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유산에서

2024. 8. 21. 11:36추억속의산행후기


★♪까꿍♪★

남덕유산에서 받아보는 하늘편지

추억속의 산행후기

2011-06-03 18:02:29


거대한 바람의 선율따라
하염없이 흩날리는 하얀 꽃잎의 군무(群舞)...


아득한 태초의 비밀을 간직한
찬란한 백색의 난무(亂舞)여...


폭포수 처럼 쏱아져 내리는
장엄한 음향의 춤사위여...


허공중에 솟구쳐
꽃잎처럼 펄럭이는
환희로운 은백의 몸짓이여...


하얀 동화의 세계로 빨려드는
무념무상의 블랙홀이여...


외로움에 목마른자여...
슬픔과 괴로움에 지친 영혼이여...
절망의 어둠에 눈물짓는자여...
함께 있어도 그리움에 목메이는자여...
그대 이름만 불러도
터질듯 아픈 사랑에 잠긴자여...


잿빛 하늘가...
침묵의 강가에 서서...
받아 보는
축복의 언어로 쓰여진
하늘의 편지...


만인의 가슴속에서
무지개로 피어나는
하얀 하늘의 편지...


내여린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희망의 샘물같은
하얀 꽃잎 편지...
.
.
.
흰눈송이 하나가
창가에서 허공을 맴돌다가
물기도 남기지 않은채
대기중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불가에 입문한 사람들이 즐겨쓰는
<찰라>라는 말을
상기해 볼때...


<있어도 있는것이 아닌>
삶의 이치를 말해 주는듯 하다


삶의 순간이란
참으로
이 작고 어여쁜 눈송이 같이 속절없는 것일까...


있어도 있는것이 아니며 살아 있어도 살아있다고
말할수없는 삶...


그래서 선지자들은 삶의 애착을 끊고
빈 마음으로...
누더기를 걸친채...
자연을 벗삼아 바람처럼
주유천하 하며
깊고 푸른 청정한 마음을 지니고
살려 함일까...


* * *


남덕유산 산행후기를 써야 할
월요일 늦은 아침...
창밖에는 흰눈이 꽃가루처럼 흩날리며
하염없이 쏱아져 내리고 있었다...


남덕유산..
어제의 그 눈밭이
정다운 얼굴들이 배꼽을 쥐게 만들었던
말도 안되는 황당구리한 얘기들로 빚어지는
영롱한 웃음소리가
아직도 긴여운을 남긴채 귓가에 쟁쟁한데...


오랜시간
한줄의 초안도 잡을수가 없게...


참말로 뚱딴지 같은 생각이 나를 사로잡고 있는것은
잊지 못할 몇년전의 덕유산 산행때의 ...
아무도 몰래
<엉엉>소리 내어 울면서 눈보라속을 걸었던
결코 비껴갈수없는 그때의 가슴 아픈 추억 때문일것이다...


대지를 삼킬듯 노도와같은 칼바람속...
악몽의 소백산 능선길 처럼
끝없이 펼쳐진 눈덮인 덕유산 능선길의 설경속으로
매서운 광풍이 휘몰아치고 살을 에이는 얼음바람이
뼈속깊이 스며들어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추웠던 그때...


방한복 속에 온몸을 깊숙히 파묻고
모자와 고글로 얼굴을 가리우고..
눈물방울 뚝뚝 떨어지게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며
걸었던 능선길...눈보라 능선길...
덕유산의 능선길...


왜 그랬을까...
지금도 그 이유가 분명하게
뚜렸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잊혀진 시간속의 눈물 바람이었지만...


덕유산
그 정상에 두고온 내눈물이 내슬픔이
이제는
향기로운 바람이 되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먼 바다로 흘러 갔을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알길없는 눈물이 핑돌아서
넉넉한 그 덕유산의 품안이 그리워진다...


옆사람에게 무슨말을 한들
한마디도 알아 들을수없었던 그때의 광풍이
얼마나 고마웠었는지...
목놓아 울수있도록 휘몰아 치던
그 세찬 바람이 얼마나 고마웠었는지...


이번주 우리가 올랐던 남덕유산(1507m)은
내가 올랐었던 덕유산(1614m) 능선을 타고
남쪽으로 약 20km 떨어져 있는 덕유산 줄기로
전북 장수와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무주쪽의 덕유산이 남덕유산 보다 조금 더 높아서
덕유산군을 대표하는
덕유산(1614m)이 되었지만
장수쪽 사람들은 아직도
남덕유산을 제1의 덕유산으로 부르고
무주쪽을 제2 덕유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남덕유산은 무주쪽 덕유산과는 산세가 많이 달라서
무주쪽 덕유산이 바위가 많지 않은 육산이라면
남덕유산은 바위가 많은 험한 개골산이다


또한 이 남덕유산은 백두대간의 주령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산을 좋아하는 전문산악인들의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남덕유산의 유명세 때문일까
새해 들어 계속되는 산행예약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어쩔수 없이 넘치는 예약 사태로 작은 차를 증차하여
출발하기로 하였는데....


출발지 야탑역에서 예약없이 15명이 증원되는 바람에
30분씩 지연되어 대형버스로 교체하고...
대형버스 두대가 출발하는 기염을 토해 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넘치는 산악회...
날마다 잔치집 같은 산악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만큼
지켜야 할 예절 또한 배가 되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기를...
남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 더욱 절실해 지기를 ...


30분씩이나 지연된 출발이었지만
열심히 달려와준 덕분에 남덕유산
산행들머리인 경남 거창군
영각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
정말 똑소리나는 송기사님의 운전솜씨 였었지요


회색빛 하늘에서
쏱아져 내리는 흰눈이 산꾼들의 마음을 흔들고
주차장과 길모퉁이에 빼곡하게 들어찬
대형버스들의 숫자가
눈이 어지러울 만큼 많아서
마음부터 급하여 오는지라 중무장을 하고
출발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성큼성큼 앞선 사람들을 따라서 산길을 따라 걷는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게 앞서 갈수없는 것은
다른 산악회 사람들과의 줄서기로
제주도 성판악 등정이 생각날 만큼 느린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면 어떠하랴...
마음은 마냥 기쁨에 들떠있고...
영각매표소에서 영각재를 넘어 남덕유산에 오르고...
월성재를 지나 황점매표소에 이르는 4시간 30분 여정의
등반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울긋불긋한 산꾼들의 행열로
인산인해를 이룬 오름산행길..
끊임없이 내릴것 같은
펄펄 휘날리는 눈발에
지레 겁먹은 마음에
급하게 껴입은 붉은 비옷속으로
송글송글 맺혀오는 땀방울에
화들짝 놀라서
미련도 없이 벗어던진 옷깃사이로
가슴속까지 시원한 눈바람이 스며들고 있었다...


천지사방에 쉬임없이 내리는 눈꽃사이로
바람은 봄날처럼 따사롭고 포근하기만 하고...


세상의 근심을 잊은 산객들의 얼굴에는
봄꽃처럼 화사한 생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단 하루 한시간 만이라도
본성으로 돌아와 쉬어라...
신이 주신 은총의 시간인지도 모를 일이다


올라가고 내려가며 이어지는 고도는
쉬었다가 가는 한가로움이 따르지만...


어디에서도 들어나지 않은 가파름이
여유만만하게 이어지는 남덕유산의
유난스러운 오름길은
언제 끝날것인지 가늠할수없는 불안함으로
가슴이 답답하게 하기도 하였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온통 하얀 세상이
펼쳐지고
모르는 사람들과의 시선에서도
부드러운 우정의 미소가 솟아 나온다...


언제쯤이면 정상에 이를까 하는
안타까움 마음을 지워 버렸을때쯤
영각재에 이르러 남덕유산을
눈앞에 두고 점심상을 펼치고
설원의 대지에서 정상주잔치가 열렸다...


영양만점 웰빙식품으로 알려진
엠비의 고향명물 과메기잔치가 열렸다...


약간은 비릿함 때문에 평소에는
잘 먹지 못하는 과메기를...


하얀눈과 함께
싸먹는 과메기쌈이 우찌 그리 달콤할까...
김과 미나리 다시마 마늘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으로 맛을 내는
과메기쌈은
솜씨좋은 축구사랑님의 작품이었는데
모여드는 어여쁜 사람들 쌈싸주면서
밥먹는 것을 잊을뻔 하기도 하였지만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그대는 모르리라...ㅋ


요리 보아도 조리 보아도
언제 보아도 어여쁜 우리 축구사랑님 때문에
오동통한 족발을 한가득 싸오신
영원회장님의 맛있는 족발은 맨나중에야
게눈 감추듯이 없어지고 있었답니다...ㅎ


꿀맛같은 점심으로
맑은 이슬같은 정상주 한잔으로
온세상을 얻은듯 화안한 얼굴로
서둘러서 남덕유산 정상을 향하여
떠나는 사람들을 바라 보다가....


사람들의 발길에 묻혀 지체되는 산길을
꾸역꾸역 가기보다는 남아 있던 13명의 사람들은
지름길로 빠지는 짧은 산행길로 마음을 모았답니다


영각재에서 남령으로 내려가는 계곡 하산길은
고요하기 이를때 없는
우리들만을 위한 산자락이 되고 있었습니다


남령에서 이어지는
차량통행이 금지된 포장도로에는
흰눈이 쌓여있고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설원의전경이
하늘 정원을 걷는듯 사람들의 마음을
한없이 설레이게 하고 있었답니다


오후 3시 30분
꼭 다섯시간만에 무사히 황점매표소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할수 있었는데...


남덕유산 정상을 밟기 위하여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올인 하셨던 분들께서는
황점으로 오지 않고 영각매표소 출발점으로
하산함으로서 아홉명의 사람이 택시에 종이처럼
구겨진채로 타고 황점으로 올수밖에 없는 헤프닝을
연출하면서 즐겁게 깔깔대는 멋진 남덕유산의 추억을 남겼습니다


아침에 내린눈이 녹으면서 빙판을 이룸으로서
통행이 금지되어 버스가 그리로 갈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우리가 내려 오고 있었던 곳에서도
차들이 눈길에 미끄러질까 노심초사하다가
겨우 돌려서 오던길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한주 내내 솔향기 어여쁜 님들에게
무엇을 사줄까...
염려 걱정 하시던 순수청년 ...
열혈 청년...
박충하 마패선배님...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새벽잠을 잊으시고 킴스크럽에 직접가셔서
사다주신 금싸라기 쵸코렛은
이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솜사탕 쵸코렛이었습니다


눈처럼 희고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신
솔향기님들이여...
언제 어디서나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2008년 1월 21일 까꿍이가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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