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봉(老人峰)에서 소금강(小金剛)으로 흐르는 달빛 연가(戀歌)

2023. 4. 24. 08:49카테고리 없음

왜 몰랐을까 그대 마음을

떠난후에 알았네

왜 몰랐을까 나의 마음을

그대만은 알아줄꺼야.....

..........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호소력 깊은 창법으로

우리들 가슴에

찬란한 슬픔으로 각인 시켰던

장욱조의 애잔한 노랫가락이

아침부터

소금강의 물소리처럼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며 따라 다닌다

 

소금강.....

꿈일까 생시일까 몽환일까....

아련한 추억속의 달콤한 꿈처럼

그렇게 소금강은  내가슴속에서

또다른 이름의 연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   *   *

이번주 산행지가 이름도 생경(生硬)한 노인봉(老人峰)이라

지난주 단풍도 없는 단풍산의 전경이 떠올라서 고소를 금치 못하다가

노인봉이 어디에 내려 앉아 계신지 ~

알량한 산꾼의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아서 카페 예약방에 들어가 보니까

노인봉(1338m)강릉이라고 간단하게 표기되어 있어서

그때부터 내마음은 일엽편주 두둥실 푸른 동해 바다로 떠나가고 있었다

 

생각하는것 만으로 우리를 알수없는 기쁨으로 충만케하는

잊지못할 대자연의 풍광은 만인의 연인이 되기도 하며

언젠가는 돌아 가야할 우리들의 고향이 아닐까 여겨진다 

 

오대산국립공원에 속하는 산으로 황병산(1407m)과 오대산(1563m)의

중간지점에 있는 노인봉(1338m)은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와 평창군 도암면에 걸쳐있는 산으로

그산자락에 1970년 우리나라 명승1호로 지정된 소금강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하하...왜몰랐을까...우헤헤 ... 산꾼이라 말하기가 부끄럽네요>

 

일부에서는 연곡 소금강 오대산 소금강

청학동 소금강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금강산의 축소판이라 일컫는 소금강(小金剛)이라는 이름은

율곡 이이(李耳)가 청학동을 탐방하고 쓴

청학산기<靑鶴山記>에서 유래되었으며

무릉계곡 바위에 소금강(小金剛)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었다

 

이산에서 발원한 청학천이 13km를 흘러내리며 낙영폭포 만물상

구룡폭포 무릉계로 이어지며

산의 정상에는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은 모습이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볼때 백발노인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변화무쌍한 계절의 시샘에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 사이로

싸늘한 바람이 옷깃에 스며드는 아침....

 

예약된 세사람의 결원이 있었지만

6시간의 산행이  예정되어 있는 노인봉에 오르기 위해

누구나 정답고 행복한 마음으로

막힘없이 확트인 영동고속도로를 쌩쌩 달려

진고개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은 9시 40분

비가 올것이란 예상을 깨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쨍그렁 소리나게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봉긋봉긋 아담하게

멀리 자리잡고 앉은 산그림자가

산꾼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닥아오는 

어머니의 품속같은 산이여

 

가을 빛이 곱게 물들어가는

그림 같은 산

맑디 맑은 바람에

환호성이 절로 솟는

산행 들머리 노인봉 가는길은

 

사람들의 무수한 발걸음에

단단하게 다져진 넓은 흙길이라

도회적인 당당한 감흥이 일어나

걷는 기쁨을 만끽하게 하였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 들었는가 싶었는데

멧돼지를 만날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팻말이 보여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는데

 

<정말로 만나면 어찌해야 할까 >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뽀족한 수가 없었다

<고추장에 꼭 찍어 먹지는 않겠다고 맹세라도 하면 될까..ㅎㅎㅎ>

 

완만하게 뻗어 올라가는 오름길에 설치된 나무계단이

자연 친화적인 갈색으로 보기 좋았었는데

장난치듯이 한발자욱씩 신바람나게 걷고 있었다

 

여유만만하고 유유자적하는 산행이지만

이마에 송글송글 솟아나는 땀방울에

켜켜로 껴입은 옷을 하나 둘씩 벗고나면

어느때 보다 상쾌한 바람이 폐부에 깊이 스며온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멀리 보이는 산은

깊은 청색으로

햇살이 눈부신 가까운 산들은

붉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산의 비경에

온 마음을 빼앗기고

어느덧 11시 30분 노인봉 정상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산객들의 웃음소리가 요란하였다

 

예정된 6시간의 산행이 주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노인봉 정상에서 손에 잡힐듯 바라 보이는 황병산

그리고 그뒷편에 자리한  거대한 바람개비의 천국 선자령을

상상해 보면서 산넘고 물건너 멀리 강릉 주문진 앞바다의

짙푸른 수평선을 음미해 보는것도 잠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헬기장이 보이는 산아래로 한참을 내려 갔을때 먼저 도착하신분들과

합류하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영양만점 부페식단으로 점심을 먹었다

과일 디저트에 진한 커피 한잔으로 우아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을때

최근에 새로 입성하신 어여쁜 솔향기님께서 제게 무엇이라고 속삭입니다

<알았습니다.....!>

<가장 호젓한 곳으로의 데이트가 시작되었습니다....ㅎ>

 

내친김에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싶어서 일까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마구마구 앞으로의 행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산에 가시면 안됩니다...!>

산에 가야된다는 나의 강열한 반응에

경고장을 날리신 의사 선생님에게 도전이라도 하는듯

그렇게 더욱 열심히 걷다가 ....

함께 내려 왔던 예쁜 솔향기님도 어느 순간 보이지 않고~

두리번 거리다가 ....

이제는 산의 오묘(奧妙)한 비색(秘色)에

한참 빠져들기 시작했나 보았습니다

 

산 정상 부근에서 낙영폭포에 이르는 1.5km의 급경사길은

바위투성이로 길이 험하여

이 길이 언제 끝날까 걱정스럽기도 하였지만

얼마큼 지난뒤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환희의 종소리처럼 들여오고 있었다

<오와 ~ 계곡이 시작되고 있음이야....!>

 

온몸으로 느끼는 산짐승의 육감이

내게도 이제 전이가 되어 있었다

<오와 ~ 고생 끝 ~ 행복 시작이얌 ~~ㅎㅎㅎ>

경쾌한 리듬감으로 걸었던

지난날의 향수에 잠기어 걷고 싶었을까....

<빛이 부서지는 그길을 홀로이 걸었다...>

 

뒤에 오시는 분들을 기다리고 있기에는

시야에 가득차 오르는 빛과 소리와

아름다운 상념의 바다가

나로 하여금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마구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었다^^*

 

소금강의 계곡

시작 지점으로 부터 내려 오면서

맨 처음 만나는 너럭바위는

과 물과 바위가 만들어 내는

최상의 극치미를 자아내고 있었는데.....

 

그곳을 그냥 지날수없어 족욕을 하고 계신분께

한컷을 부탁드렸는데

<오모나 ~ 그분께서 저를 너무나 잘 알고 계셨답니다 ~>

 

<솔향기의 두분 선배님도 잘 아시고 전총무님도 잘 아신답니다 !>

<에구머니나 ~ 우야꼬 ~ ㅎ>

<연하의 멋진 남<男>이랑 데이트라도 했더라면 우얄뻔 했을꼬 ~ ㅎ>

 

점심후 먼저 내려 올때 선배님께서

<에데 가노 까꿍 ~ > 케서요

<에구구 데이또 하러 갑니다 약속이 있어예 ~ ㅎ> 켔더만

괜히 한말이 아니고 진짜가 되어버렸네요

말이란 그래서 함부로 하면 안되나벼유 ~ 쾍

<에그그 ..몬살어~ 우야꽁~ㅎ>

 

*  *  *

빛과 바람의 회오리속으로

눈송이처럼

허공에서 반짝이며 떨어져 내리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은

 

수만년 빽빽한 원시림(原始林)의

길고 긴 청학천(靑鶴川) 바위계곡을

소(沼)와 담(潭)을 이루며

은구슬처럼

쏱아지는 폭포수(瀑布水)에

청옥색(靑玉色) 맑은 물에

작은 몸을 맡기고

영원(永遠)으로

영원(永遠)으로 흘러 가더라

 

기쁨도 슬픔도 놓아 두고 가자

미움도 사랑도 놓아 두고 가자

 

세상의 온갖 번뇌와

탐욕을 지고 가기엔

내 작은 어깨가 너무 여리고

내 작은 가슴이 터질듯 좁기만 하여라

 

오색(五色)으로 곱게 물든 소금강(小金剛)

청학천(靑鶴川)의 물소리

옥구슬같은 물소리

맑은 바람소리

 

신의 손길로

섬섬옥수(纖纖玉手) 빚어내는

빛의 광채(光彩)여

 

산아래 굽어 보며

백년 푸른 노송(老松)이여

 

굽이굽이 돌아 가는 깊은 계곡(溪谷)

구름과 바람이 쉬어가는

크고 작은 냇가에는

 

돌과 바위와

금모래......

기암괴석(奇岩怪石)이

빚어 내는

만물(萬物)의 형상(形狀)은

 

천년(千年)을 두고 흐르는

청학천(靑鶴川)

물소리의 향연(響宴)은

 

천상천하(天上天下)

시인묵객(詩人墨客)의 가슴속에

할 말을 잊게 하는 장탄식(長嘆息)의 비경(秘境)이여

 

눈길 가는곳 마다

발길 닿는곳 마다

비단폭(緋緞幅)처럼 고운 절경(絶景)이여

 

내 영혼(靈魂) 깊은 뜰 안에

보석(寶石)처럼

알알이 박혀 드는

천상(天上)의 음향(音響)이여

청학천(靑鶴川)의 맑은 물소리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소리와

바위암벽이

수천수만 가지의 수목과 어우러져

찬란한 계곡의 함성(喊聲)으로

불타오르는

아기자기하고

웅대(雄大)하고 신비로운

빛의 파노라마였었다.....^^*

 

낙영폭포 광폭포 삼폭포 백운대....

 

소금강(小金剛) 계곡을

하류도 내려 가면서

눈길을 뗄수없었던

붉은빛

노란빛

진한 갈색의 낙엽(落葉)들이

 

더욱 세찬 옥수(玉水)위로

폭포수(瀑布水)위로

꽃잎처럼 떨어져 내렸다

 

구룡폭포 세심폭포 대왕폭포 금강사

연화담 십자소 무릉계곡

소금강 야영장에 이르는 곳까지

단숨에 달려와 맑은물에 발을 담그고

먼 하늘을 바라 보았다

 

넓은 암반위로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리던

수많은 산객들의 쉼터가 되었던 백운대와

 

예술적인 감각으로 잘 다듬어 놓여진

계곡 여러곳의 구름다리 아래

푸른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의 천국을 이루고 있었고

 

해와 달이 숨바꼭질 하였다는 만물상의 일월암과

천년을 두고

바람과 구름을 노래하였던 시녀(詩女)의

아름다운 선율이 끊이지 않았다는 탄금대(彈琴臺)가

만추(晩秋)의 청학천(靑鶴川) 계곡에

긴 여운(餘韻)을 남기며 서있었다

 

여섯시간의 산행은 대과없이 성취할수 있었고

손바닥위의 작은 불꽃으로

요술같은

해오름님의 변함없는 요리솜씨로

소주 한잔 맥주 한잔에

하산주의 즐거움이 넘쳐나고

4시 40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 버스는

전에 없는 밀림현상으로 요리조리 돌아서

두시간은 늦은 시간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수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하는 집으로

돌아갈수 있다는것에

감사하면서 행복해 집시다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랑이란 내가 만들어 내는 허상(虛想)이라고 합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웃음속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보잘것 없는 필력으로는

표현할수 없었던 아름다운 대자연의 위대함에

더욱 작아지는 자신을 돌아 보면서

언제 어디에서나 여러분과 함께

산행을 통하여 따뜻한 교감의 시간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이 가득하세요

감사합니다^^*

 

 

                           2007년    10월 30일    까꿍이가 전해 드립니다 ^^*

 

 

 

 

     

 

     *추신*  장기목 얼떨떨님 마루치님 며루치님

                 뼈대있는 집안의 며루치님....ㅎㅎㅎ

                웃느라고 많이 놀려 드렸는데요

                언제나 웃는 얼굴로 놀라운 감성으로

                솔향기님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의 마음을

                전해 주시는 장기목 님에게

                미라클(miracle) 이라는 닉을 드리고 싶어요

                선택은 자유고요 작명료는 꽃한송이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