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ry Hall

2024. 10. 17. 16:47팝아티스트

테리 홀이란 이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영미 록음악에 정통한 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그가 1979년과 1980년 영국 록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그룹 스페셜스(Specials)의 일원이었다고 하면 귀를 쫑긋 세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떤 록관련 서적과 자료를 보더라도 그 시점의 기록에 스페셜스의 이름이 빠짐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당시에 스페셜스는 인기도 제법 누렸을 뿐 아니라 새로운 록 장르의 확립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새로운 록이란 다름아닌 요사이 록계 일각에서 환영받고 있는 '스카펑크'라는 것이다. 난해한 용어같지만 실은 레게와 펑크를 합친 형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스카'는 자메이카의 오리지널 레게를 말한다.

펑크가 경제 한파로 일터를 못가진 영국 백인 청년들의 음악이고 레게가 억눌린 자메이카 흑인들의 소리라면 스카펑크는 저항음악의 의기투합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흑과 백의 결합이기도 한데 그래서 이들은 데뷔 때 검정과 흰색 두가지만으로 된 옷을 입고 앨범 재킷도 흑백으로 처리해 눈길을 끌었다. 원시성과 저항을 함축한 이러한 '운동'을 자신들은 '투 톤 무브먼트(two tone movement)'라고 일컬었다.

스페셜스는 역사에서 한자리를 차지한다. 비록 활동기간은 짧았고 그룹을 이끈 테리 홀도 이후 뚜렷한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 뒤에는 스페셜스의 그림자가 길게 깔린다.

테리 홀의 앨범 <웃음소리(Laugh)>는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이다. 낯선 사람의 작품이지만 내용은 꽤 친근하고 알차다. 영국 매스컴의 호평을 받은 첫 싱글곡 '지주의 노래(Ballad of a landlord)'는 완벽한 형식에 분위기도 좋아 들으면 들을수록 맛이 난다. 월플라워스의 노래 '원 헤드라이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금세 감화될 수 있는 곡이다.

'텅빈 방(A room full of nothing)'은 내한한 적이 있는 브릿 팝 그룹 블러의 데이먼 알반이 테리 홀과 함께 썼다는 화제성을 지니고 있다. 블러는 스페셜스의 '투 톤 무브먼트'에 자극받아 결성한 그룹이다. 데이먼 알반은 또 다른 곡 '그 여자를 위하여(For the girl)'에도 참여했다.

이밖에 실력파 뮤지션 토드 런그렌의 히트작을 리메이크한 '난 빛을 봤지(Saw the light)'도 귀를 기울일 만한 곡이다. 수록곡 어디에도 스페셜스의 스카펑크 요소는 남아 있지 않다. 들뜬 분위기가 사라진 대신 쓸쓸한 중년의 차분함과 긍정적 자세가 두드러진다. 스페셜스 그림자도 밟지 않으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1959년 생으로 어느덧 마흔살 문턱. 세상을 다르게 보고 격식에 맞는 것을 찾을 나이다. 테리홀은 '지금의 솔직한 자신'을 앨범에 담으려고 했다. '안개 낀 강(Misty Water)'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낫겠지. 희망을 가져야 해. 바람은 바뀌지. 그러한 젊음은 젊음으로 끝나고 우린 좀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거야'

록을 하는 사람에게 나이는 무섭다. 그러나 젊었을 때 하던 것을 끝까지 가져가는 '수절'도 좋지만 부담을 털고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하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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