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설국(雪國)의아침 태백산(太白山)

2022. 12. 19. 11:00카테고리 없음

천하무적 호랑이를 닮은

포효(咆哮)하는 백의민족의 기상(氣象)이

백두산 천지에 내려

그이름도 아름다운 금강산

첫사랑의 설레임같은 설악산

모나지 않는 맑고 푸른 넉넉함일까

<크게 밝은산>이란 태백산(太白山)에 이르러

민족의 시원(始原)

단군신화의 무궁한 무대를 꽃피우며

뻗어내린 정기(精氣)가 지리산에 이르고

한라산 백록담에서 그왕성한 혈맥이 용솟음 치더라

 

일년전 2007년 1월 21일

<하늘아래 첫동네 태백산>이란 후기의 기록에서 처럼

수십대의 대형버스가 빽빽하게 들어찬 주차장을 벗어나

유일매표소앞에는 인산인해를 이룬 등산객으로 인해

매표원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의 혼잡스러움으로

산행입장이 한참씩이나 지연되고 있었다

 

막막한 사막속의 신기루같은 환영(幻影)일까

오모나 어인 일일까

우리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여인처럼

해와달과 별의 쉼터같은

한가롭고 무가치한 이산간벽지에

구름처럼 모인 이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사활을건 투기장의 억센 아줌마들의

광기어린 눈빛같은 복작거림을

신기한듯 바라보고만 있을때

<경노우대>라는 우격다짐의 핑계로

선배님의 손에 이끌려 어떨결에 철통같은

바리게이트를 넘어서자 넘어왔다는

안도의 한숨보다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묘한 감상에 사로잡혀서

어떻게든 뚫고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강열한 의지를

넉넉한 공간에서 바라보면서 내가 넘어야할

또하나의 언저리에 와있음을 확연히 깨닫고 있었다

<에혀 ~ 아직은 밀어내고 싶은 경노우대 ~ ㅎㅎㅎ>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이면 강가에서

진홍색 할미꽃의 미소에 함몰되어 가고

불타는듯 온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의 함성에

혼자있어도 외롭지 않을

지워지지 않는 기억속의 내작은 꿈의 궁전을 이루고

 

함박눈이 펑펑 쏱아지던 날의 막연한 그리움

양지바른 뜰안의 추녀끝에서 떨어지는 낙수물소리...

 

영원할것만 같았던

이고운 초록빛 어린시절이

때로는

알수없는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흐르지 않는 세월의

지루함을 동반하기도 하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그렇게 쏱살같이

지나가 버리는것이 세월이더라

 

오와 ~

내리막길에서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 처럼

그렇게 속절없이

떠밀려가는것이 또한 세월의 무상함이더라...

 

책상앞에

<처음 웃는자 보다는 마지막에 웃는자>가

되겠다는 맹열한 경구를 붙여놓고

공부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세월이 그대를 속이드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마라...>는

우리들세대의 책갈피속에 좌우명처럼 적어 놓았던

푸스킨의 애송시가 떠올라서

변화무쌍한 세월의 격세지감에 잠기고 있었더라...

  

우리들의 바쁜 일상의 무의식의 세계에는

누구나 벅찬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한 가운데

2008년의 첫산행을 태백산에서 시작하고 있었는데요

 

2008년도의 8이란 숫자를 펴면 동그라미가 됩니다

양손으로 접으면 다시 8자가 됩니다

다람쥐가 8자를 타고 돌면 끊임없이 뱅글뱅글 돌아가겠지요

막힘이 없는 생성의 행운의 숫자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동그라미는 심오한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되어지기도 합니다만

 

미국에서 여성이 대통령의 꿈을 이루기전에

대한민국 우리 솔향기산악회에서

김옥숙 소나무님이 여성회장으로 등극하시면서

첫산행지를 태백산으로 선택하셨다는것은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을수있는 덕목이라 하겠습니다

 

솔향기산악회 창단5년 그리고 200회 산행을

민족의 영산 태백산에서 축하할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 가득한 날처럼 

활짝 개인 봄날처럼 기분 좋은일입니다 

 

괴테 시인이 일찍이 갈파했던것 처럼

<첫단추를 잘못끼우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자리가 없어진다>는 

만고의진리를 생각하면서 섬세한 어머니의 손길같은

김옥숙 소나무회장님과 파란들 산악대장님의

신중한 선택의 첫출발을 기뻐합니다

 

태백산(太白山 1566m)은 강원도 태백시와 영월군 상동읍과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의 접경을 이루는곳에 솟아있는 명산으로

백두대간의 중추이자 국토의 모산(母山)인 태백산(太白山)은

1989년 5월 13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국민의 사랑받는

관광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태백산의 주봉인 장군봉(1567m)과 문수봉(1517m)은

높지만 어른과 아이 누구나 오를수 있도록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아서 등산하기 수월하며

남성다움과 웅대함과 후덕함을 함께 지닌 토산으로

산의 정기가 흠뻑 느껴지는 민족의 영산이라 하겠는데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앙상한 나무들이

길고 길게 일열로 서서 사람들의 행열을 반기고 있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산의 고도는

평지를 걸으면서도 허리를 곧게 펼수없는

쏠림현상 때문에 모두가 겸손하게

앞으로 머리와 허리를 굽히고 묵묵하게

힘겹게 수행자의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뛰지 말아라

촐싹대지 말아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말을 뱉어 내지 말아라

 

........... 

바람은 견딜만큼 차갑고

거치른 호흡의 조절이라도 하는듯

길은 일직선으로 무리하게 오르는 법이 없었고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산길에 거친 가파름을 완화시키며

산과 보행자가 한마음으로 호흡하며 보이지 않는 고도를

넘어 가는 순한 오름 산행 길에는 흰눈이 쌓여있어

아이젠으로 중무장을 하고 걷는 발걸음에

말없는 신중함과 조심스러움이 깃들어 있었고

때때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쭉쭉 뻗은 나무들의 행열은

신의 손길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새해 새날의 꿈과 사랑을 담은 발걸음이

평안한 평지를 감지할때쯤

앙상한 나무들의 행열도 잦아들고

웅대한 평원에 천년의 세월을 버텨온 푸른 주목이

군락을 이루며 형언할수없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얀 눈밭에서 우리를 반겨 맞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무리가 길잃은 사슴처럼 하얀 눈밭에 흩어져

끈질긴 생명력으로 온갖 풍상을 겪으며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힌 간직한 형형색색의 주목앞에서 발걸음을 멈춘채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끼리끼리 환호성을 울리며

경쾌한 셔터소리를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해발 1000m이상의 고지대에 서식하며

잎이 뾰족뾰족한 침엽수로

사계절 늘푸른 상록수인 주목나무는

천년을 살아 그수명이 다하는 날

홀연히 푸른 잎새를 떨어트리고

한없이 푸른 하늘 사이로

억샌 맨가지를 드러낸채

원한 침묵속에서

죽어서 천년을 다시 살아가는

맑고 푸른 고운 향기의 주목나무...

아무도 흉내 낼수없는 고고한 넋의 주목나무...

그영혼을 닮고 싶은 고결한 넋의 주목나무였습니다...

 

순백의 벌판에 우뚝우뚝 솟아 경이로운 모습을 드러낸

주목나무들의 군락지에서 영원하고 싶은 그리움으로

안타까움으로 맴돌아드는 몽환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간자리...

고만고만한 잔나무 가지마다 하얀 은빛 서리꽃이

맺혀서 바람에 일렁일때면 바닷속의 산호초같아서

푸른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는 물고기 처럼

황홀한 착각에 빠져드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어느결엔가

세찬 바람결에 일어나는 뽀얀 눈보라속에

민족의 염원이 하늘로 솟아오르게 하였던 천제단이

수천년의 향기로 시야에 가득히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한반도의 등줄기 가장 높은곳에

유일하게 세워진 천제단은

막힘없이 사방으로 장쾌하게 뚫린 조망으로

해와달과 별의 서기가 충만하게 모아지는 하늘이 내린

민족의 영지로 그정기가 흘러 넘치는듯 

영하의 추위속에 엄숙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사람과 땅에 제사를 올렸던 세개의 천제단중에

첫번째 만난곳은 하늘에 제사를 올린곳이며

그옆 300여m 떨어진곳 중앙에 우뚝솟은

태백산 표지석이 서있는 천제단이 홍익인간의 얼이 숨어있는

사람을 위한 천제단이며 땅을 위한 제를 올렸던 천제단은

좀더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보이지 않고 있었답니다

 

신라시대에는 왕이 친히 제례를 올렸으며

고려와 조선조를 거쳐 오늘에 이른 이시대에도

해마다 개천절이면 당골계곡의 단군성전에서

하늘에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조선조에 우리를 가장 애닲게 하였던 단종의 비각이

천제단 바로 아래에 위치하여

지나가는 산객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었습니다

 

역사깊은 망경사 백단사 유일사 만덕사등의 사찰들도

우리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천제단에 비쳐지는

1500m이상의 고지에서 솟아나는 용정 우물 또한

보물처럼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듯 신기합니다

 

산객들의 순례지처럼 꼽히는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은 태백산의 깊은 가치가 증명되는

소중한 우리들의 생명의 원천이며 민족의 젓줄기이기도 한것입니다

 

산정상에 자생하는 고산식물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산철쭉과 진달래가 만개하는 봄이오면 붉은 꽃의 바다를 이루며

울창한 수목이 우거진 여름날의 계곡물은

수정처럼 맑고 차가워서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고 합니다 

가을의 오색단풍이 꽃비처럼 계곡을 물들이며

흰눈이 꽃송이처럼 내리는 겨울이면

태백산의 주목의 군락지에는 수천년으로 이어지는

꿈결같은 설국의 아침이 열리고 있습니다

 

하얀 눈밭에 흠뻑 젖은 마음들은

꽃밭처럼 환한 웃음을 끊임없이 쏱아내고

각자가 가지고온 한가지씩의 찬들이 모여서

휼륭한 웰빙식단을 만들어 내며

꿀맛같은 점심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산수갑산님의 공주마마님께서

황백지단으로 고명까지 얻은 고품격 떡국을

산정상에서 끊여 주셔서 오래도록 잊지 못할

감미로운 추억이 될것같습니다

(그정성이 너무 갸륵하여 신비하기까지 하답니다)

산수갑산님 화이팅 ~~

두분께서 오래도록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말이 없으신 듬직함으로

블랙라벨의 향긋한 술한잔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하시는

존경하는 choi님

만나 뵐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솔향기산악회의 미래의 산악대장으로

임명되신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젊은청년 형제님

진심으로 환영하고 반겨 맞이하며 뜻하시는

모든일 이루는 행복한 새해 되세요^^*

 

이밖에 닉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든 솔향기초보자님들께서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새해 되시기 바랍니다

정성을 다하여 참석하시는 만큼 솔향기의 내일의 주인이 되심을

기억하시고 산행지 마다에서 마주 보며 웃을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지금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태백산 만큼이나 많은것 같은데요

태백산의 예찬은 끝이없을것이란 생각과 함께

지난해의 산행기에서의 반복됨을 피하기 위하여 짧게 쓰려고

골돌하게 생각에 잠기느라고 시간이 지루하게 흐르기도 하였습니다

 

하늘에 바쳐지는 천제단의 첫계단에서 서서

저자신을 돌아보면서 가장 허물 많은 사람은

온동네가 시끄러운 수다쟁이 까꿍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온통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였는데요

부족한 점이 많은 저에게

너그러운 이해와 용서가 있으시길 바라고

올 한해 늘함께 하시며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4시간 예정 산행이 3시간 30분에 끝낼수 있었고

솔향기 200회산행 기념식과 제5대 여성회장님 첫산행 기념식을

하산주 파티와 더불어 성대하게 치룰수 있었던 태백산 산행은

가장 멋지고 상쾌한 2008년의 첫출발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솔향기산악회 회원여러분의 가정에 좋은일 가득하시고

소망이 이루어지는 새해 맞으시길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2008년  1월  8일   까꿍이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