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의 꽃물결

2023. 4. 21. 10:00카테고리 없음

꽃비처럼

바람에 팔랑거리며

떨어지던

무수한 하얀 벚꽃 잎파리들

 

수줍은 소녀의

풋풋한 웃음같은

연분홍 진달래꽃

 

돌봄없이 버려진땅 

메마른 땅에서도

용솟음치는 생명력으로

 

도란도란 무리지어

정답게 피어나서

푸른들판속

노란 구름바다를 이루는

눈부신 노란 민들레

 

양지바른 산중턱일까

바위기슭일까

땅바닥에 작은 몸둥이를

한들거리며

 

신이 내린 선물인양

방긋 웃는 노랑 양지꽃

아기의 눈웃음 같은

해맑은 보라색 제비꽃

 

벌써 봄이 다 가고 있는 걸까

 

이봄 산객들의 가슴속에 새겨진

꽃의 잔영들이

달리는 차속에서

향기로운 설레임으로

가득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야탑역에서 6시35분에 출발한 버스는

경남 합천 황매산을 향하여

씩씩하게 달리고 있었다

 

황매산의 철쭉꽃 산행이라 하였다

철쭉꽃이라면

가장 으뜸이라 칭하는 산이

많기도 하지만

 

몇년전 늦은봄 연인산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한길이 넘는

수십년이 된 쭉쭉 뻗은 나무가지에

희고 붉고 또는 연분홍색의...

서로다른 모습의

커다란 꽃잎파리들이

소담스럽고 우아하게

온산을 뒤덮여 피어나서

보는이로 하여금

황홀한 비경에 잠기게 하였었다

 

지금도

철쭉꽃나무들은

살랑이는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을까....

 

오늘도 목이긴 사슴처럼

그리움 가득

설레임 가득한 눈빛으로

꽃을 찾아

경남 산청군 황매산입구

장박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10시4분이었다

 

오던날이 장날이라 하였던가요

오늘이 황매산 철쭉제가 시작되는날이라

산입구에서 부터 사람들의 발길에

좁은 산길에서

아기걸음마를 하게되었다

 

2년전 5월 9일 한번 와 본 산이지만

고무 지우개로 싹싹지워 버린것일까

전혀 쌩뚱맞은 입구에 우야꼬하고 있었다

 

다행인것은 전날 뿌린 빗방울에

먼지가 사라진 상큼한 숲길이 상쾌하고

잔뜩 찌푸린 하늘이

뜨거운 봄 햇살을 가려주는

채광막이 되어 주고

비가 올것이라던 일기예보가 빗나가서

<아무렴 그렇고 말고>

신바람 나는 산행이 시작되었다

 

장박마을에서 출발하여 황매산정상에 오르고

목장단지와 철쭉군락지 베틀굴 모산재로

하산하는 만만치가 않은 7시간 산행

 

언제쯤이면

오름길에서 달리기 선수처럼

끙끙거리지 않고

의연하고 멋들어지게 오를수 있을까

 

산의 오름길 마다

<이제 다시는 산에 오나 바라 ~>던

가슴에 사무치는 맹세는

어이하여 일주일도 못 버티고

기억속에서 깡그리 사라져 버리는것일까

 

똑같은 후회를 되풀이 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겁나게 많은 갱상도(?) 아니

경상도 사투리에 이곳이 경상도 본토임을

실감하며 걷는 이기분

<오메...내가 몬산다카이요 >

ㅎㅎㅎ

 

근데

우리 솔향기님들만 어여쁜 줄 알았는데

흐르는 땀방울에 담소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떼지어 산에 오르는

활력이 넘치는 산객들의 모습은

진정 꽃보다 아름다웠었다

 

갓피어난 연녹색 잎사귀들이

푸른 초록의 바다를 이루고

가끔씩 들여 오는 새들의 지저귐에

산행의 고단함도 잊은채

어느덧 능선길에 접어 들고 있었다

 

고지대의 차가운 바람 때문일까

아직은 피어나지 않은

작고 단단한 꽃망울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온능선길을

붉은 빛깔로 물들이고 있었다

<에구구 얄미운것 같으니라구...>

하나 같이 꼭 다물어 버린 입술에

배신감이 뽀루퉁하게 솟아나고 있었다

<그래도 어쩌랴 혼내 줄수도 없는걸..>

꽃이 활짝 피기라도 한다면

그아름다움이 얼마일까...

상상하는것 만으로도 가슴이

터질것 같은 황홀함에 빠져들고 있었다

 

붉은 꽃물결에 휩싸인 깊은 산속의 능선길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은 꿈결 같은 길이었다

멀리 황매산 정상을 향하여

꼬불꼬불 완만하게 뻗어 오른 좁은 산길엔

울긋불긋한 산객들의 모습이

깨알처럼 조그마하게 끝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루함이 끼어들 사이도 없이

꽃들의 비밀스런 함박웃음에 넋을 잃고

어느덧 황매산 (1,108m) 정상에 올랐고

수많은 인파에 떠밀리며 찰칵찰칵

오늘의 기쁨을 기록에 남기고 있었다

 

비단폭처럼 고운 봄날이 그렇게 가고 있었다

몇번씩이고 되풀이 하여도 질리지 않는

오찬의 산상오찬의 시간

청하지도 않은 복분자주 한잔에 꽃처럼

마음이 활짝 피어나서 한껏 하하 웃어 본다

 

황매산 꼭대기

우뚝솟은 바윗돌에 사람들이

조가비처럼 붙어 앉아서 내려 올줄 몰라서

발들여 놓을 엄두도 못내고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황매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확 트인 시야속

푸른 합천호에 물그림자를 드리운

중봉 하봉 삼봉의 세봉우리의 산자락이

세송이의 매화꽃 같다하여

수중매라 불리기도 하는 황매산은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과 함께

합천군의 명산으로  떠올랐다

 

오름길의 가파름과 비교가 않될 만큼

돌들이 울퉁불퉁한 내리막길

긴장된 순간이 이어지고

목장이 있는 평원에 이를때 쯤에야

예전에 왔던 기억이 되살아 나고 있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대평원의 능선에는 활짝 핀 꽃들이

꽃구름을 이루고 축제를 알리는 깃발이 펄럭이며

개미처럼 작아 보이는 사람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황매평전 능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이 산청군

왼쪽이 합천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어서 서로 관광객 유치에

경쟁하다가 합천군쪽의 주차장이 해발 800m까지

올라와 버려서 차에서 내려 300m만 오르면 되는

동네 뒷동산 정도의 산책로가 되어 더욱 유명한 산이 되어버렸다

 

산청군 쪽엔 <단적비연수>를 찍은 영화주제공원이 있어서인지

합천군의 목장지역으로 오르는 사람들 보다  산청군쪽이 훨씬

사람의 왕래가 많아 보였다

 

북능선길의 피지못한 철쭉 때문에

한껏 아쉬웠던 마음들이

푸른 대평원을  붉게 물들인

화려한 철쭉꽃 물결에 감전된듯

경탄을 금치 못하는 산객들은

꽃밭을 오가며 사진찍느라고

행복한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꽃구름 같아라

붉은꽃의 바다 같아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천상의 붉은 화원 같아라

 

붉은 꽃밭속을

이리저리 몰려 다니다

지쳐서 깔깔대고 웃고

평원 한복판에 생겨난 매점에서

얼떨떨님이 건네준 달콤한 막걸리 한잔에

온세상이 환희에 가득찬 웃음꽃으로 피어난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도 돌아 가야하는 길

산위 정상 가까이 까지 올라 와버린 주차장이

뭔가 자연스러움을 지워버린 느낌이었고

목장이라 불리워지는 드넓은 평원의 목장지엔

소한마리도 보이지 않는 볼품없는 쓸쓸함이 감돌고

영화촬영지였다는 커다란 광고물이 자연의 미감을

헤치고 있어 보였다

 

전국 어느산에서도 찾아 볼수없는

경이로운 대평원 자체가 얼마나 보배로운 가치를 지닌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소중하게 가꾸어지기를 기원하여 보았다

 

황매평전의 철쭉군락지의 꽃길을 따라 걷노라면

안부삼거리를 지나고 베틀봉을 조금지나서 왼쪽으로

철쭉군락지 한가운데 철쭉제단이 놓여있었고

모산재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꽃밭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놓아 주질 않았었다

 

모산재에서 부터는 황매산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줄

기암괴석 바위암산의 험준한 산길이 예고 되고 있었는데

긴장한 탓일까 샛길로 들어서서 내려 오는 바람에

꼭 들려보고 싶었던

 

통일신라때의 고찰이었던 영암사지와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하늘에 고하는

제사를 올렸다는 국사당이라든가

순결바위와  스릴넘치는 철계단도 타지 않고서

순조롭게 모산재 주차장으로 하산하고 말았다

아쉬웠지만 다시 몇번씩이고 황매산에 오라는

메시지로 받아 들이며 먼저 내려오신 님들과

감미롭고 시원한 막걸리로 하산주 파티를 열었다

우회길을 쉽게 내려온 우리와는 다르게

내려올때도 좁은 정체구간에서 인파에 시달리며

고생하신 분들이 계신모양이었다

7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오후 5시 29분에 출발한

버스는 차가 밀리는 바람에 밤11시30분에

야탑역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꼴깍 넘어 있었다

칼라님 다치신 발등은 후유증없게 잘 치료하시고

빠른시일안에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사랑과 은혜가 넘치는

축복의 봄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5월 7일  까꿍이가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