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1. 12:13ㆍ국내음악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 언덕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때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 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새 뛸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새 같은 내 동무야
내가 네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소리없이 오는 눈발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높이 성궁 쳐다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1901~1986년)이 1911~1916년까지 계성학교에 다녔던
자신의 집(현 섬유회관 인근) 앞을 지나던 한 여고생을 잊지 못했는데,
이 짝사랑이 작곡의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마산 창신학교 교사 시절(1921~23년) 교분을 쌓게 된 노산 이은상에게 추억을
얘기하자 이은상이 그 사연을 시로쓰고 박태준이 곡을 붙여서 노래가 되었다.
동산은 그가 현 제일교회 옆 3·1운동 계단을 지나 등교하던 길이었다.
“그 여학생이 한 송이 흰 백합처럼 절세 미인이었지만
박태준 선생은 내성적인 탓에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했고,
그녀는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이 사연을 듣고 ‘노랫말을 써 줄 테니 곡을 붙여보라’고 권유, 탄생한 것이 ‘동무생각’이다.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청라언덕’은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를 쓰고 있는데,
이 ‘청라’가 지금도 푸른 담쟁이로 뒤덮은 동산병원내 선교사 사택 일대의 언덕을 말한다.
‘동무생각’이 청년 박태준의 로맨스를 담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이후 그가 이 여고생이 당시 신명여자학교(현 신명고) 학생이냐,
대구공립여자보통학교(현 경북여고) 학생이냐 하는 논란도 한동안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공교롭게도 경북여고 교화가 백합이었던 것.
그러나 경북여고 개교(1926년, 신명여고는 1907년 개교)가 ‘동무생각’ 작곡 시기(1922년)보다 늦기 때문에 신명여자학교가 맞다는 것.
또 당시 박태준 선생의 집과 신명여자학교의 등굣길은 일치한다는 점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동무생각’ 3절에 나오는 가사 ‘서리바람 부는 낙엽동산 속 꽃 진 연당에서…’의 연못은
동산에 물을 대주던 ‘선황당 못’이라는 것도 이번에 밝혀졌다.
이 연못은 1923년 서문시장 확장과 함께 메워졌다.