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에 얼음꽃 피던날의 소백산 이야기

2022. 12. 19. 11:04카테고리 없음

붉은 꽃들의 수다도

푸른 잎새들의 속삭임도

깊은 잠에 빠져든 동토(凍土)의 땅

겨울 나무숲에는

별을 헤이는

아픈 기다림의 흔적일까

 

앙상한 나뭇가지 마다

먼 하늘을 향하여

깃발처럼 나붓끼는

영롱한 칼바람의 울음소리...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강물의 숙명처럼

그대를 향한

타오르는 나의 열정은

서리 서리 흰꽃으로

피어나는 하얀 겨울 나목(裸木)이여

 

별의 노래일까

구름의 넋일까

수많은 서로 다른 얼굴의

빙화(氷花)  설화(雪花)

그리고

하얀 서리꽃의 상고대여...

 

크고 작은 나무들의 잔가지마다

내려 앉은 눈부신 설국(雪國)의 광채(光彩)여

 

흰눈으로

흰꽃으로 수놓인

하얀 꽃나무 터널을 걸으면...

 

먹빛 어둠을 헤집고

햇님처럼 솟아오르는 천상의 미소여...

 

황홀한

오색의 빛깔을

감추인 순백의 깃발이여...

 

백두대간의 거봉 태백산에서 남서쪽으로 자리잡은 소백산은

비로봉(1439m)을 중심으로 국망봉(1421m) 제2연화봉(1357m)

도솔봉(1314m) 신선봉(1389m)등 수많은 봉우리들로 이어져 있으며

경상북도 영주시와 충청북도 단양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1987년 12월에 소백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며 죽령과 

제2연화봉 산기슭에 국내 최대 우주관측소인 국립천문대가 있으며

수려하고 웅대한 산세와 명승고적과 문화유산이 많은 산이기도 하다

 

한해를 떠나보내는 아쉬움 때문일까

마음으로 종종 걸음치며 설레임속에 기다린 

아듀 ~ 2007년의 마지막 산행 소백산 ~ !!

최근들어 가장 춥고 눈이 올것이란 일기예보속에

꼼꼼히 챙기느라고  신경쓴 만큼 알람벨 소리에 실수없이

깨어나 준비하고 야탑역에 도착..

 

꽃본듯이 반가운 정다운 사람들과의 인사가

언제나 즐겁고

집 나오면서 온종일

우아하게 얌전하겠다던 맹세도

버스출발전에 이미 온전히 부서져 있었다

<에혀...몬사릉...헤헤> 

 

오늘 하루  하얀 눈밭에 원없이 딩굴어 보리라

장난끼 가득한 꿈에 부풀어 쌩쌩 달려 일찍 도착한

산행들머리 이정표에는

우리가 하산해야 할 지점에 있음을 알고

우왕좌왕 할 때에

단양군 천동리 소백산 관리사무소

친절한 어여쁜 여직원은

뒤바뀐 코스가 오히려 안전산행에 도움될것이란

격려의 말에 신바람이 나서 10시 30분 부터

희눈이 엷게 쌓인 아스팔트길을 따라 오름산행이 시작되었다

 

천동계곡길 주목군락지 관리사무소 비로봉

어의계곡까지의 5시간 예정산행시간...

지난번 조령산에서의 예기치 못했던 험준함이 떠올라

다소 긴듯한 신행시간이 걱정스러워 쫒기듯 사진을 찍어가며

호흡을 조절하며 보폭을 늘려 잡고 뒷처지는 일없도록 

신경쓰면서 성큼성큼 걷는길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을 

다시한번 절감해보는 시간이었고 솟아나는 땀방울에

볼을 스치는 바람은 날카롭기만 하였다

 

벌써 끝났어야 할 아스팔트길은

끝도없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은근하게 서서히 높아가는 산의 고도가

거대한 밑그림처럼 체감되어지고 있었다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는 은유적인 충청도 사람들의

친절함이 길바닥에도 길게 깔려 있는듯하여

혼자서 상념에 빠져 걷고 있는사이...

누군가...저기 보라..는 탄성을 따라

눈을 들어 먼산을 바라 보았을때

하얀 상고대가 산정상을 뒤덮고 있어서

신령스런빛이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천태만상의 수많은

크고 작은 나무가지 마다

전설처럼 내려 앉은 하얀 눈꽃이며

가녀린 고음의

비파 음율이 들릴듯한

상고대의 뽀얀 서리꽃과

천년 푸른 소나무의 고운 자태에 

자지러지게 내려 앉은 함박눈꽃이

천상의 아름다움을 빛내는

꿈결같은

무풍지대의 순백의 미로를 거닐며

한발 앞선 거대한 능선길에 펼쳐진

모든것을 삼켜버릴듯

휘몰아치는 질풍노도의 광풍을 몰랐었다

 

천신만고 끝에

두시간 반만에 오른 산의 정상 비로봉

희고 높고 그리고 거룩한 산

<밝다>에서 유래된

태백산맥 소백산맥의

여러개의 백산(白山) 중의

소백산(小白山)은

 

태백산보다는 조금 낮은 산이라서

소백산(小白山)이라 한것 같지만...

 

고려때 부터 왕태(王胎)를 안치했던 곳이며

정감록에서는

난을 피하기에 좋은 십승지지(十勝之地)의 명산이요

 

국망천이 흘러 남한강을 이루고

동남쪽으로 급경사를 이루며 흘러드는 낙동강의

발원지가 죽계천이라고 하며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3도의 경계를 이루는

영주 봉화 단양 영월 네고을의 배경이 되며

한반도의 척추부분에 해당하는 백의민족의

영산(靈山) 소백산이라 하겠다

 

오만한 인간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신의 영역일까...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의 정상은

대평원의 백색의 설경으로

말로는 형용할수없는

천상의 극치미를 보여 주고 있었지만

 

휘몰아치는 세찬 돌개바람에

내작은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눈밭에 내동댕이 처질까

위태로운 공포의 시간속에서

 

우주인의 유영처럼

한발자욱씩 옮겨 놓는 생명의 발걸음속에

눈을 뜰수가없는  급강하된 냉기에

더운 입김으로 젖은 속눈썹에

하얀 얼음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얼음꽃을 뜯어 낼려고 장갑을  벗었다가

손가락이 한순간에 고드름 되는줄 알았다

<옴메나 ~ 몬사릉 ~ >

<듬직한 왕대포님아 ~>

<얼루 몽땅 없어 졌을까 ~>

 

바람에 흩날리는 눈보라속에서

나의 외침을 나자신도 들을수가 없었는데

사람들이 가물가물 나의 시야에서 멀어져 가기만 하였다

 

아아 ~

소백산(小白山) 비로봉(毘盧峰)

그 소중한 표지석 앞에서

나의 사진기를 꺼내볼 생각도 못한채

일그러진 얼음바람 웃음을 날리며

정다운 산우님들과 함께한

멋쟁이 칼라님이 눈보라속에 찍어 주신

몇장의 사진은

길이 간직해야 할 추억속의 보물이 되었다

 

모나지 않는 너그러움으로

곱게 그려진 스카이라인을 따라

후덕하게 뻗어나간 백두대간의 광활하고

장쾌한 길고긴 능선길은

키큰 나무들이 숨쉴수없고

키큰 나무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하늘 기둥이 열린듯

거칠것없이 휘몰아치는 강풍의

바람의 언덕에는

가장 낮은 자세로 오색찬란하게 피어나는

야생화의 천국을 이루는 봄의 정원이

그 신비로운 비경을 들어낸다고 하였어라

 

사랑하는 사람이여

언제 다시 올수있을까

사람들의 시선이 오래도록 머물수없는

이 고결한 성역에서

또다른 사랑에 빠져드는 순백의 마음이여

 

비로봉 정상일대에 자생하는 귀한꽃 솜다리

에델바이스의 군락지가 있고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된 국내최대

주목군락지가 국망봉에 있으며

죽계구곡 희방계곡 남천계곡은 수려한 경관이 뛰어나다

 

사람의 인내와 겸양의 미덕을 시험하는

국내 유일의 거센 바람능선과 더불어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푸른 초원의 거대한

들꽃의 물결로도 사람의 영혼을

한번에 사로잡는 소백산의 백미라 할수있겠다

 

끝없는 광풍의 소용돌이에서 얼마나 걸었을까

나무들이 하얀눈을 뒤집어 쓰고 웅크리고 서있는

흰눈의 고요로운 설국에서 겨우 숨을 돌리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을수있어 다행이었고 늦은 오후 2시에 간단한 점심을 할수있었다

 

후미에 계시는님들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운 가운데

어의계곡 끝자락 작은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늦은 식사와 하산주 파티가 열리고 있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평생처름 맞아 보는 돌개바람의세례에 놀란가슴을 달래며 웃음꽃을 피웠다

 

다른사람의 스틱을 점검하여 주시다가 늦게 출발하신 박선배님께서

하산길에 양삿갓님의 든든한 후원의 손길에 감격하신듯 고마와 하셔서

꽃미남 충성맨 양삿갓님이 열열하고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받았다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은 소찬의 안주와

마음으로 주고 받는 시원한 막걸리 한잔의 향기와

호기심어린 귀여운 솔향기 술꾼들의 눈과 코가

총 집중 공세를 취하게 하였던

백선배님의 보물단지 복주머니에서

술술 풀려나오는 아기자기한 귀한 술과

소꿉놀이 소품같이 예쁜 안주 때문에

더욱 값지게 빛나는

웃음꽃 만발한 하산주 파티가 되었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워...ㅎㅎㅎ>

저마다 얼굴과 귀에 얼음꽃 흔적이 빨갛게 부풀어서

아플것 같은데도 무엇이 그리 기쁠까

보는이가 함께 기쁨에 젖어들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앞서간 성현들의 말씀에는

고통없이 얻어지는 행복은 없다 하였으며

쉬운길을 택하여

샛길로 가는 어리석음에 나를 놓아두지 말며

정직함에 승부를 걸어라 하였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메지 않는

투명한 선비의 정신을 사랑하면서

건강하시고 아름답고 행복한 새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솔향기님들이여 ~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07년  12월   31일  까꿍이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