 보아도 눈치 챘을지 모른다.

데미안 라이스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자조적이고 우울한 감성의 포크이며, 낭만적이고 울림 있는 선율이 주도한다. 2005년의 영국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대중 친화적인' 느낌까지 더하면, 이제 그의 음악이 머리 속에 그려질 것이다. 컨템포러리 포크 록(Contemporary Folk Rock)이라고 한다면 적당할지도 모른다.

독특한 것이 있다면 이 시대에는 결코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자연성'이다. 이것이 데미안 라이스의 포인트이자 최고의 강점이다. 녹음 상태는 그간의 테크노의 열병에서 벗어나려는 듯 스튜디오의 약물성이 느껴지지 않으며, 마치 시원한 바람을 맞는 듯한 여백의 미(美)가 느껴진다. 첼로를 이용한 현악 편곡을 많이 사용하지만, 결코 우아하거나 고상하지 않은 채 인간적인 향취를 고무시키곤 한다. 심지어 음반 재킷은 흡사 '어린 왕자'에 나오는 삽화들처럼 정겹고 동화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데미안 라이스는 때로 무척이나 뜨겁다. 감동적이라고 하기엔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할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완벽한 통제로 승화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솔직하게 내면의 감정이 우러져 나온다. 포크 싱어가 부르는 일종의 소울(Soul)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선 제프 버클리(Jeff Buckley)를 많이 닮아 있는 듯한 인상이다.

21세기가 원하는 포크의 감성이란 바로 이러한 '쉼' 과 '감동'의 음악인 것이다. 90년대의 광녀 중 하나였던 토리 에이모스(Tori Amos)도 2005년 자신의 새 앨범에 데미안 라이스와의 듀엣 곡을 실었다. 모처럼 밝아진 음악으로 돌아온 그녀 역시 젊은 재능을 수혈 받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역시 대중들의 감성은 순환되고 음악도 거기에 맞추어 간다. 얼터너티브(Alternative) 이후의 세대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같이 디쓰(Diss)와 엑스터시(Ecstasy) 가득한 음악을 듣다보면 때로는 데미안 라이스의 첼로 세례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 환상적인 완성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이 매력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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