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 으악산 ~ ㅎ

2023. 4. 21. 10:02카테고리 없음

죽음보다 깊은 침묵을 뚫고

오월의 푸른 하늘아래

다투어 피어났던 꽃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느 바람결엔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꽃들의 잔영들..

 

고요한 이슬픔의 잔영들은

이제 아파트 뜰안

양지 바른곳의 나뭇가지 마다에

무성한 초록 잎새들로 돋아 났을까...

 

금빛

찬란한 슬픔의 고독을

깨트리고

어느덧 또다른 그리움으로

내가슴속에 내려 앉은

붉은 넝쿨장미

 

아치형 둥근 울타리에

햇살처럼 곱게 내려 앉은

붉은 넝쿨장미가

초록의 바다에 떠있는 꿈처럼

엷은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그제도 어제도

내도록

바늘로 꼭꼭 찌르는 아픔에

깜짝 깜짝 놀라면서

이아픔의 순간을 어찌하면 모면할까

별궁리를 다하였지만

결국 죽기보다 싫은 병원으로 향하였다

 

발가락을 싹뚝 ~~ ㅇ

아니 발톱을 싹뚝 ~~ㅇ

으 악 ~ ㅎ

 

제발 아프지 않게 해달라는

나의 소망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남은 아파서 죽을것 같은 비명인데도

나이 지극하신 의사선생님은

재밌어 죽겠다는듯이 싱글벙글 하네요 ~ㅎ

<에혀 ..오나가나 내가 몬산다카이요..ㅋ>

 

집으로 돌아오는길..

발가락이 고장나서

산행후기를 못올리겠다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웃을것 같은 생각땜시로

잠시동안 따라 웃고 있을때 ~

 

어제는 못보았던

아파트입구의 갓피어난 넝쿨장미의

화사한 미소에 이끌여

글의 초안이 떠올라서

금새 마음을 고쳐먹고

컴앞에 앉았다 ~ ㅎ

<에혀....ㅋ>

 

작년 06년 9월 17일 비가 내리던날

월악산 만수봉(983.2m)에 올랐던 기록을 보면

월악산 영봉(109.7m)에 오르는것은 처음이고

6시간의 산행예정에 새삼 만만치않은 생각이 들었다

 

충북 충주시와 제천시 단양군과 경상북도 문경시에 걸처있는 산이며

달이 뜨면 신령스러운 주봉인 영봉(靈峰)에 걸린다하여 월악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삼국시대에는 월형산(月兄山)이라 하였고

 

후백제의 견휜이 이곳에 궁궐을 지으려다가 무산되어

와락산이라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오는데

 

솔향기의 소문난 산꾼들은  <으 악 산>이라  말하는

월악산은 어떤 맛일까 기대되고 있음이었다..<호호호> 

 

산행 들머리는 제천시 한수면의 송계리에서 출발하여

보덕암 하봉 중봉 영봉에 오른다음 한수면 덕수사에 이르는

6시간의 산행으로 야탑에서 7시에 출발한 버스는 9시20분에

현지에 도착하여 준비운동을 시작으로

날씨마저 기분좋은 산행이 진행되고 있었다

 

1984년에 17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충청북도의 월악산은

계절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으로 실제 월악산의

최고봉인 제천의 국사봉을 주로 오르며 산이 가파르고

험준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거대한 암반이 많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피해야하는 코스도 꽤있어서

산행에 초보인 미숙한 사람은 전문가와 함께 하는것이 좋다고 권한다

충주호를 끼고 맴도는 산줄기 구담봉과 옥순봉을 오르고

내륙에 위치한 금수산도 올라 보았지만 드넓은 국립공원 월악산을

다안다고 하는것은 좀처럼 어려운일인것 같다

 

행정구역상으로 4개의 시 군에 걸쳐 있으며 북으로 충주호반과

청풍호반이 월악산을 휘감고 동으로 단양8경과 소백산국립공원을

남으로 문경새재와 속리산국립공원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둘러싸여져있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단양적성의 선사유적지와 석회암지대에 형성된

많은 동굴 청풍의 문화재단지와 문화경관자원이 산재해 있으며

수안보 문경 문강 단양유황온천이 근거리에 위치하며

 

미륵사지 덕주사 신륵사 등의 전통사찰과 마애불 덕주산성

신륵사 3층석탑등 많은 문화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여름철의 풍부한 수량의 계곡물과 겨울철 눈쌓인 계곡은

신선들이 노닐던 경치라 할만큼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옛날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지대로서 덕주골의 유적지들은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한많은 사연을 간직한 고장이기도 하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진초록 나뭇잎들이

해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속에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

 

가슴속까지 스며드는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한없이 청량하기만 하였다  ~

 

전날 내린비로 촉촉한 풀향기가 그윽한 숲길을 거닐며

얼마 가지 않아서 멋스런 고찰 보덕암을 만나고

본격적인 가파른 오름길에 접어들고 있었다

 

바람 한점없는 숨막히는 열기에 가슴이 터질듯하고

팽팽하게 당겨지는 종아리의 아픔이 속도를 내기에는

역부족이여서 그래도 죽을힘을 다하여 오르기를 몇시간이였을까...

 

어쩌다가  그토록 열열히 지켜오던 자존심도 바닥이 들어난것인지

자칭 후미대장이 되어서 죽을동 살동 몰라하면서 하봉의 언저리를

구름처럼 돌고돌아서 중봉을 향하여 걷고 있었다....ㅋ

<에구구 몬사릉 한발을 옮겨 놓을때마다 조심하지 않으면

비명이 새어 나올만큼 왼쪽 엄지 발가락이 콕콕 쑤셔요 에혀...아파라 >

 

아프다고 괜시리 말해가지고 선배님께서 나의 아픈 발가락을

보시겠다고 하셔서 온통 안보여 주고 싶어서 날리날리가 났었당게요..

<에고고>

좌우간에 손만 대면 바늘로 후비는듯한 아픔으로

보여드리는것 마저도 아프니깐요 <으흐흐 ..흐>

그래도 한치수 큰 신발을 신고서

용케도 아픈발가락이 부딛치지 않도록 야금야금

도둑고양이 처럼 걸음을 옮겨 놓습니다그려..<히히>

 

근디...오늘 집에 가기는 가는걸까...

이하봉을 지키는 산신령이 되지 않을까...

하봉을 그냥 지나오면서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중봉에 올라서 헤헤 거리면서 사진찍히느라꼬

여념이 없었어라...ㅎㅎㅎ

다른이들의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오려고

전날부터 열심히 밧데리충전하여 가지고 갔었지만

발가락에서 새어나오는 아픔때문에

카메라를 바지 호주머니에서 꺼내어 찍지는 못하였어라..ㅋ

또한 걸어가는것만으로 그힘이 부족하여서

으예 사진까지 찍을 여력이 남으오리까....에구구

<그동안 찍사님 여러분의 노고에 인사드리지 못한

점을 깊이 뉘우치오니 큰마음으로 용서하옵소서 >

 

월악산 영봉(1097m)를 오르기 위하여 이처럼

호들갑을 떤다는것은 지난 금요일 세계최고봉인

에베레스트 8848m에 오른사람들이 본다면

무엇이라고 말할것인가....

<발가락의 아픔쯤이야 여드름정도가 아닐런지..>

 

영하 20도의 강추위속에 마지막 켐프에서

정상까지의 표고차가 900m라고 하였는데

산소통을 짊어진 채 수직같은 절벽길을  로프로

오를수밖에 없는 길의 연속을 12시간 14시간의

사투끝에 등정에 성공할수 있었다는

그경지를 어떻게 이해할수 있을까 감조차 잡을수 없다

 

빛과 어둠처럼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정에 나섰던

37세와35세의 위대한 젊은 산악인을 삼켜버린

만년설의 비보(悲報)에 망연자실하여진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유한의 삶을 살고 간다

 

이세상에 오던 그날

첫대면의 엄마로 부터 숱한 만남의 인연으로

채워진 인연의 삶....

무엇이 가장 후회없는 값진 인연삶...

만남의 삶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한주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60~75세 한국 실버원정대

8명이 지난 3월 에베레스트(8848m) 정상등정에

나선지 50여일만인 지난 18일 오전

김성봉(66세)대장과 이장우(63세)대원이 극적인

사투끝에 일궈낸 한국최고령등정의 쾌거였다

 

63세의 이장우대원은 순수 국내파로서

해외 첫원정이 에베레스트였다니 놀랍고

66세의 김성봉대장은 출발 한달전

아내의 설암수술로 등정을 포기하려 했지만

 

대장이 집안일로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아내의 설득으로

투병중인 아내를 위한 염원으로 세계최고봉에 올랐다는

그들의 극한 사랑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감동을 주고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마주했던 배우자와의 삶이

후회가 없다면 그보다 더 값지고 아름다운 삶은 없으리라...

 

중봉을 지나고 영봉을 향해 뻗은 깎아지른 능선길

오름길은 아찔한 바위절벽이 크레파스처럼

곳곳에 웅크리고 있고 긴장감 넘치는 기암괴석과

푸른 노송 사이로 아득히 내려다 보이는 마을전경이

어린날의 향수를 자극하며 한폭의 그림처럼

가슴속으로 달려 든다

 

수백년은 되었음직한 아름드리 적송과

푸른수목이 어우러진 나무숲속에

보일듯 말듯 때로는 무리지어 피어있는

한길이 훌쩍 넘는 탐스러운 분홍색 산철쭉이

보는이의 가슴에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천박하지 않은 호사스러움

한껏 뿜어내는 황홀한 비경의

연분홍 산철쭉의 향기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잊지 못할

추억의 그림자로 흔들리고 있었다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는 영봉에서의 조망권에

압도되어 푸픈녹음에 휩싸인 산자락으로

사뿐이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두려움을 잊은 감동으로 모두가 어쩔줄 몰라

희희낙낙하고 있었다

 

산정상 곳곳에 설치된 철계단 나무계단

철망은 예기치 못한 추락사고를 대비한

자상한 배려속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정상이 좁고 험악하여 앉을 자리도 없었지만

점심 먹은후의 산행은 위험부담이 있는지라

오후 1시가 지나고 2시가 되어 오도록

점심을 먹지 않고 산행이 진행되어서

저마다 배가 고프다고 야단법석이었다

 

영봉에서 헬기장을 지나고 그리고 한참후

평지에서 이보다 더좋을수없는 진수성찬

보배로운 오찬의 시간이 흘러갔다

 

영봉에서 덕주휴게소까지 지도상으로 3시간도

더 될것같아서 걱정이 태산같았지만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하니 안심하고 길을 나섰다

 

올라 올때도 수없이 많은 계단을 타고 왔지만

이처럼 가파르고 직선같은 계단은 처음이라서

잠시도 마음을 놓을수 없는 공포의 순간이었다

절대로 아래로 내려다 보지않은채

한걸음 한걸음 얌전한 아씨처럼 걸었다

 

산행에 참석하지 않은지 몇년은 되었음직한 스머프아우님이

오랫만에 나오시고 맛있는 먹거리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여서 맛있는 생각을 하면서 냠냠 하면서 내려갔다..<헤헤>

 

꼭꼭 찌르는 발톱의 아픔 때문에 얼마를 기도하듯

간절한 마음으로 걷는 동안 멀리 덕주사지 마애불상이

보이는 거리까지 왔음에 뛸듯이 기쁜 마음이 되었다

 

계곡을 따라 걷는 한시간 동안

다시한번 월악산의 진면목을 보았었다

 

하얀 바위암석이 물줄기처럼 흘러가는곳에

옥구슬 보다 고운 맑은 물이 아우성치며

흘러가는것 같아서 모두가 탄성을 지르며

어찌할바를 몰라하고 있었다

<와 ~ 이처럼 고운 물빛을 본적이 없었다 ~>

 

바위와 바위돌 사이로 흘러가는 물은

넓은 바위돌에 흘러 넘치고

끝도없이 펼쳐진 자갈돌을 넘나들며

빛줄기를 따라서 흘러흘러 가고 있었다

 

곳곳에 상수원보호구역이란 팻말이 붙어있어

발씻을 엄두도 못내고 아쉬움반으로 하산하였는데

휴게소 반대편에 발을 씻어도 되는곳이 있다는

가게아주머니의 고마운 말씀에

한걸음에 달려가 그맑은 물에 염치없이 발을 담구었다

<아고고 차가와라...얼음짱처럼 차가운물....으윽>

언제까지라도 그곳에서 물장구치고 싶었다

복받은 땅이 따로 없다 정말 복받은 땅이었다

 

삶은 돼지고기에 맛있는 김치와 참이슬

아이리스님을 더욱 우아한 미녀로 탄생시킨 맥주

맥주의 시원한 품격이여 ~~

정순 스머프님의 뒤늦은 50회 뒷풀이가 주는

넉넉한 인심 맛있는 만남의 친교시간은

자연과 더불어 산들바람이 어우러져서

우리솔향기회원님들을 아름다운 우정의 늪속에

헤메이게 하였다

 

7시간의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가하는 충주호의

드라이브코스는 아름다움의 극치라 할만하였다

얌전하시고 점잖은 귀공자기사님의 안전운행버스가

야탑역에 닿은시간은 저녁 8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오늘 함께 했던 모든님들께 감사드리고

더욱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날수있기를 기대합니다

 

 

     2007년  5월  22일  까꿍이가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