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속의 대청봉

2023. 4. 22. 18:47카테고리 없음

지리산에 이어

설악 대청봉에 오르는 부푼 꿈이

쾌청한 날씨속에 예약방이 넘쳐

예약이 늦은 사람들은

대기석에 이름을 올려 놓고

가슴을 졸이게 하였던 주말....

 

느닷없는 집중호우성

장맛비 예상 일기예보는

겁많은 산꾼들의 예약취소를

잇따르게 하였고

빗사이로 걸어 가겠다던

까꿍이의 호언장담도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매 시간마다 일기예보 체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루한 밤과 낮이 흘러가고....

 

운명처럼

한발 물러 설수없는 노장의

비장함으로 소금으로 간한 야채 주먹밥까지

챙기고 새벽 어둠에 나섰을때 ....

큰나무 밑에는 아직도 뽀송뽀송 한채로

추적추적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

가느다란 은빛 물방울 세례에

화들짝 깨어나

깊은 심호흡에 들어간 나뭇잎들이

싱그러운 풀향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질주를 멈춘 자동차들 옆으로

잎이 무성한 아름드리 벚꽃나무들이

한껏 팔을 벌리고 인도를 따라 늘어서서

하늘이 보이지 않게 긴긴 터널을 이루고 있어서

한적한 숲길을 걷는듯 착각에 빠져들었다가

아파트단지를 벗어나면....

 

어디론가 쏜쌀같이 달려가는 자동차들 사이로

이새벽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의 눈빛을 지닌 버스들이

잠시 멈췄다가 사라지는 버스정류장...

 

속삭이듯

주절주절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속에

택시 한대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끔 택시만 보며는...

예전 새벽 산행에 늦지 않기 위해서

택시를 탈려고 타고 가던 지하철을

복정역에서 내렸다가 택시가 없어

30분이나 지각했던 발을 동동 구르던

민망한 일이 생각나서 빙긋이 웃고는 하는데.....

 

에구야....왠 일이래요..

이 빗줄기 속에 산엘 가야 하는가....

 

잠실역에서 수서동까지 뱅글뱅글 돌아서

야탑역까지 가는 버스를  홀로 기다리고 서있는

고집쟁이 까꿍이의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설악산 대청봉행 산행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빗줄기속 고행도 마다 않고 모여든 산꾼들의 모습에서

더욱 끈끈한 유대감이 솟아나서 굳게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아직은 얼굴을  익히지못한 신입 회원님들과

호우예보에도 아랑곳없이 도전해온 오늘 처음 뵙는

회원님들의 보이지 않는 뜨거운 열정에 감염되어진듯

여기저기 비어버린 좌석의 서운함도 간데없고

화기애애한 가운데 설레임 가득찬 대청봉 산행을

예정대로 진행시키기로  결정하였다

 

그시간 만약에...

사정없이 소나기라도 퍼부었다면....

핑게김에 삼천포로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름하여 음주가무산행(?)의

기회가 송두리채 날라가고 있었다

<크하하하.. 에혀..꿈도 못꾸남요? 하하하>

<우하하.. 농담도 못하남요? 하하하>

 

야탑역에서 조금 늦은 6시 30분에 출발한

선진항공버스가 안개 자욱한 빗속을

안정감있게 내달리고

습기 머금은 차창 유리는

지워도 지워도 금새 흐릿해져서

상자속에 갖힌듯 답답함이 엄습해오고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해보았지만 ....

 

비몽사몽 잠이 들까 싶으면

휴게소에 도착하여 찬바람을 마시고

다시 출발하는 가운데

환한 아침이 밝아 오고

어느 사이엔가 빗줄기가 잦아든

잔뜩 흐린 하늘가에는 푸른 하늘이 들어나면서

금새 햇살이 쏱아질듯하여

모두가 기쁨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한계령

지난날 휴가철이면

수없이 드나들었던 한계령

산행에 참가하면서 몇번이고

이곳에서 출발하고

이곳을 도착지점으로 하산하여

내려왔었던 기억의 저편.....

 

구름속에 가끔씩 내비치는 햇살이

고마와서 모두가 들뜬 마음

웃음 가득한 얼굴

일기예보가 한꺼번에 횅 ~ 하니

빗나가 버린 고소함에

싱글벙글 어쩔줄 몰라하였다...

 

동해안으로 뻗어 내려간 휴게소 앞 산자락의

온갖 형상의 뽀죽뽀죽한 기묘절묘한 산봉우리들이

옛모습 그대로 의연하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찰카닥 찰카닥...>

그산그림자에 겹쳐진 얼굴마다 누구나 티없이 맑은

미소의 선남선녀의 모습으로 환하게 웃는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서 33명은 대청봉에 오르는 A코스를

6명의 B코스팀은 휴게소 아래쪽 흘림골에서

오색약수에 이르는 단축산행 코스를 택하여

휴게소에서 9시 30분에 동시에 출발하였다

 

휴게소옆 절벽처럼 가파른 계단을 질리게 밟고

올라서면 넓다란 평지에 옛모습을 잃어버린

허름한 정자 설악루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혜운 선배님의 구성진 구령에 맞추어

온몸의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건강체조를 하고

맑게 개인 하늘에 하얀 구름을 보면서

상쾌한 발걸음을 옮겨 놓기 시작하였다

 

눈부신 햇살아래

무성히 자란 푸른 나뭇잎 사이로

순백의 함박꽃이 바람에 일렁일때

가슴속에 꿈결같은 환희로움이

깊은 파도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숨가쁜 가슴의 팔딱거림에

바람 한점 없는 뜨거운 열기에

어린아이같이 투덜거리는 간사한 마음...

 

서북능선 오름길 2시간 30분

삼거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돌계단이 나의 인내를

시험하는듯 길게 길게 이어져 있었다

 

두번다시 등산로가 수해로 인하여

깊게 파이고 유실되어 복구불능이 되지 않도록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한 듯한 큰바위 작은바위를

정교하게 옮겨 놓은 잘 다듬어진 돌계단은

흙길을 걸을때의 평안함을 기억나게 할만큼

다리의 피로와 긴장감이 물에 젖은 솜처럼

발목을 잡고 늘어져서 애꿎은 물만 마셔가며

만신창이가 되어 숨넘어갈듯 쓰러질듯

걷고 또 걸으며 올라갔었다

 

콧수염에 턱수염에

발바닥에 롤러를 달았는지

선두그룹을 이끌고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장난꾸러기 가나다라 산악대장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걸어가는

중간그룹은 지쳐서 적막강산에

산새소리만 요란스러웠다...

지금이 몇시인지

얼마를 더 걸어야 하는지

물어볼 마음의 여유도 없이 허둥대다가

용케도 서북능선 삼거리를 지나

끝청을 향하여 가는도중에 중식은

중청대피소에서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오름길에서 벗어난 능선길이라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지만

아침에 급격하게 받은 다리의 충격이

풀리지 않아서 조심조심

아름답기 그지없는 고산지대의 나무숲길의

정취를 만끽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산초입에서 중간에서 산객들 주위를

두려움없이 맴도는 앙징맞은 다람쥐의

재롱에 어쩔줄 몰라하면서

산향기 그윽한 산길을 걸었다

 

너무나 지쳤을때는 작은 초코렛 하나도

삼킬수가 없는 고통스러움이 따랐다

힘들면 쉬어가고 극도의 갈증에 접하기전에

충분한 물을 마셔두고 급격한 배고품이 오기전에

조금씩 간식을 먹어 주어야한다는 일반적인

등산상식에서 비롯된 이야기꽃이

요상스런 정치얘기로 옮겨가면서

국정최고책임자 노선생의 이야기에서

모두가 식상해 밥수저를 놓아 버리듯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이야기를 멈춰버렸다...

 

그랬었다

우리에게는 존경받는 지도자가 구구절절히

필요하게 되었음을 누구나가 절실하게 깨닫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기업인의 말씀처럼 국민의식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3류정치가 언제쯤이면 종말을 고할것인지...

 

지구상의 빈곤과 싸우겠다고 선언한 존경받는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 정신세계를

구경만 하고 부러워하기만 하여야 하는것인지..

 

툭하면 다른 사람이 와도

다시는 고칠수없도록 대못을 박아 놓고

가겠노라고 저주에 가까운

독단적인 사고방식에 소름이 돋아나고

앞으로 무슨일이 또 벌어질지 모르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말못하고 바라보는

오늘 이시간이 그저 아무탈없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수년전 이북에서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던

이유가 곡창지대의 쌀을 북부 산악지대로

옮길수 있는 수송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라니...

아연실색 할수밖에 없지 않은가...

 

참담한 그들의 실상을 이해못하고

어느 특정 정당의 정치목적 때문에

맹목적으로 도와서는 않된다는...

 

대북지원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목표아래 흔들림없이 진행되어야한다는

중국인 칼럼리스트의 따끔한 충고가

한줄기 햇살처럼 귀하게 들려오고...

 

베트남의 최고지도자가 전쟁이후 처음으로

경제인단 100여명을 이끌고 미국에 건너가서

미국인들을 향하여 친구라고 선언하였고

베트남의 인권을 말하는 부시에게

자신들의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는

아침 기사를 접하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미국과의 수교를 목숨걸고 원하면서도

문을 열어 주어도 이북의 최고지도자는

끌고 갈 경제인단이 있어야 자본주의에 대한 

벤치마킹 흉내라도 내어볼것이 아닌가....

 

요즘 세상에 컴퓨터를 모르면 천지바보라고 말하는

위대한 지도자께서 사시는곳에 아직 국가 도메인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수 있을까.. 

 

멀리 떼어 버릴수도 멀리 도망칠수도 없는그들과의

비극적 관계는 결국 우리가 해결할수 밖에 없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임에 틀림이 없다...

 

푸르디 푸른 6월의 저녁 어둠이

짙게 드리운 산그림자를 접할때 마다

지금도 마음 저 깊은곳에서 오버렙 되어오는

6.25때의 아픈 상흔(傷痕)이 지워지지 않고

생생하다는것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중청대피소에 이르는 언덕길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두시가 가까워지고

바람처럼 달려가는 희뿌연 운무가

이슬비를 뿌리며 지나가고 큰나무가지 위에서는

우박처럼 커다란 물방물이 후두둑 거리며 떨어져서

소낙비가 오는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시원하고 달콤한 이슬비를 맞으며 가는길을 재촉하였다

 

선두주자들은 점심을 끝내고 여유로운 가운데

개선장군처럼 박수 갈채를 받으며

중청대피소 지하식당에 이르렀을때

누군가가 건내주는 술잔을 높이 들고 부딛치며

꼴까닥 꼴가닥 사양도 없이 마시고는

밥이 넘어가지 않는 지침에 한동안 물만 마시고 있었다

<휴........>

<와 ~~우 해냈어 이제 절반의 성공을 이룬거얌 ~~ㅎ>

뛸듯이 기쁜 마음에 조금씩 밥이 넘어가기 시작하였다

 

얼마후 올라온 후미그룹이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려

단체증명사진 한장을 찰카닥찰카칵 찍고 난다음에

대청봉에 들렸다가 5시 30분까지 오색약수터로 하산해야

선진항공버스 사장님의 저녁초대에 응할수 있다는

오대장님의 반강제성 하산 명령에 환호성을

올리면서도 3시가 넘어버린 이시간에 출발하여

그시간에 도착할수 있을지 긴장하기 시작하였다

 

못가면 쉬어가쥐....히히히

다시금 룰루랄라 상쾌한 마음으로

중청대피소에서 20분이면 도착한다는

대청봉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이슬방울 같은 가랑비에

울긋불긋 비옷으로 무장하고

대청봉에 올랐을때

사방이 운무에 휩싸여

우리 모두가 구름속의 선남선녀가 된듯

대청봉 표지석에 달라붙어서

기쁜탄성을 지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왠 일일까....

이어인 행운일까...

빗나간 일기예보 때문에

아무도 오르지 않은

대청봉을 송두리채 전세 내어버린

성남 분당 솔향기산악회 회원들은

어느 구름속에 묻혀 있을

공룡능선 화채능선

천불동계곡의 아름다운 비경을 

마음에 간직한 채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간단치 않은 하산길...

돌무더기와 철계단의 재료들이

헬기가 실어다 놓은듯

험준한 골짜기마다 쌓여있어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수해복구의

아픈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흙이 유실되어 깊게 파인곳에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돌들로

촘촘한 돌계단이 놓여 있어서

다리의 피로가 가중되는 불편함을 알면서도

그들의 땀에 베인 섬섬옥수로 수놓은

돌 카페트를 밟고 지나가는 영광스러움으로

그 수고로움에 찬사를 보내면서 걸어 내려왔다

 

때로는 길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다시는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솔향기 재창단 초기부터 회사의 직원들로

남은 좌석을 채워가게 하시면서

기회가 있을때 마다 우리 솔향기님들에게

너무나 많은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셨던

윤두희 선진항공버스 사장님 ~~ !!

 

오늘 직원들과 나들이 나오셨다가

B팀과의 우연잖은 동해안에서의

만남이 연결되어 우리 회원들에게

홍천에 있는 <차차차 휴게소>에서

또다시 저녁을 사시겠다고 하시니~~

 

예쁘고 마음 깊으신 사모님과 함께

선진항공 윤두희 사장님께 말할수없는

기쁨의 감사를 전해드리고 싶어지면서

 

하산길의 발걸음이 그어느때 보다도

경쾌하게 예정된 주차장에 도착하여

6시 30분에 출발하니

행운이 가득한 설악산 대청봉의

9시간의 산행이 마무리 되어지고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하기전

<수해복구중 ~ >이란 팻말을 붙인채

멀쩡한 그린야드호텔과

그주변의 호델들이 텅 빈채여서

보는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는데...

 

오색지구를 돌아 나오는길

꼬불꼬불한 도로는 곳곳이

절벽처럼 유실되어

수십미터의 철근으로

길을 만들기위한 공사가

아스아슬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버스가 커브길을 돌때 마다

저 깊은 절벽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것 같은

공포에  질리기도 하였다...

 

<하천 편입지역...> 이란

팻말은 무엇을 말하는가....

 

양쪽으로 깊에 파인 돌무더기 시냇물

한복판에 동그마니 서있는 이층건물과

부서진 집채들의 잔해는  온마을이

통째로 광풍에 휩쓸려 떠내려 갔음을

이야기하고 있음이 아닌가.....

 

수마가 할킨 자욱이 일년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될 만큼 그렇게 가난한 것일까

 

무책임한 그네들의 방관자적 시선에

분노의 마음이 일고 있었다

 

자연이 얼마나 큰자산인가

어디에서든 소중하게 다루어 지고

다듬어 지기를 바라면서...

 

<차차차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참으로 오랫만에 선진항공 사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멋쟁이 전무님을 뵐수 있어서...

꿀맛같은 육계장의 저녁식사에 감사드리면서

한껏 기분좋은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정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인맥경영으로

무궁한 발전이 있으실줄 믿습니다

윤두희 사장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저 바라볼수만 있어도..>

<아베 마리아...>란 노래 때문에

앞으로 선배님에서 오빠라는

호칭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는

B코스팀의 Y라는 여성회원님의

<죽이는 회맛즐기기 >사연과

환상적인 <바닷가의 추억>에 대해서

....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까꿍이 빼고 가면 안돼요!!)

지면관계상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푸하하하)

 

모두모두 행복한 한주 보내시고

개이빨이 ...산에서 다시 뵈어요..!!

하하하

솔향기산악회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

 

 

         2007년  6월 26일  까꿍이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