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인 조령산(鳥嶺山)

2024. 8. 22. 11:27추억속의산행후기

눈덮인 조령산(鳥嶺山)을 새처럼 날아서~

추억속의 산행후기

2011-06-03 17:56:03


오랫만에 반가운 얼굴들로 가득한

어둠깊은 야탑역을 벗어난 시각은 7시

일상을 벗어나 신천지를 향해

신바람나게 질주하는 버스안은

부픈 기대와 희망의 열기로 가득하고

뽀얀 수증기로 한치앞을 바라볼수없는

창밖은 오리무중이지만

다정한 사람들의 속삭임은 화기애애하다

 

흰눈을 기다리며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며 보내던

별빛푸른 밤들이 엊그제 같은데...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와 닿은

불빛 찬란한 포구에서

웃고 떠들고...한해를 보내는 날들속에

명멸하는 저 외로움의 불빛은 무엇일까...

 

멈추고 싶어도 멈추어주질 않는 세월의 수래바퀴...

점점히 떠오르는 상념의 바다...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안위와

가슴아픈 태안반도의 끈덕진 검은 타르의 재앙...

이제 우리를 향하여 미쳤다고 말하는 저들...

눈과귀를 틀어막고 깊이 침잠해 버리고 싶은

거짓과 진실의 공방은

우리가 책임지고 가야할 추상같은 명령이 되고 있다...

 

조령산...

조막만한 산일까...

어느도에 붙었는지 친절한 설명이 없는한

누가 물어봐도 선뜻 대답을 못하고 쩔쩔매는

나의 치부가

맛있는 순두부를 먹는 휴게소에서 딸아이와의 통화중에

들통이 나버려서 한참동안이나 깔깔대고 웃었다

 

두시간 남짓한 시간에 경북 문경 이화령휴게소에 도착

간단한 준비운동 끝에 양쪽으로 우뚝솟은 산밑도로의

반듯한 휴게소 한구석에

<경상북도>라는 거대한 바위표지석을 뒤로하고

산불감시초소가 딱버티고 서있는 입구에 입산금지 팻말에

가슴을 졸이며 흰눈과 낙엽이 뒤엉킨 흙산을 도망치듯이 급하게

뛰어오르듯 9시 20분에 오름산행이 시작되었다

 

이화령 조령산 신선암봉 제3관문에 이르는 6시간 예정산행

조령산(1017m)은 경상북도 문경시와

충청북도 괴산군 사이에 있는 명산으로

산림이 울창하고 거대한 암벽지대가 많으며

기암괴봉이 노송과 어우러져 그림같은 비경이 아름다운곳이다

 

능선 남쪽에 백화산과의 경계에 이화령이 있으며

능선 북쪽 마역봉과의 경계가 되는 구새재에는

조령 제3관문(조령관)이 있으며 관문의 서편에는

조령산휴양림이 조성되어있다

제3관문이 위치한곳은 해발 642m로서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조령(鳥嶺)이라 하기도 하고 문경(聞慶)새재라 일컬어 지고 있다

 

이곳을 통하여 영남지방과 중부지방이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였을뿐 아니라

험난한 지세를 이용할수있어 군사상의 요충지이기도 하였다

 

쭉쭉 뻗은 전나무 숲길을 오른쪽발은 경상북도에

왼쪽발은 충청북도에 속하는 좁은 산길을 따라오르면서

어느쪽의 산림감시원이 나타나서 금산입지된 산이라 한다해도

한쪽발만 재치있게 들고 서있으면 될거라는 장난끼어린 안도감에

미소지으면서 산정상을 오를수록 불어오는 어름바람에 볼이 따가왔다

 

가뿐숨을 몰아쉬며 얼만큼 걸었을까

우리네 삶의 모습처럼

앞만 보고 걸어왔던 아득한 산길을 돌아보며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낼때...

 

청자빛 하늘아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은빛물결이

한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져있다

첩첩산중

아무도 모르게 찾아왔을

눈덮인 산하의 침묵이여 빛의 광채여...

 

하얀 눈송이가 어루만지고 떨어져 누운 산기슭에는

은백의 물결이 잔잔하고

벌거벗은 나목들의 환희에 찬 아우성이 들리는듯

꿈같은 시야가 현란하여라

 

흰눈속의 보석처럼

알알이 튼실한 몸짓을 보여주는

나무들의 속삭임...

오직 흔들림없는 진실함 만으로

꿋꿋히 버티어온 옹골찬 삶의 무게가

밝은 햇살아래 천년의 향기로 빛난다

 

저눈밭의 사슴처럼 눈덮인 산하의

끝없는 아름다움에 넋을 놓기도 하고

물방울이 얼음으로 변하는 추위속에

따뜻한 물이 솟구치는 조령샘물에서

목을 축이기도하면서

예상했던것 보다 수월하게 11시경

조령산 정상에 이르러 기념사진을 찍고

탁트인 조망속에 펼쳐진 주흘산과

백두대간의 장쾌한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조령산을 지나고 신선암봉까지 어떻게 왔을까

얼마나 많은 바위암벽을 매달리고 오르고 내렸을까

두사람이 설수도없는 암벽 위로

아슬아슬한 낭떠리지가 양쪽으로 아득하여

숨이 멈출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하면서

죽을 힘을 다하여 선선암봉에 올랐는데...

좁은 돛배처럼 길다란 신선암봉 낭떠러지 바위위에서

 

얼굴도 예쁘지만 음식솜씨 또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산수갑산님의 어여쁜 짝꿍님이 지어오신

따끈한 영양찌게와 재치만점의 백화님이 구워오신

산더덕구이로 꿀맛같은 점심을 즐기고 정상주 한잔에

세상의 근심을 잊었는가 싶었는데...

에혀...끝나지 않은 고난의 암벽타기가

그 이후에도 계속 될 줄은 예전엔 미쳐 몰랐어라...

 

돌아갈까 하여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왔던길이요!

옆길로 가고 싶어도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닌

그길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불러세우고...

 

눈덮이 암벽에 겁먹은 많은 사람들의 지체된 걸음으로

빠른 걸음으로 2시간이면 충분한 하산길이

장장 4시간의 하산길 고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으악 ~ 돌아 가고팟 ~ ㅎㅎㅎ

을시년스런 나의 경악이 들리는가?

해는 저서 어두워지고...

갈길이 까마득한 산속에서 나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냐?

<에혀...내는 몬사릉.. 우야꽁..>

 

두다리 뻗고 울고 싶어도 울고 있을 틈이 없이

바위와 바위사이로 밧줄을 타고 오르고 내리는 동안

정신이 몽롱하여 지고 이제는 그만이겠지 하는

안도의 예감도 잊은지 오랜시간이었다

 

돌아서 가는 길도 없는 암벽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매달리기는 하였지만

잘못하면 왼쪽으로 기울어져서 180도로 뱅그르르 돌게 생겨서

오른쪽으로 기를 쓰고 오르려고 했는데 바위사이에 끼인 몸이

뛰어 오를리 없는지라 위에서 영원회장님이 간곡하게 말씀하시는대로

용기를 내어 왼쪽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비틀어서 겨우 올라왔는데

조금만 늦었다면 아마도 헬리콥터타고 서울 올뻔했지라우..ㅋ

 

산꾼들의 백두대간 종주코스중에서도 가장 험난하다는 이길에서

무탈하게 두시간이 초과된 8시간만에 산행을 마무리하고

야탑역에 8시 15분에 돌아 올수 있었다니 꿈만 같아라...ㅎㅎㅎ

 

산은 우리모두를 풍요로운 사랑의 마음으로 품어주고

모나지 않은 둥그런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고난속에서도 묵묵히 기쁨으로 살아 갈수 있는

참된 삶의 진수를 일깨워 주는 스승인것 같습니다

 

하산후 어둑해진 주차장 넓은 공터에서

해오름님의 소꿉놀이 같은 맛탕찌게로 홀짝이던

하산주가 얼마나 달콤했을까.. 물어보덜 마셔유...ㅋㅋ

 

힘든 산행이었지만

모두가 씩씩하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였음에

장원급제한 선비의 기상으로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하산주에

우리 모두가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한

웃음속에 돌아올수 있었답니다

 

그동안 쓰여지지 않았던 근육들이 놀라서

요동을 치는 바람에 산을 타는 듯이

컴앞에 앉았다가

도로 침대로 기여 들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이틀만에 제정신이 들어서

아주 가까스로 변변치못한 글을 올립니다

 

아직도 몸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여

집안에서 요리조리 댕기는 것도

요상스럽게 꼬부랑 거리면서 걷구요

누구라도 웃기면 허리가 아퍼서 잘 웃질 못혀유...ㅋ

 

그래도 제가 사랑하는 여러분의 얼굴을

한분씩 떠올리면서 열심히 인사를 한답니다

그래서 기분은 날아 갈것 처럼 상쾌하답니다

아직도 푸른 하늘을 이고선 흰눈밭의 바람을 마시고 있는듯이요

 

조령산....

참 멋진 산이었습니다

오래도록 그대와 함께 잊지 못할거에요

사랑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기쁨이 가득한 내일이 되시길...

감사합니다

 

 

 

2007년 12월 18일 까꿍이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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