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imilian Hecker
2024. 10. 3. 12:00ㆍ팝아티스트
안개 속에 퍼지는 희미한 불빛같이 여린 보컬을 구사하는 베를린 출신 싱어 송라이터 맥시밀리언 해커(Maximilian Hecker)의 데뷔앨범이다. 맥시밀리언 해커는 수줍은 20대 초반의 미소년 가수로 활동 명(해커라는)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침범하는 기술을 알고 있진 못하다. 대신 음악 애호가의 감성을 파고드는 능력은 타고 난 것 같다. 비법은 축축하고 가녀린 목소리로 꿈을 거니는 듯 어두운 환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2001년에 공개된 맥시밀리언 해커의 데뷔앨범 <Infinite Love Song>에는 그의 이러한 해킹 기술이 잘 드러나 있다. 희미한 기타와 자조적인 가사로 침울한 분위기가 공기의 진동을 통해 전파되는 'Polyster'로 시작하는 앨범은, 18세기 영국시인 토마스 그레이(Thomas Grey)의 시구(詩句)를 인용한 눈물 송 'Sunburnt days' 를 거치며 더욱 조명이 어두워진다. 투명한 건반 연주로 시작하는 다크 포인트 'The days are long and filled with pain'에 이르면 페시미즘은 극에 달한다. 우울한 분위기는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Cold wind blowing'에서 잠시 파괴적인 기타와 드럼으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기도 하지만 에어(Air)류의 어두운 일렉트로닉을 들려주는 'Infinite love song'를 거쳐 산호호흡기가 필요할 정도로 질식할 것 같은 진공 보컬을 들려주는 'Today'에 이르면 허무한 감성은 공기를 가득 메운다. 초점 없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여인이 그려진 앨범 재킷 처럼 음반에는 아름답지만 염세적인 곡들로 가득하다. 2004년 2월 12일에 있었던 내한공연을 통해 그를 직접 대면한 팬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라디오 헤드 류의 최루성 브릿 팝과 드림 팝 팬들에게는 분신처럼 반가울 작품이다. 그러나 남성다운 힘을 선호하는 강성음악 애호가 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음악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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