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처럼 선비처럼 신선봉에 마패봉에 올라서면....

2023. 4. 22. 18:40카테고리 없음

지난주 지리산 천왕봉의

황홀한 감흥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함 때문일까...

이번주 선진항공버스

창가쪽 귀중한 좌석들이

예기치 않은 예약미달 사태로

빈 좌석이 많아서 

어리둥절 해 하면서도

혹시나 하면서

첫 출발지 단대오거리역으로

나가보았는데 역시나 하늘에서 

홍시가 절로 떨어지는 행운은 없었다

 

버스에 오르기전 예약란에

이름이 없으셨던

거대한 뫼(?)라는 닉의 산객님이

버스앞으로 닥아 오시는지라

기쁨이 넘쳐서 코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드렸는데

 

바람을 일으키며

나의 앞자락을 지나서

다른 산행버스를 타려고 횅하니

지나가고.....

멍함속에 속절없이 버스에 올라

잠시 지체하는사이

낮선 어여쁜 여성산객이

사뿐히 버스에 올라

성큼성큼 걸어서 중간 좌석에 앉았다

누구일까...

 

단대오거리역 출발 6시 45분을

지키기 위해 정차하는 동안

아까 나비처럼 날아와 앉았던 여성산객이

버스에서 내려 버스 앞쪽으로  

휴대폰 통화를 하면서 유유히 사라졌다....

 

순간 조용하던 버스안이 갑자기 요란스런

웃음보가 터지면서

류한수 솜다리 대장님을 향하여

원성의 메아리가 솟구쳐 나왔다

<아니 왜 진작 출발하지 않은거야 !!>

<다 낚은 고기를 놓쳤잖아 ~ !!>

난리도 아니게 왁자지껄...

깔깔 웃음소리.....

 

그런데 류대장님의 말씀이

더욱 걸작이었다...

<한마리 더 낚을려고 그랬는데....ㅋ>

 

코가 땅에 닿도록 했던 인사를

도로 받아와야 한다는

버스 떠난뒤의 책임추궁까지

진정한 산행의 진면목이 묻어난다는

오늘산행지의 예찬론까지

요란한 가운데 야탑역에 이르니

반갑고 낮익은 솔향기님들이

무리를 지어서 탑승하기 시작하였다

 

근래에 드물게 띄엄띄엄

비어버린 중간좌석에

산행지 선택이 잘못된것은 아닌지

만감에 사로잡힌 대장님의 멘트에

<사람들이 조금이어서

 더욱 가족적인 분위기여서 좋다>는

사람들의 화답속에

충청북도 충주시와

경상북도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옛선비님들이 청운의꿈을 안고

한양천리 과거길에 올랐던 문경새재....

 

신성봉 마패봉의 숨은 옛정취를 따라 걷는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찬 마음으로

희망처럼 환히 밝은 아침 고속도로를

신명나게 내달리고 있었다

 

 

한껏 우거진 녹음 사이로 꿈처럼 뽀얀

밤꽃이 활짝 피어서 뭉게구름을 이루고

바둑판처럼 잘 정돈된 논밭사이로

가난함을 벗어 던진 농심이       

풍요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선봉(967m)은

충북 충주시 상모면과 괴산군 연풍면에

걸쳐 뻗어있는산으로 수안보온천에서

동남쪽으로 50Km에 우뚝솟아 있고

월악산 주흘산 조령산에 둘러 쌓여있으며

북쪽에는 하늘재(지름재) 남쪽으로

문경새재의 고갯길이 있다

 

신선봉과 함께 백두대간에

솟아있는 마패봉(922m)은

마역봉이라 하기도 하는데

암행어사 박문수가 조령관위 봉우리에

마패를 걸어놓고 쉬었다하여

마패봉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신선이 내려와 살 만큼 수려하다는

신선봉 산행 기점은

충북 괴산군 고사리마을 주차장에서

신선봉 마패봉 조령관3관문을 지나

조령산 자연휴양림을 따라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5시간 단축

산행으로 결정되었다

예정대로 문경새재 풀코스를 갔었다면

아마도 2시간은 더긴 산행이었으리라...

 

가본적이 없는 문경새재 풀코스를

갔었다고 큰소리로 단축산행에 호응하였던

겁먹은 마음이 후회되기도 하였지만....

 

쏱아지는 햇살에

짙푸른 녹음이 눈부시게 빛나는

산길을 걸으며 세속의 어두운 굴레를 벗어나

마음은 룰루랄라 티끌없은 동심세계로 접어든다

 

한여름날의 태양이 아무리 뜨거워도 

아름드리 소나무숲 그늘에 들어서면

끊어 오르던 마음의 갈증까지

솔향기 속으로 잦아 들고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서늘한 기운이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올해 들어 처음 들어보는

뻐꾹새울음소리가

산깊은 울림으로 멀리서 들려오고

바위암산의 숨가쁜 오름산행이

끝날때쯤이었을까

떡시루바위 할미바위에는

작은 돌맹이들이

이곳을 지나간 산객들의 남모를

소망을 담고 가즈런히 놓여있었다

 

신선봉에 이르는 산길은

좁고 험하지만

어느지점 부터인가

산아래 펼쳐지는 풍광은

더없이 아름답고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얼음처럼 차가워서

아무도 지친 내색없이 기쁨에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첩첩산중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쌓인 능선을 따라

병풍처럼 곱게

산그림자를 드리우고

구름이 운해를 이룬

거대한 산수화를 보는듯

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산아래

어디가 수안보 온천일까

저산넘어

어디가 월악산이며

주흘산이고 조령산일까....

 

산꼭대기 양지바른 언덕에

신선봉(967m)이란

작고 아담한 표지석앞에서

첫대면한 그대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보내며 사진을 찍었다

 

승자들의 잔치같은

점심시간이 이어졌다

손끝 야무진 여성들의

살림솜씨가 풍성한 점심으로

연출되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어여삐님의 곰삭은 홍어회무침에

혜운선배 안주인님의 양파김치 절임야채

비법은 전수받을만큼 인기식단이었고

꿀맛같은 점심시간을 끝낸시간은

12시 20분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밧줄타기와

암릉산행은 하산길에서도 이어지고

마패봉을 지나고 조령제3관문에 도달하여

모두가 두다리 뻗고 잔디밭에 딩굴며

여유만만하게 노닐다가 조령산휴양림을 거쳐서

출발지점에 다시 돌아온 시간은 2시55으로

유쾌한 5시간의 산행이 완성되어지고 있었다

 

정상주에 이어서

하산주가 조촐하게 마련되어진

식당에서 더덕무침  묵은지두부김치에

달콤하고 시원한 막걸리가 일품이었다

 

깊은산 계곡 어디쯤에서

만나게 되는 기암절벽의 노송처럼

오랜 세월을 함께 손잡고 화목하게

늙어가는 부부처럼 아름다워 보이는것은 없다

 

유난히 부부 금실이 우수한 회원들만이

가입이 허락된 솔향기인것 같기도 하다

 

오늘 신선봉의 선녀처럼 선비처럼

가장 잘 어울렸던 부부 커풀은

이강수 혜운 선배님이셨는데

혹시 숨겨두신 연인을 모시고 오신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만큼 기품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분이셨지요

 

축구사랑님의 깜찍한 연출로

등장한 어부인께서는

어쩜그리도 닮은얼굴일까... 

귀엽고 사랑스런 짝꿍이었지요

닉네임으로

축구사랑과 어울리는

여보사랑은 어떨까요..하하

 

오늘 첫대면은 아닌듯 싶은

파란들님의 부부 커풀께서도

길쭉길쭉 시원한 모습에서

천생연분이 따로 없는 짝꿍이었답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인자로운 사람들..이라지요

 

때로는

가정안에서의 어려움을

떨쳐 버리고자

무조건적인 산행을 택하였던

사람들중에는

진정한 의미의 가정을 

가족의 사랑을

산속에서 찾고 깨달았다는 이야기에

감동하면서 산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오후4시까지

한시간의 여유로운 하산주 잔치에

향긋한 망개꽃향기에 취한

행복한 시간은 빨리도 지나가 버렸고

언제 다시 올것인지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야탑역에 안전하게 돌아온 시간은

저녁 6시 30분이었습니다

 

모든 솔향기님들 가정에

넘치는 기쁨과 행복이 충만하시길...

다시 뵙는 순간까지 안녕하세요^^*

바이바이 ~~ 하하 ^^*

 

 

           2007년   6월 19일  까꿍이가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