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속에 피어나는 구병산 이야기

2023. 4. 22. 18:53카테고리 없음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가슴 짓누르던 폭염도

귀청을 찢길듯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매미의 간절한 외침도

이제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에

한바탕 꿈인양

우리들의 시야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봄 아지랑이속에

붉게 타오르던 꽃밭을 거닐던

몽환의 시간도

 

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채

유유히 흘러가던

홍천강 비단물결에

물장구치며 파안대소하였던....

치기어린 자갈밭 댄싱의 기억도

 

남쪽바다

꿈의 고향

메마른 우리들의 가슴속에

감미로운 사랑의 불꽃을 수놓게하였던

따뜻한 완도의 풍요로운 인심과

잊지못할 바다

폭풍의 바다

광풍의 바다 내음도

아련한 추억의 향기로 남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세상이

신기한듯 마구잡이로 달려와서는

어느 바람결엔가 우뚝서있습니다

 

뜨겁던 태양이 잠든밤

푸른 달빛이 오감을 적시며

우리들을 사색의 바다에 빠져들게 하고 있습니다

 

미워하고 사랑하고

잠못이루는 고통에 아파하고

이룰수없는 바램에 몸부림치며

슬퍼하기도 하지만....

 

삼라만상이

유한한 시간속에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거대한 대자연의 냉엄한 법칙을

깊이 인식하게 될때

 

우리

오늘은

좀더 행복해지고 좀더 사랑하고

좀더 기뻐하며

좀더 너그럽게 값진 시간을

꾸려가고 있을것입니다

 

기쁨도 슬픔도

빛 바랜 지난 시간은 그립고

예측 할수없는 미래는

늘 우리에게

설레임과 희망으로 반짝입니다

 

얼마 만인가

늘 함께 있어도 깊이를 알수없는 그리움에

가슴 저리게 하던 연인처럼

산은 내게 

고난의 바다에 방향타 같고

어둠속의 빛줄기 같고

내 삶안의 고운 향기입니다

 

그님을 만나려고

캄캄한 새벽 길을 나섭니다

가느다란 안개비가 콧잔등을 간지럽힙니다

우산을 가지러

14층까지 엘리베이터를 다시 작동시키고

올라가는 부산스러움이 실망스러워

총총걸음으로 어둠을 헤집고 걷습니다

 

두 주일동안 갈수없었던 그산....

그님이 그립고

그님과 함께 웃고 기뻐했을

그님의 벗들이 더욱 그립습니다

 

오늘 만나면 얼마나 기쁠까...

상상의 날개가 공처럼 부풀어 오르고

야탑역 버스 정류장에 내려

멀리 정다운 얼굴들의 모습이 보이자

마주 보고 깃발을 펄럭이듯이 손을 흔들어

반가움의 인사를 나눕니다

 

그랬습니다

너무 반갑고 기뻐서 어쩔줄 몰라합니다

그와 내가 마주 잡은 손을 타고 흐르는 강물은

금강석 처럼 빛나는 산이 주는 기쁨입니다

 

구병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의 명성에 가리어 잘 알려지지 않은 구병산입니다

속리산 천왕봉은 지아비산 구병산은 지어미산

속리산과 구병산의 사이에 그조맣게 솟아오른 금적산은

아들산이라 이르며 또한 보은의 3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병산 정상에서 적암리에 이르기까지 좁은 협곡을 따라

붉게 물드는 가을 단풍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고 하며

보은군 내속리면과 외속리면 그리고 마로면에 속해있는 구병산은

속리산 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구병산 동쪽면은 경북 상주시에

속하여 있기도 합니다

 

1999년 5월 17일 충북 보은군청에서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의 구간을 엮어 <충북의 알프스>라 등록하여

관광상품으로 널리 홍보하고 있습니다

 

구병산 적암리 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은 9시 27분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 뒤

마을길을 따라 안개비속의 산행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넉넉 잡아 여섯시간의 산행 들머리에서 만난 마을풍경은

아름답게 정돈된 부농이어서 보는이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있었습니다

 

드넓은 논밭사이로 고개숙이고 익어가는 벼이삭과 눈에 익은

농작물과 가지가 휘어질듯 주렁주렁 매어달린 수줍은듯 빨간 사과와

배의 싱그러움이 한껏 기쁨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답니다

 

물기 머금은 뽀얀 안개비는

힘차게 쏱아져 내리는 물소리와 함께

무성한 숲길을 헤치고 걷는 우리들에게

더없는 시원함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와 ~ 얼마만에 맛보는

푸르른 싱그러움입니까....

 

위험스러운 암릉산이여서 일까

산초입 부터 등산객 안전을  홍보하는 프랑카드가 눈길을 끌고

지나가는 길목마다 사고시 연락처가 표시된 신고번호 팻말이

친절하게 예쁘게 우리들을 맞이하고 있었답니다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너덜지대의 등산로는

잠시도 한눈 팔수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는 하였어도

수풀이 우거지고 협곡을 타고 쏱아져 내리는 물소리는

정겹고 시원스럽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오름길에

질릴때 쯤이면 잠시 쉬어 물 한모금 마시고

오이 한조각에 타는 목마름을 축입니다

 

쉬임없이 이어지는 오름길에

솟아 오른 땀방울의 열기를

촉촉하게 쏱아지는

안개비가 식혀주고 있었습니다

 

얼마쯤 올랐을까

비밀스런 옹달샘 정수암지를 만났는데....

 

500여년전 스님들이 이정수암지에 솟아나는 샘물을 마시고

넘쳐나는 정력을 주체할길 없어서 환속하였다는 표지석의

전설 때문에 한참 동안 깔깔대기도 하였고

한모금씩 마실때 마다 칠일씩 생명이 연장된다고 해서

너도 나도 한모금씩 마셔가며 불로장생을 노래하기도 하였습니다

 

안개비와 이슬방울을 잔뜩 매달고 있는 무성한 풀섶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듯 싱그럽습니다

맑은날 이였다면 암릉에 솟은 소나무숲과 푸른 하늘자락이

더없는 산행의 운치를 만끽할수 있었음직 한데

 

안개속에 가려진 구병산 표지석에서

조금은 굵어진 빗방울 때문에

알록달록한 비옷을 입고

달콤한 웃음을 날리며 사진을 찍는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었습니다

 

유난히 길었던 오름산행이 끝난 정상에서

정상주와 곁들여진 점심이야 말로 산행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순백의 우정이 담뿍어린 술잔에 가득히 넘치는 기쁨이여...

못마시는 사람도 한모금 마시고

사과처럼 붉어진 고운 얼굴에 엷은 홍조를 띄우고

언제나 즐겨마시는이 또한 첨 잔 할때 마다

그마음에 밝그레한 홍조를 띄웁니다

 

안개비에 가려진 아홉개의 봉우리는 가늠할길이 없었는데...

언젠가 이곳에 다시 온다면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난듯

어리둥절하게 될것입니다

 

소나무숲이 울창한 능선을 타고

오후 1시 30에 하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푸른 숲속에 치솟은 바위암벽에 자생하는 노송이

뽀얀 안개비에 휘말려 멋진 경관을 연출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코스는 아닐지라도

바위암벽을 타고 철계단을 내려가고

좁은 암벽사이로 하산하는 길은

오름길처럼 쉽게 끝나지 않을듯 길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수목사이로

어디선가 들여오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사뭇 막지막 잎새처럼

애닮게 들여 왔었는데요....

 

누군가

<여자 매밀까 남자 매밀까> 묻습니다

결국 여자매미라고 우기시는 어느님의 속깊은 뜻이란

<도발적인 여자매미의 울음>이란 결론이어서

한바탕 <에게게....>하며

산천초목이 울리도록 웃음보를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콕콕 찔렀을까>는

영원한 비밀인양 조상대대로

전설처럼 회자되어 가겠지만서도

 

이지구상에 종족이 끊이지 않는다는

경이로움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막혔던 가슴이 확 ~ 트이는것 처럼

깊은 계곡 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마을 전경은

볼수가 없었습니다만

 

눈빛만 보아도 정겨움이 넘치는 그대와 나의

구병산 <안개속 데이트>

멋지지 않습니까 ?

<ㅎㅎㅎㅎㅎㅎ>

 

골깊은 협곡 너덜경사 하산길..

콸콸 소리내며 춤추듯 흐르는

물줄기가 경쾌하고 마냥 감미로왔습니다

 

우리들이 걷고 있는 숲 길 옆에

계곡의 물이 흐른다는것은

산행의 끝자락이 가까웠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가까웠다는

신호이기도 한것이어서

섭섭하기도 아쉽기도 한 시간이 되고 있었습니다

 

높은 계곡의 물은

밑으로 내려 갈수록 맑게 정화되어

어느 순간 거울처럼 은빛을 발하는 맑은 물이 되어 있습니다

 

바위를 타고 쏱아져 내려 앉는 물보라가

깊은 못을 이루며 푸른빛을 발합니다

<와 ~ 선녀님들의 목욕탕이얌 ~ ㅎ>

하고는 즐거운 비명을 지릅니다

 

그아래 작은 못에도 푸른 물길이 맴돌며

깊은 못을 이루고 있었는데요 ~

누군가 <머슴들의 목욕탕이얌 ~ ㅎ>하고

화답하는 바람에 가던길을 멈추고

숲속이 떠나갈듯이 깔깔대고 박장대소합니다

<ㅎㅎㅎㅎㅎㅎ>

 

기나긴 너널경사 하산길이 끝나갈 무렵

푸른 숲 속에 바나나 송이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으름나무>가 신기해서 너도나도 열매를 따느라고 희희낙낙합니다

 

누군가 내게도 하나 쥐어준

엄지 손가락 만한 <으름나무> 열매를

바지주머니속에 넣고 걷다가

어떤 맛일까 한입 베어 물었는데

쓴맛도 아니면서 기절하게 질리는 짙은향 때문에

토해 버리고 싶었던 산초 잎사귀를 한잎 물고서야

눈물을 삼키며 도리도리를 멈출수가 있었습니다

 

나무 전체가 신경통 한약재로 쓰인다는 <으름나무>는

노랗게 익어 벌어지면 약간 단맛이 나서

그때는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요

<에고고...괜한 호기심에 <으름나무 >열매 먹고

 돌아가시는줄 알았습니다요 ~>

 <에혀.... 따라하지 마세요 ㅎㅎㅎ>

 

얼마 만큼 내려 왔을까...

나팔꽃 모양의 거대한 위성 안테나가

녹색의 평원에 우뚝서있습니다

<언제쯤이면 손바닥 만하게 될까...!>

푸르른 녹색이 위협받고 있는것 같아서

가슴이 조그맣게 조여 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의 지구촌 한가족의 풍요로운 삶에

보탬이 되다면 기뻐해야 할 일이겠습니다

 

이곳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곱게 곱게 전해져 오던

안전사고 신고번호 팻말이 45번까지 이어질때쯤

 

종일토록 주절이 주절이 내리던 안개비속

행복한 숲속의 6시간의 산행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원점으로 돌아 온 적암리 버스 정류장

선진항공버스 꽁무니 바닥에는

저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둘러 앉아

주거니 받거니

화기애애한  버찌 한산주 파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요리보고 조리보아도

언제나 멋진 솔향기님들의 가슴속에는

구병산 맑은 바람소리와

산향기가 깊게 스며들어

오래도록 오늘의 기쁨을 되새기면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 갈 것입니다

 

와우 ~

사랑이 넘치는 솔향기님들이여 ~

다음주 가은산

<참 숯 불가마속 데이트>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바이바이 ^^*

 

 

                     2007년  8월   4일   까꿍이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