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움트는 칠갑산

2023. 4. 21. 09:39카테고리 없음

한주의 끝날이면

나비가 꽃을 찾아 고운 날개짓을

퍼득이며

꽃밭을 찾아 헤메이듯

 

산객들은

지난밤 방앗간에서 참새들이랑

참이슬에 목욕을 하고도

그새벽에

몽유병환자처럼 일어나

눈을감고도 자동으로

희망의 아지트

분당 야탑역으로 질주한다

 

오늘의 행선지는 어디랑가요?

칠갑산 ........

 

< 콩밭메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슬프고도 애잔한 이노랫가락에

누군들 코끝이 찡하지 아니할까...

 

젊은날

신혼초에 예기치못한 극한의 어려움에

처했을때...

말없이 자신의 곁에서 그어려움을 함께 했던

아내가 이제는 여왕마마처럼 보인다는

고마움의 마음을 서슴없이 털어 놓을줄 아는

예쁜 들국화님의 낭군님께서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내옆 짝꿍인 들국화님이 잠시라도 이산의 아픔을

겪게 할수는 없는지라

나스스로 뒷좌석으로 좌천되었다....ㅎ

 

어린시절 교실풍경처럼

<공부도 못하는것들이 떠들기만 하는 ....>

그뒷좌석이 오늘은

그동안 못해온 떠들기를 싫컷해도 좋을듯한 해방감에

혼자서 속으로 쿡쿡웃었지만...

 

분명히 까꿍이 때문에 시끄러울것이란

주위분들의 기대넘치는 시선때문에

에고고...

우아하게 어어폰끼고 음악을 들으며

입을 꼭 봉하고 있었는데요....

 

왠일일까요

삼사년동안 함께 산행하면서도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보인적이 없는

말이 없는 총각대장님께서

지난주산행때의

촌색시 아첨발언이 오히려 소박을 불러왔던 ~

<좋은네 (?) 나네요>로

참고있는 웃음보를 자극하기 시작했드래요 ...ㅎ

에휴 어째거나

까꿍이가 있는곳은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요

 

어머니에대한 그리움이

전통가요와같은

유장한 선율로

한국적인 정서를 듬뿍 자극하면서

불멸의 국민가요가 되어버린 칠갑산..

 

하지만 불경스럽게도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는

가사에 젊고 아릿다운 여인네의

에로틱함 때문일까.

 

<보리밭에서...>

<이효석의 메밀밭에서...>

<물레방앗간에서.....>

<푸른달빛 아래서....>

 

한사람도 아닌 뒷좌석의 모든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쏱아내는

총각은 알수없는

이 은어와같은 낱말들 때문에

허리를 부여잡고

몸부림치듯이 깔깔웃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창밖을 스치는 화창한 봄날의 풍경

무성한 보리밭이라도 지날양이면

<저기 봐봐...ㅎㅎㅎㅎ>

탄성을 질러대며

마주보고 웃을수밖에 없었던

어처구니없는 헤프닝....ㅎ

 

충남 청양군 대치터널앞에 하차한 시간은

아침 9시 20분경

터널위 좁은 산길을 조금 올라서자

칠갑산장을 만났다

 

해발310m...

정상인 칠갑산(560m)이 3Km만 가면

되는 위치여서

평지처럼 다듬어진 오솔길이

벚꽃나무로 가로수를 이루며

연인들의 산책로처럼

호젓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오르고 내리며 굽어지는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지다만 벚꽃이 푸른잎새 사이로

손짓하며 웃는듯하였다

 

촘촘히 솟아오른 송림이 품어내는

솔바람에

걷는 기쁨에 충만해 지고 있을때

작고 아담한 정자에 올라

멋진 포즈로 사진을 남기며

오늘 솔향기에 이름을 남기게 될

새로운 산벗들의 얼굴도 익혔다

 

놀며 장난치듯 한가롭게 걸어

어느 지점에선가

길게 뻗어 오른 나무계단

275개의 나무계단을 만났다

 

예전에 한번 와보았던 사람들은

가파른 바위 벼랑을 밧줄을 타고 올랐던

감회에 젖기도 하고...

이제 힘들이지 않고 사진도 찍어가며

 

갓피어난 초록이 온산을

물들여가는 환희에 가슴이 부풀어

한껏 여유로운 몸짓으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얼마 가지 않으면

정상에 오를것이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국내유일의 대웅전이 두개인 천년 고찰

장곡사로 하산하면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야할것이다

 

어쩌면 아주 싱겁게 끝날지도 모르는 이여정이

아쉬웠을까..

한껏 느러진 모습으로 정상에 오르고

햇빛 가득 쏱아지는 평지에

12시가 되기도 전에 점심상을 펼쳤다

 

아무리 수천번을 되풀이 하여도

싫증나지 않는 오찬(午餐)의 시간

성찬(盛饌)의 시간.....

 

오늘따라 축구사랑님이 몰고 오신

풋풋한 사랑이 넘치는 젊은 새내기님들과

솔향기 미녀군단에

도전장을 던지듯

혜성처럼 나타난

네명의 멋쟁이 미녀님들...

때문에

어느때 보다 화기애애하고

웃음꽃이 만발한 시간이 흘러갔다

 

새로운 만남이 주는 설레임과

소찬이라도 함께 나누며 맺은

무언의언약은

같은 솔향기 가족이 되었다는

기쁨과 기대일것이다

 

칠갑산은 만물생성의 일곱가지 근원의 칠(七)이요

싹이 난다는 뜻의 갑(甲)자로서

생명의 시원(始源)의 칠갑산(七甲山)이라 칭하며

일곱장수가 난다는 명당이 자리잡은 산이라 전해오며

 

백제는이산을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서 여기에서

제천의식을 행하였다고 전해진다

 

충남의 중앙에 자리잡은 칠갑산은

동쪽의 두솔성지(자비성)와 도림사지

남쪽의 금강사지와 천장대

남서쪽의 정혜사

서쪽의 장곡사(長谷寺)가 모두 연대된

백제인의 혼이 담긴 천년의 사적이다

 

시원한 계곡을 이루는 냉천골은

바위와 절묘한 수석이

자연속에 피어나는

고운빛깔의 난(蘭)과 어우러져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칠갑산에서 발원하여

굽이굽이 지천구곡을 이루며 부여의

낙화암으로 흘러간 물줄기는

그곳의 자생식물인

고란초의 향기로 피어난다

 

누가 뿌려 놓은 이별의 눈물일까

하산길 후미진 길목마다

갈색 낙엽덤불위에 고이고이

흩뿌려 놓은

아픈마음의 붉은 진달래 꽃잎

꽃잎들....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 역겨워 가실때에는....

아고고 ~ 무지하게 슬픈.....

 

그대를 위하여 앵도라져 사라져 버린

그이별의 아픔을

이세상이 사라져 버린 그날까지도...

이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이별의 아픔이 아닐런지....

<아고야 괜히 그대가 보고싶어서

   눈물이 날라카네...>

 

그슬픔을 달래어 주기라도 할듯이

여린 분홍빛 철쭉이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봉긋봉긋한 꽃봉우리를 메어단 채

수줍은듯 베시시 웃고 있었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그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칠갑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무려 일곱곳이나 되고

청양군 정산면과 대치면의 경계를 이루며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충남의 알프스산이라 불리우며

자연휴양림과 방대한 문화유적지의 보고이며

우리나라 장승의 명승지로서도 유명하며

어느 한곳을 다돌아 보기에도 하루가 모자란다

 

어쨌거나 하산길은 어렵지 않아서

오후1시40분경에 버스에 배낭을 놓아두고

아까 산위에서 요란스럽게 인사를 쉬임없이

나누며 지나가던

이곳사람들의 흥겨운 산악마라톤의 시상식이

거행되는 혼잡한  광장을 지나

장곡사로 부런히 발길을 옮겼다

2시 30분까지 돌아와야 한다

 

국내 유일의 두개의 대웅전을 품고있는

이절은 꼭 보아야 할것 같았다

깍아지른 절벽위에

끝없이 뻗어오른 돌계단이 정겹고

골짜기 마다 오목조목한 산세에

거스름없이 친화적으로 줄지어 지어진

천년고찰의 풍미를 내어이 표현할까나...

 

세속의 어지러움은 사라진 것일까

고요한 정적에 잠긴 천년 고찰

 

따사로운 봄볕이 쏱아지는 뜰악에서

텃밭을 일구는 스님의 손길이 분주하다

 

신라 문성왕 12년(850) 보조국사에 의하여

창건된것으로 전해지는 장곡사는

대웅전이 두개라는 점이 특이하며

상대웅전 하대웅전으로 부르며

철조약사여래좌상부. 미륵불괘불탱이 각각

국보 제58호와 제300호로 지정되어 있고

상대웅전 하대웅전의 금동약사애래조상등은

2점이 보물로 지정되어있다

 

수백년은 되었음직한 우람한 느티나무와

갖가지 수목과 꽃나무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서

오색단청으로 곱게  내려 앉은 사찰과 더불어

천상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엉터리 까꿍이 찍사의 일급 모델이 되어주신

새로오신 고운님들은

부처님의 미소를 닮아서

즐겁고 행복한 담소에 잠기게 하였으며

 

대웅전을 오르는 아득한 돌계단....

붉게 노랗게 연분홍으로 피어나는

꽃나무들..

풀한포기마저

보물처럼 소중히 여겨졌던

장곡사의 아름다움이란....

천년의 기품이 살아서 숨쉬는

한폭의 그림이 되고있었다

 

예정된 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내려와 보니 2시 20분이다

 

장승공원의 푸른 풀밭에

정답게 펼쳐진 막걸리 가든파티...

술은 한잔도 못마신다는

까꿍이가 가장 좋아하는 하산주 파티...ㅎ

 

<와우 ~ >

하나의 원으로 빙둘러 앉아서

주거니 받거니

그눈빛이 얼마나 어여쁜가...

 

모두가 선남선녀였어라...

미움도 사랑도 눈물도

벗어 놓은 살가운 미소가

얼굴마다 꽃처럼 화사하다

 

대포한잔님의 지나가는 말속에

소중한 아내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읽었을때

그말보다 고맙고 달콤함이 어디에 있을까...

<와우... 감동의 하산주 파티...감사했어요>

 

몇해전의 일이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영국의 수상을 꿈꿀수도 있는

장관지명을 포기한 이름을 기억할수 없는

영국의 어느 유명한 젊은 차관이있었다

 

<내가 차관 자리에 오르기 위하여 소중한것들을

 희생한적이 있었다 출세란 차관으로 족하다>

<이제 중학생 초등학생인 두아이들의 아버지로서

남편으로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가정으로 돌아

가고 싶어서 장관직을 포기한다>고 하였을때

서구사회의 곳곳에서도 놀라운 반응을 보였지만

그일은 눈물겹도록 나를 감동케하였었다...^^*

 

몇일전 제주에서 36살의 젊은아내를 갑자기 잃은 남편은

가족과의 협의끝에 시신을 기증하여 수많은 사람에게

새생명의 기회를 준 사건이 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동안 열살도 채 되지 않은 두아이를 키우며

밤낮없이 고생한 아내에게 돈많이 벌어서

호강시켜줄려고 바쁘게 일하면서

아무것도 해준것없이

따뜻한 말한마디 조차 건내지 못했던 자신이

뼈저리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행복하게 산다는것은 아내가 있는곳에

마음으로라도 늘 함께 하면서

일찍 퇴근하여 집안의 일손을 돕고 거들며

따뜻한 말한마디라도 건내고

없이 살아도 그시간을 함께 보내는것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진정 몰랐다고 하였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정반대의 행동을 거침없이 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가장 친절하게 대하여야 할 가족에게

가장 냉담하고 무관심하게 하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옛날 어느 스승님께서

부인때문에 말할수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제자의 하소연을

듣게 되어 자신도 그문제를

해결할수있는 묘수가 없는지라

스승님의 과거사를 고백하였다고 하는데..

 

사랑이란 움직이는 것이란 말이

만고의 진리인듯

 

달콤한 사랑의 껍질이 깨어지면 뼈만 앙상하여

죽도록 미워지게 마련일까..

그부인도 덩달아 따라서

죽기살기로 미워하였음인지라

 

자신의 자녀까지 거느린 그부인을

어찌하여 볼 도리가 없어

곰곰히 생각끝에

 

평생동안 손님처럼 모시고 살려고 마음먹고

그리하였던바

부인은 오히려 더욱

기세 사나워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한결같이 손님처럼 대우하였더니

어느날엔가 순한양이 되었다고 한다

 

지난 한주동안 천지가 무너지는

절망감에 빠져서 지내기도 하였다

 

미스미디어 발달로

예전에는 꿈도 꿀수가 없었던

지구촌이 한가족이 되어 버린

어지러운 세상을 살면서

날마다 난무하는 소식들을

외면하며 지낼수없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 되고있다

 

자신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과 가치관이

형성된기도 전인

또래아이들과는 다른 내성적 자패증을 가지고

태어난 그에게는

이세상 누구보다도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 했을 사람이었다

 

자식의 성공과 가난탈출을 위한 외국이민...

생업에 발목잡힌 부모에게서

8살의 어린영혼은

 

낮선환경에 무참하게

내동댕이쳐지고 고립무원의 세계에서

모국어마저도 잃어버리고

한국인도 아닌

거대한 미국의 주류사회에는 발도  들여 놓을수

없는 엄청난 장벽과 마주하면서 

이름뿐인 미국인으로서

치유되지않을 분노의 덩어리로

자신을 키워왔을것이다

 

존경받을수없는 직업에 종사하며 미국말도 못하는

가난한 부모가 수치스럽게 여겨지는 어처구니없는

인성파괴적인 부도덕한 자기상실감은

자신을 스스로 올무에 갖혀 헤어날수 없게 하였고

끝내는 온지구를 슬프게 하였다

 

부모와도 의사소통이 전혀 어려웠을 그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지게 아픕니다

 

끔찍한 어둠에 휩싸여 고통받는 그를 보고도

그를 구해낼수 없었던

그어머니의 절망감에 눈물이 흐릅니다

 

아주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어머니를

미국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머니로 이끌어 낸

미식축구스타 하인즈워드의 긍정적인 사고가

얼마나 보석처럼 반짝이는지

다시한번 생각에 잠기게 하고 있다

 

거듭되는 우리들의 사과가

우리들사이에서도

사대주의적 열등의식으로

받아 들여지기도 하지만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미국사회의 기득권을 인정하면서

장애물을 하나씩 극복하여 간다면

 

언젠가는 재미한국인들도 주류사회의

성숙한 시민으로  힘이있는 구성원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날이 오리라 믿는다

 

부모에게 효도함은 하늘의 축복을

내려받는 극히 성스러운 행위가 아닐런지...

 

장곡사의 꿈길같은 꽃밭을 돌아 나오면서

이제 죽어서 

<승희 조>라고 미국식으로 불려지게 된

진정한 미국인 <승희 조>가 영혼이나마

이평화로운곳에서

눈물을 거두고 안식하기를 빌었다

 

세상에서 가장 빛나던 자녀를 잃은

가엾은 희생자 어머니들의

가슴에 또다른 신의 은총이 채워지고

죽어서도 씻을수없는 그상처가 하루속히

치유되기를 간절히 희망하여 본다

 

추억속의 어린시절과 뛰놀던 옛동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간절해지는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든 음악의 장르에 구애됨이 없이

누구나 즐겨 부르는국민가요 칠갑산...

 

이땅에 살면서 이땅의 언어로 말하고

꽃잎이 흩날리는 칠갑산을 거닐수 있는

우리는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여 본다

 

공주의 무령왕능 북쪽을 스쳐 지나가는

36번 국도를 거쳐 칠갑산 산마루에 있는

정산(定山)휴게소에 가면

조은파 작사 작곡에 주병선의 노래..

칠갑산 시비가  세워져 있다

 

(콩밭 메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고개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만 어린가슴 속을 태웠소)

 

에혀~ 바보탱이같은 까꿍이가 생각없이

사설이 길어서 죄송하고요

다음산행지에서 변함없는

사랑의 마음으로

다시 만날수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2007년 4월23일    까꿍이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