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렸던 월출산의 선경(仙境)

2023. 4. 24. 08:53카테고리 없음

 

복잡다양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늙은이 무릎 세우듯이 한다>는

고집불통의 경우에 처하기도 하는데

왜 사람들의 뇌구조물은

지우개로 싹싹 지워 없애 버려야 할 일들은

 

깨알처럼 작은것들까지 영화의 한장면처럼

선명하게 재생시켜 기억해 내면서

길이 추억해야할 아름다운 것들은 쉽게 잊혀 지는것일까...

 

월출산 산행후기를 쓰기위해서

확인차 들러본 사진첩에서

2005년 11월 27일 월출산 천황봉 정상에서

옛솔향기산우님들과 함박웃음짓고 있는

까꿍이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 에혀..>

 

월출산 ~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고 늙은이 무릎 세우듯이

혼자서 빡빡 우기면서

 

남도행 캄캄한 새벽 버스에 올라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며

누구의 작사 작곡인지 알길없는

 

<남쪽나라 바다 멀리 물새가 날으면

뒷동산에 동백꽃은 곱게 피는데....> 로

시작되는 <고향초>라는

옛노래의 싯귀에 온통 함몰되어 있었다

 

월출산의 산행기점이 무려 4곳이라 하니

그때는 어느지점에서 올랐다가 내려왔을까

전혀 기억해 낼수 없음에

아마도 무박산행이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고

오늘 처럼 칼라님과 함께 몇년만에 처음으로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의 짝꿍 복권의

황홀함 때문이 아니였을까 모를일이다 <크하하>

 

갑자기 추워진다는 일기예보속에

겨울옷으로 중무장을 하고

행선지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이 충만한 가운데

만차되어 야탑역에서 출발한 시간은  6시 38분 ~

 

안개 자욱한 새벽 어둠을 헤치고 조심스럽게

달리는 버스안은

나즈막한 사람들의 속삭임으로 화기애애하였다

 

매주마다 전국 어디로 가든

차창밖으로 비추이는 산하(山河)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흐믓하게 닥아오는것은

 

헐벗고 굶주린 가난의 굴레를 벗어난

활기찬 사람들의 풍요로운 삶의 향기 때문일것이라고 여기면서

 

개나리 봇짐에 한양천리 과거길에 오르시던 선비님들을

생각할라치면

그 격세지감에 팔짝 뛰고 까무라치지 않겠어요?<ㅎㅎㅎ>

 

이 여행을 통하여

어쩔수 없이 오늘 참석하지 못하신

사랑하는 우리 느티님께서는

예기치못한  삼각관계의 러브스토리에 휘말려

괴로워 해야할 운명에 처하셨지 만서도...<헤헤>

 

마땅한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을뿐만 아니라... 

<남의 불행을 재미있어 하다니

 분명히 까꿍이는 천사가 아닌것 같으옵니다ㅋㅋ>

 

그러한 가운데 시간은 쏜쌀같이 지나가서

환한 아침이 밝아오고

지난 여름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완도 앞바다의 여행때

지나가던 목포의 한구역을 돌아 들면서

어느덧 목적지까지 다달았는데

여섯시간의 바쁜 산행일정상  발빠르게

10시 50분부터 산을 타기 시작하였다

 

백두대간에서 뻗어나온

호남정맥이 전라남도 남단에서

남해로 빠져 나가기전 크게 용틀임하고

우뚝 솟아 올라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은

서해에 인접해 있으면서

산과 어우러진 달뜨는 경관이 절경이라서

달이 뜨는산...

월출산이라 하였으라 여겨진다

 

지리산 무등산 조계산등

남도의 산들이 완만한 흙산이라 한다면

월출산(月出山)은

무성한 나무들의 숲을 허용치 아니하는

깍아지른 바위암산의 빼어난 위용이

사람의 넋을 빼앗을 만큼 절묘한 산으로

 

호남 산악인들의 암벽 타기의 메카로 사랑 받기도 하지만

갖가지 전설과 사연을 간직한 수많은 바위들은

이곳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으로서 받들어 지기도 한다

 

영암(靈岩)읍도 동국여지승람에 쓰여진

3개의 신령스런 바위와 관련된 전설(傳說)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것만 보아도

그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수 있는것이다

 

월출산(月出山)은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 사이에 솟아있는 산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천황봉(809m)으로

1973년 도립공원으로

1988년 6월 11일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월출산 일대의 영암 강진 해남은

<남도 문화유산답사>의 일번지로

꼽을 만큼 문화유산의 보고라 할수있다

 

천황봉을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단아한 모습의 무위사(無爲寺)

서쪽에는 통일신라말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도갑사道甲寺)가 있고

구정봉(九井峰) 아래 암벽에 조각된

높이 8.5m의 마애여래좌상과

무위사 극락보전과 도갑사 해탈문은

국보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다

 

도갑사 서쪽 성기동에는 백제의 학자로서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하여

아스카 문화의 원조가 된 왕인박사의 유적지가

국민관광단지로 조성되어 있기도 하며

신라말 도선국사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해남 두륜산을 빼고는

사방 백리길

산다운 산이 없는 이곳 드넓은 평야에

육지와 바다를 구분짓는 것처럼 솟아 올라

사방이 확트인 섬같은 월출산은

옛시인 묵객들이

천태만상(千態萬狀)의

신령한 바위산의 신비를 노래하게 하였는데

 

다섯살의 나이에 늙을 노(老)자를 넣은 시(詩) 한귀절을 부탁하는

노정승의 호기심 어린 청(請)에 망서림도 없이

<늙은 나무에 꽃이 피니 마음만은 늙지 않았도다(老木開心不老)...>라는

시(詩)로서 당대의 천재성을 인정 받았다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은

<남쪽에 그림같은 산이 있으니 청천(靑天)에 솟아있는 월출산이 여기로다>하였고

 

윤선도의 산중신곡(山中新曲)에서는 구름 걸친 월출산을 선경(仙境)으로

표현하였을 만큼 그비경(秘境)이 절묘(絶妙)하다

 

천황사 매표소를 지나올때 단정한 제복차림의 아저씨가 친절하게

손과 발목운동을 충분히 하고 올라가라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해우소에서 마지막 꽃단장을 하고 나오니 팽개쳐둔 배낭이 없어져서

잠시동안 돌아가시는줄 알았는데 우찌해서 장난꾸러기 김회장님

등어리에 나의 배낭이 메달려 있는것일까...<에혀 몬사릉..ㅋ>

 

멀리서 바라보이는  바위암산의 위용이 신령스럽게 느껴지고

수목이 우거진  작은 오솔길의 청아한 바람소리에 자세히 들여다 보니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비파의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계곡 어딘가에는 이바람속에

동백꽃 나무 무리들이

붉은 꽃망울을 깊은 껍질속에 감추이고

따사로운 봄날을 기다리고 있겠지

 

볼이 시려오는 쌀쌀한 바람속에

예상처럼 오색의 낙엽이 흩날리고

험한 바위암산의 오름길에는 땀방울이 솟아나고

숨이 턱에 차오르고 껴입은 옷들을 벗어 걸친다

 

유난스레 철사다리가 많고

바위와 돌계단이 많았으며

계단의 높이가 직각을 이루듯 험해서

한걸음씩 정확하게 걸으려고 무한히 애쓰는 인고의 시간....

 

바람골로 불리는 계곡을 따라 오르면 바람폭포에 이르고

부지런히 올라온 보람인듯 영암의 평야가 한눈에 가득하다

 

손가락이 노출된 장갑에 손이 시려서 긴손장갑으로 바꿔 끼었다

한시간 남짓이면 만난다는 구름다리는 아직은 멀리 있는듯하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등산객으로 사진찍는것 조차 여유롭지 않아서

그멋진 전경들을 한없이 놓쳐 버리고 걸어가는 안타까움이 컸지만

오메 ~ 추워서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동작그만이 되어버렸다 ~ ㅎㅎ

 

사자봉과 매봉을 이어주던 1978년의 옛구름다리는 노후화되고 좁아서

4억 8000만원을 들여 2006년 5월 12일 재시공되어 새롭게 개통되었다

 

국내 최고(最高)의 영암 구름다리는

지면으로부터의 높이가 120m  길이 54m  폭이 0.6m로서

양방향통행이 가능하며 첨단 소재를 사용하여 안전성을 높였고

한꺼번에 200명이 이용해도 견딜수 있도록 튼튼하게 설계되었다고

하지만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다리아래는 아찔함 그자체였었다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이 거대한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능선길을 따라

오르면 월출산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자잘한 돌밭길을 지나고

여기서 다시 암봉사이를 돌아가며 1시간 정도 걸으면

하늘과 통한다는 통천문을 지나고 월출산의 주봉인 천황봉을 바라본다

 

벌써 오후 한시가 지난 시간

울퉁불퉁한 바윗돌 사이에 자리를 펴고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듯

기분 좋은 점심시간에 그윽한 정상주 한잔에 눈앞이 몽롱한듯

황홀한 미감에 젖어들고 바쁜마음으로 천황봉(809m)에 올라서

쟁탈전에 가까운 표지석 붙잡기 끝에 사진 한장 남기고

멀고 험한 4시간의 하산길을 재촉하였다

 

이제 바람따라 구름가듯이

신묘한 바위절경을 음미하며 걸어야 할

바람재에서 사람을 내동댕이 칠듯

매몰차게 휘몰아치는 바람속에

보일듯 말듯한 하얀 금싸라기 첫눈이

손에 잡힐듯이 옷깃에 머리위에 굴러 떨어졌다

 

천황봉에서 바람재를 거쳐 구정봉 향로봉

발봉 도갑사에 이르는 하산길 능선이야 말로 

눈길 닿는 곳마다 쌓여있는 기기묘묘한

돌과 바위들의 이야기와 전설이 어우러지면서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었다

 

산정상에서 멀리 장흥군 일대와 목포시

아득히 먼 두륜산과 무등산이 보이며

사통팔달 막힘없이 확트인 평야의 전경이

가슴속을 후련하게 하고 있었다

 

돼지머리바위 사자바위 뱀의 머리바위 죽순바위

연꽃송이바위 베틀바위 남근바위의 

신묘한 자연의 극치미에

경탄하여 마지 않으며 머물고 싶어도

옮겨 놓아야 할 발걸음이 아쉽기만 하였다

 

천황봉을 감아도는 운해의 비경은 얼마나 아름다우며

서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의 전경 또한 얼마나 아름다울까

 

말없이 바라볼수만 있어도 거친 마음이 정화될것 같은

달 뜨는 월출산의 신비에 황홀한 상념의 바다를 걸었던 하루였다

 

빛이 쏱아지는 계곡에는 아직도 떨쳐 내지 못한

오색의 단풍이 비단을 펼친듯이 곱게 타오르고

봄이 오면 붉은 동백꽃이 장관을 이룬다는

도갑사의 추녀끝에는 저녁 어둠이 내려 앉고 있었다

 

6시간 30분의 산행을 축하는 막걸리 하산주 파티에

늘 수고하시는  솜다리 대장님의 100회 산행

축하케익 촛불 잔치까지

절묘하고 기묘하고 말로는 형용할수없는

월출산의 정기에 흠뻑취한

솔향기 산꾼들의 밝그레한 얼굴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와 웃음이 가득하였다

 

천황봉 정상에서 맞은 첫눈의 서기(瑞氣)가

모든 솔향기님들의 가정에 담뿍담뿍 내려 앉아서

기쁨이 충만하고 행복이 가득한 나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꽉 막혀 버린 길위에서 난감하게 맴돌다가

어느순간 오고가는 차도없는 캄캄한 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국도를 쌩쌩달리고 정상 고속도로를 달리는가 싶었는데

새벽한시가 가까운 시간에 각자의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수 있게 해주신 언제나 수고 많으신

선진항공버스 멋쟁이 기사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예쁜 낙엽을 밟으시다가 발을 삐끗하신 들꽃님

제발 쪼메만 아프시고 몸조리 잘하셔서 

더욱 튼튼한 건강미 넘치는 산꾼이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올리브님 사랑하는 태풍님

길고 지루한 후기글 읽으시느라고 고생하십니다요

처음하고 끝부분만 읽으셔도 되는디요 <ㅎㅎㅎ>

건강하고 좋은일 가득한 한주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산행지에서 다시 뵙기를 청하면서 ~

 

 

                2007년  11월 20일     까꿍이가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